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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여행

詩聖, 괴테의 집으로 놀러오세요.-괴테하우스 둘러보기

 

 

괴테(Geothe, 1749~1832),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독일엔 괴테가 있다. 그 괴테의 고향이

 

바로 프랑크푸르트가 아니던가. 부자 부모 만나 인생 쉽게 풀렸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파우스트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은 불멸의 작품이 그냥 배에 기름끼 찼다고 해서 쑥쑥

 

뽑혀나온 것은 아니리라.

 

여하간, 괴테가 태어나고 제법 오랜 세월 머물렀던 역사의 공간 안에서 시간을 압축해 대문호의

 

체취와 숨결을 느껴보았다.

 

 

 

중앙의 입구를 중심으로 우측은 바로크부터 낭만주의까지의 각 종 그림과 조형예술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괴테박물관과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첫번 째 사진에서 보이는 왼편 5층짜리

 

집이 바로 괴테가 태어나고 자란 괴테 생가 모습이다.

 

괴테 할머니가 구입했던 이 집은 사실은 세계2차 대전을 치르면서 완전히 박살이 났다. 하지만

 

5년이란 세월동안 실제 이 집의 건축에 사용되었던 돌맹이 하나 하나에 번호를 붙여가면서까지 모아

 

거의 완벽에 가깝게 복원을 해 놓았다.

2차대전 당시 파괴된 괴테 생가의 사진.

 

 

그런데 참으로 이해가 안 갔던 것은, 조금이라도 괴테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은 여지없이 표시를 하고

 

홍보를 할 정도로 괴테와의 인연을 자랑으로 여기는 독일사람들이, 이 대문호의 생가 위치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느껴질 정도로 불친절하다. 아무리 상대에 대한 배려 보다는 그 목적 자체에 의미를 부여

 

한다는 게르만 특유의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무수히 찾아대는 관광명소를 관광객들이 쉬이 찾아낼 수

 

없다는 사실은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영어병기 표시까지 바라지 않더라도 말이다.

 

괴테하우스 뒤뜰에서 보이는 전경. 괴테하우스 담벽 뒤로 보이는 독일은행의 웅장함이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모습을 말해주고 있다.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담쟁이 넝쿨이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그런 다음 가방을 보관하고 기념품을

 

파는 매표소에 들러 1인 5유로 짜리 티켓을 사고 입장을 하면 된다. 좀 더 상세하고 제대로 괴테하우

 

스의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은 한국어 서비스가 가능한 통역기를 대여하면 좋다. (물론 유료)

 

참고로, 입구 좌측으로 향하면 엘리베이터와 층계가 나오는데 그걸 이용하면 괴테박물관과 도서관으

 

로 가게 된다. 괴테하우스는 그 엘리베이터 옆의 짧은 복도를 따라가면 넓다란 유리창으로 가득한

 

홀이 나오고 그 홀을 나서면 괴테하우스의 뒤뜰로 나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괴테생가 둘러보기가

 

시작된다.

 

 

각 종 빵틀로 보인다.

 

먼저 좁은 입구를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게 주방과 손님을 맞이하는 방들이다. 이 집은 단순한

 

생활의 공간을 넘어 주요 건축 양식을 두루 보여준다. 예를 들어 1층은 바로크 양식, 2층은

 

로코코 양식, 그리고 3층과 4층은 루이16세 양식으로 되어 있다. 각각의 건축 양식의 특성이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도 비교체험하는 것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들어서 바로 맞닥드리는 저 웅장한 것의 정체는 옷장이다. 나무의 질감 등이 대단히 좋은 값비싼 것.

 

삐걱~ 삐걱~ 한발한발을 뗄 때마다 나무바닥에서는 애써 세월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괜시리 몸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같아 빨리 투박하게 걷기 민망했다. 헌데 그것이 내게는

 

천천히 이 공간에 젖어가보라는 배려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건축 양식을 느끼고 무척이나 비싸보이는

 

가구들과 수없이 수집한 듯 보이는 미술작품의 기름냄새를 맞고 돌아다니다가 보면, 괴테가 4주만에

 

완성했다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던 책상 앞에 서게 된다. 어디 그 뿐이랴 문학사의 길이 남을

 

파우스트의 초고까지 이 책상에서 작업이 이뤄졌다고 하니 보통 책상은 아니다.

 

괜히 앉아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세계시민의 양식까지 가지 않더라도 쥔장 허락없이 앉을

 

수는 없는 법. 대신, 저 의자에 앉아 베르테르의 아픔을 써내려갔을 괴테의 젊은 날을 상상해 보는 것

 

으로 만족케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녀석의 정체는? 굉장히 거창해 보이는 저것은 옷의 물기를 빼는 탈수기이자 옷의 주름을 펴는 용도로 사용이 된 것이라 한다.

애니메이션 월.E의 주인공을 닮은 저 시계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천문시계로 현재도 밥만 잘 주면 아무 탈없이 잘 가고 있다. 가격? 부르는 게 값!

대포의 일부분 같아보이는 저 것은 난로다. 값비싼 도자기 난로부터 폭탄이 터져도 끄덕없어 보이는 저런 투박한 난로까지 다양하게 완비(?)되어 있다.

괴테가 말했다. 창밖의 풍경이 좋은 집이라고...낭만과 감성을 글에 고스란히 담을 수 있도록 도운 멋진 세트와도 같은 창이다.

 

문학과 그 당시의 시민 문화와 예술, 그리고 생활의 다양한 소품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괴테하우스..

 

그 공간에서는 잠시의 휴식 조차도 세월을 잊은 듯 고요히 정지한 듯 하다..그저 창밖의 환한 기운만이

 

잔잔히 들이치고 있을 뿐.

 

 

 

다양하고 화려한 방들 속에서 심플하다 못해 빈 듯한 이 녹색의 공간이 바로..괴테가 태어난 방이다.

 

 

뒤뜰의 한 켠.

 

괴테하우스를 나와 멍하니 맞은편에서 올려다보며 읊조린다.

 

 "좀 찾기 어려웠으면 어떻고, 삐걱대는 소리에 움찔대면 또한 어떠냐. 괴테를 찾아가 인사를 나눈

 

 시간은 되려 그런 불편한 것들과의 어울림이었다고, 괜시리 멋부려도 될 거 같잖겠어?"

 

 책 좀 폼내 읽고 싶어지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