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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여행/뤼데스하임(Rüdesheim)

독일 로만티크 라인의 꽃, 뤼데스하임(Rüdesheim)

 
만약에 당신이 독일을 여행한다고 하면 어디를 코스에 담을 것인가? 베를린? 쾰른의 대성당? 뮌헨의 옥토버페스트? 아니면 라이프치히? 로텐부르그? 모두 훌륭하고 멋진 곳들이며 당신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증명해줄 것이다. 그런데... 당신에게 인구 만명도 채 안되는 코딱지만한 산동네를 추천한다면 선뜻 내키시겠는가?

이제부터 비록 사진 몇 장일 뿐이지만 만나게될 뤼데스하임(Rüdesheim)은 당장 당신의 여행 코스를 바꿀만큼의 강렬하고 멋진 것들로 가득한 곳이다. 와인, 라인, 아기자기한 골목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날 친절하고 편안한 독일사람들까지... 비록 며칠의 여정이 필요없을만큼의 작은 곳이지만 마치 압축파일을 풀어놓은 듯, 뤼데스하임에서는 쏟아져나올 추억의 꺼리들과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자, 함께 떠나보자.

 

 

하단에 검은색 원이 뤼데스하임이다. 강은 지도 하단에서 상단으로 흐른다. 착오없으시길.

 

 유럽에서 도나우 강에 이어 두번 째의 규모를 자랑하는 라인강. 1300킬로미터 이상의 길이의 강으로 스위스 알프스에서 출발,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프랑스를 지나고 독일과 네덜란드를 뚫고서 북해로 흘러들어가 바다가 된다. 이 긴 강의 여정은 숱한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냈는데 그 중에서도 독일의 마인츠에서부터 코블렌츠 지역까지의 로만티크 라인은 라인강이 만들어준 가장 아름다운 유산이 아닐까?

2002년, 로만티크 라인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더 그 가치가 높아졌다. 이 아름다운 로만티크 라인 중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뤼데스하임이다. 2007년인가 2008년 독일 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은 관광지 2위였을 정도(1위는 퀄른 대성당)로 유럽이나 독일내에서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특히 화이트 와인의 대표종 중에 하나인 리슬링(riesling)의 주요산지(라인가우)로 와인이 없는 뤼데스하임은 생각할 수 없다.

 
1. 드로셀가세(Drosselgasse) -철새골목-까지...

강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빙엔과 코블렌츠를 가는 국도표시가 되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주차장과 니더발트로 가는 표시가 되어 있다.

제법 잘 꾸며진 여행안내소에는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자와 지도들이 있다. 그러나 여행자에겐 그리 복잡하거나 큰 도시가 아니기에 큰 고민없이 다녀도 될 듯.

주차장과 여행안내소를 나와 왼쪽 길을 따라 걸으면 만나게 되는 곳으로 이 곳을 지나면...

이렇게 뤼데스하임 메인도로로 나오게 된다. 도로 왼편으로 라인강이고 우측으로는 갖가지 기념품 가게들과 호텔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드로셀골목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또다른 골목들. 한가롭고 아늑한 느낌까지 들어 마냥 따라 걸어 들어가고 싶어진다.

한 호텔의 옆면의 모습. 이 동네는 웬만해선 다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철새골목을 알리는 표시. 이표시가 나오면 무조건 멈춰서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리시라. 정말로 재미나고 복잡(?)한 골목이 당신을 맞이한다.

 
주차장에서 느릿느릿 이것저것 휘둘러 보고 걸어도 채 10분이 걸리지 않아 이 드로셀가세(철새골목)의 입구에 다다르게 된다. 첨엔 무슨 좁다랗고 길지도 않은(150미터가 조금 안된다.) 골목에 사람들이 몰려들까 싶었지만 실제로 이 골목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런 투덜거림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다.

골목입구. 그 명성(?) 그대로..골목이 참...좁았다.

아직까진 골목이 여유가 있지만...한 순간에 사람들이 들어찬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좁은 골목. 딱 한사람 걸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좁지만 아기자기하고 자세히 더 들여다 보면 나름 틈틈히 신경을 쓴 흔적들이 잔뜩이다.

메뉴판까지도 이뻐보이네.

한 건물의 창문 모습. 좌우로 포도를 먹는 여자와 포도를 재배하러 가는 남자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애써 따온 걸 통째 들고 먹고 있네, 부럽게시리...)

이 좁디좁은 골목으로 전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래도 신기한 것은 어지간해서는 서로 어깨 한 번 잘 안부딪힌다는 것...그 넓은 인도에서도 툭하면 치고다니는 서울사람들 여기로 훈련 좀 받으로 옵시다.

 
이 좁은 골목 양 옆으로는 다양한 와인하우스와 맥주집 레스토랑과 카페 그리고 기념품 가게들이 촘하게 늘어서 있다. 그런저런 것들 구경하고 걷다보면 이 짧은 골목 지나가는데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골목구경을 1차로 마치고 나서 우측으로 꺾어지면 드디어 게르마니아 동상이 있는 니더발트로 가는 곤돌라 리프트 타는 곳이 나온다.

 

2. 니더발트에서 만나는 게르마니아 동상과 시원한 전경.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물건들만 파는 유명한 상점 케테 볼파르트. 크리스마스 물품들이 없는 게 없는 이 유명 상점옆이 케이블카 타는 곳.

이 놈의 줄은 하루종일 늘어서 있었다. 왕복 6유로.

자동으로 문이 열리면 얼른 올라타면 된다. 그런데 좌측 분들 가만히 보니..허걱 와인병과 와인잔을 꺼내드는 게 아닌가? 저런...센스쟁이들 같으니라구.

올라가는 중에 만난 가족. 늠름하게 아버지가 대표로 손을 흔들어준다.

끝도 없이 펼쳐진 듯한 포도밭 사이로 걸어서 니더발트까지 갈 수도 있다. 매혹적인 산책로가 아닐 수 없다.

멀리 게르마니아 동상이 보이고, 아내의 머리칼은 나름 운치있게 흩날리...는 게 아니라 추워서 떨고 있었다는...결국 내 겉옷을 하루종일 걸치고 다녀야했다. 아무리 날씨가 좋더라도 일교차를 대비해야함.

 

라인강에 부딪혀 튕겨져 오르는 햇살을 머금고 촉촉하게 수분기 가득한 공기 잔뜩 들여마신 이 포도녀석들이 나중에 독일을 대표하는 화이트와인(리슬링종)으로 재탄생된다.

 

리프트에서 내려 길을 따라 가게되면 만나는 브람스의 산책로. 뭐 지금이야 관광객들로 가득한 곳이지만 브람스가 걸었을 그 당시는 예술가에겐 더할나위 없이 영감을 불어넣는 좋은 장소였으리라.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 동상에 이르기 전, 조금은 휑한 곳에 다다른다. 달랑 벤치 두 개에 신전 모양의 공간 하나. 일 년에 수백만이 방문하는 최고 관광지라고 하기엔 참...대충 내놨다 싶다. 그래도 전경만큼은 최고. 그래, 바라볼 곳이 중요한 거지 뭐..

드디어 만나게 되는 게르마니아 동상. 높이 48미터의 대형 동상으로 1871년 독일 통일을 기념해 1883년 세워졌다. 황제 빌헬름1세와 재상 비스마르크의 모습도 세겨져 있는데...

일각에선 이 동상이 너무 호전적이라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가했다. 프랑스를 바라보고 있는 이 전쟁승리를 기념한, 통일을 기념한 동상.그래서 아래 설명서에는 절대 동상의 의미가 호전적인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굉장히 길~~게 적어놓았다. 게르마니아상이 바라보는 곳은 프랑스가 아닌 독일의 각 지역이라고 애써 달아놓은 설명이 조금은 변명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왜일까?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정말 동상은 폼이 났고, 화려했으며, 웅장했다.

동상에서 바라보이는 전경. 강 반대편으로 뤼데스하임의 큰형 같은 느낌의 빙엔이 보인다. 빙엔은 꼭 다시 방문해 제대로 훑어보리라.

 
동상 주변을 좀 더 머물다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꼭 한 가지 다짐을 했다. '다음에 이곳을 찾았을 때엔 포도밭 사이길을 꼬옥 걸어야지.' 하고 말이다.

 
3. 뤼데스하임 주변 그리고 뤼데스하이머 슐로스 (Rüdesheimer Schloss)에서의 저녁식사.

본격적인 뤼데스하임 탐색(?)에 앞서 만난 한 맥주집의 인상적인 간판.

인적이 드문 골목일지라도 간판만큼은 멋드러진다.

점심 무렵이었는지라 식사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와인을 시음할 수 있게 와인판매점 마다 지렇게 해놓는데, 한국의 마트처럼 무료시식 코너 그런 거 거의 없으니 유의하시길.

주거지 중심축에 있는 성요한 성당의 모습이 보인다

성당의 입구.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로 시작되는 유명한 성경귀절이 새겨져 있는데, 그 옆에 일본어로 누군가 낙서질을 해놔서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한국어 아니길 얼마나 다행인가.

뤼데스하임에는 와인으로 유명한 여러 양조장들이 있다.그 중 하나인 게오르크 브로이어 양조장에서 나온 와인을 취급하는 와인숍 뒷벽에 저렇게 달라붙어 있는 것들은 바로..저 벽 안에 와인이 들어 있다는 표시다.(와인종류,연대,와인을 넣어둔 사람의 이름과 이유 등이 적혀있다.)

잠깐 쉬기 위해 들어간 한 카페에서 만난 에스프레소. 얼핏보면 아이리시 커피비슷하다. 위스키에 생크림까지...양도 많고...문제는, 내 입맛에 그닥 맞지 않았다는.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조잡하거나 저 낙타처럼 터무니 없이 크고 비싸거나했다. (낙타가격 150만원) 저런 걸 누가 사누?

함께 동행한 행님을 위해 어떤 기념품을 살까하다 고른 것. 모델은 달랐지만 다양하고 재미난 것들이 맘을 끌었다. 가격대는 3만원에서 10원대까지 다양하다.

뤼데스하임을 돌아다니다 보면 자주 만나게 되는 저 꼬마열차. 하지만 타고싶다고 탈 수 있는 게 아니라 단체 관광객들에게만 허용된다. 저 기차가 당도한 곳은..

지크프리트 악기박물관. 기차로 실어나른 관광객들이 최종적으로 들르는 곳으로 개인 소장가의 저택을 그대로 박물관화 했다.

다양한 국적의 다양한 사람들을 웃으며 만날 수 있는 곳. 저 위의 랍비님만 빼고.

라인강변 쪽으로 나가봤다. 강을 따라 마을을 따라 길게 그어져 있는 철길. 지갑 가벼운 배낭 여행객들에게는 이 철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즐비하게 늘어선 호텔들 전경.

라인크루즈 관광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 얼마나 많던지 저들을 뚫고 갈 수가 없어서 되돌아왔다. 크루즈는 뤼데스하임에서 장크트 고아스하우젠까지의 2시간 짜리 코스가 가장 좋다. 그 코스 안에 로렐라이도 만날 수 있지만 겨울에는 일부만 운항됨으로 시간확인하고 예약필수. 성수기는 4월에서 10월까지.

 

드로셀가세, 철새골목에서 가장 유명한 먹거리집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뤼데스하이머 슐로스다.

여타 레스토랑이나 음식점 보다 넓기도 하지만 앞서 소개한 게오르크 브로이어 양조장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좋은 와인도 같이 즐길 수 있다. 물론, 이 곳이 아니라도 좋은 곳들은 한미디로, 널려 있었다.

뤼데스하이머 슐로스는 시간에 맞춰 종들이 울리고 그 울림에 맞춰 인형들이 등장하는 시계탑이라는 작은 볼거리도 제공한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자칫 늑장부리다간 자리 없을 곳이기에 어여 찾아 들어갔다.

우리 옆 테이블의 예약석 옆에 스테인글라스가 인상적. 뤼데스하임의 유리창들은 그냥 쌩얼로 매달려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동행한 행님의 후한 대접으로 잘 먹었지만 운전 관계로 와인을 못 마시고 물만 홀짝인 아픈 추억이 새삼스럽다.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즈음 이미 노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노부부들의 모습도 보였다. 한마디로 여유 풍만한 저녁.

 

 4. 야간 풍경 그리고 아듀, 츄스~

 저녁을 먹고 나오자 오후의 그 북적 거림은 모두 사라지고 여유롭고 편안한 저녁으로 뤼데스하임은 변신해 있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크루즈 여행도 해보고 유명한 요하네스버그 양조장도 둘러보고 뤼데스하임을 잘 드러내는 박물관이나 주변의 작은 성들도 방문해보고 싶었다. 꼼꼼하게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겐 1박2일 정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 대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포인트만을 잡아서 둘러보고 싶은 분들은 오늘의 일정 정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다시 한 번 잘 계획을 세워 이 번에 못다한 여정을 누리고 즐겨보리라 마음 먹는다. 아무 골목에 들어가도 낭만이 있었고 누굴 만나도 반갑게 눈웃음을 나눌 수 있었던 와인의 도시, 동화의 공간 뤼데스하임.

 놓치지 말자.

 

좁은 골목길을 비춰대는 불빛들로 한껏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 꽉 들어찼던 골목길을 이제 식당들이 대신해 사람들을 품고 있다.

다시 보자 뤼데스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