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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기아차의 새로운 모닝, 그 가야할 길을 묻다

신차 모닝이 야심차게 출발했고, 상당히 사전주문도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모닝 출시 소식을 접하면서 기아차에게 몇 가지 질문거리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그냥 편안한 맘으로 편지를 쓰듯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편의상 수신인은 '기아 씨' 로 하도록 하죠.

안녕하세요. 지금 한창 명절인데 어떻게 잘 쇠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며칠 전 기아 씨께서 막내 모델이자 국내시장 점유율로도 최고의 위치에 있던 모닝의 새로운 버젼을 내놓으셨더군요. 직접 안 봐서 모르겠지만 상세하게 사진을 올려준 분들이 계셔서 그 덕에 잘 구경했습니다.


이전의 귀엽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거둬내고 뭐랄까요? 상당히 남성적인 힘이 느껴지는 그런 모델로 변신을 했습니다. 뭐 요즘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겠죠. 그런데 디자인에 대해서 먼저 조금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피터 아저씨가 열심히 기아의 디자인 정책을 완성시켜내고 있고, 또 그 성과물들이 그닥 나빠보이진 않습니다. 그런데 모닝은 뭐랄까요...'디자인의 기아'라는 말에 조금은 모자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신형 모닝의 인상을 좌우하는 앞부분이 뭔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어떤 분은 볼락을 닮았다고까지 하더군요. 볼락...저도 어떤 것인지 몰라 찾아봤더니 이런 거더군요.


기아 씨 듣기엔 거북하겠지만 뭔가 약간 통하는 느낌도 있죠? 살짝 나온 턱이나 튀어나온 눈 등이...그런데 벤가(Venga) 아시죠? 저는 그게 떠오르더군요. 그리고 들었던 생각, '왜 모닝이 벤가를 비틀어 짜낸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을까?' 였습니다.  무슨 얘기냐구요?



이게 벤가군요. 깔끔하게 잘 나온 모델임엔 분명합니다. 그런데 모닝을 잘 보면 이 벤가의 앞부분을 거의 그대로 계승을 한 것이 느껴져요. 다만 차이가 있다면 헤드램프가 순해졌고, 라디에이터 그릴이 작아졌으며, 범퍼와 공기 흡입기 쪽이 층이 져서 하나로 미끈하게 떨어진 벤가에 비해 좀 투박한 느낌 정도랄까요? 괜히 턱을 만드는 바람에 말들이 좀 나오는 것 같더군요. 여기서 하나 묻고 싶습니다.

" 차후 유럽 수출을 고려해 벤가와 모닝의 앞부분 디자인에 약간의 변화를 준 것이 맞나요? "

저는 그동안 현대차 디자인에 대해선 불만이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의 기아차 디자인 변화는 반가워한 쪽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아차에 대한 포스팅은 그닥 부정적인 것도 없었죠. 예전에 유럽에서 7년 개런티 얘기 정도나 좀 심했을까...

어쨌든, 벤가의 디자인을 적용한 것까지는 좋은데 다소 둔탁한 느낌을 주는 아래턱은 확실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차라리 라이에이터 그릴을 덜 줄였다면 좋았을 것을...뭐 그에 비하면 옆면은 (요즘 현기는 옆태에 BMW식 벨트라인 넣는게 유행인가 봅니다.)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휠도 예뻐요. 다만 후방 쪽에선 호와 불호가 분명하게 와닿았습니다.


우선 맘에 드는 건 뒷바퀴 휀더와 범퍼쪽으로 연결된 저 라인과 디자인이 참 좋습니다. 실제로도 저렇게 선명하게 라인이 살아 있게 보일지는 미지수지만 여튼 상당히 좋은 디자인이 아닌가 싶어요. 리어램프가 또 재밌더군요. 누워있는 BMW 램프를 세우면 거의 이런 모양이 되던데...뭐 베꼈다 그런 뜻 아니니 발끈 안하셨음 좋겠습니다. 그냥 재밌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아쉬움이 컸던 건, 트렁크 손잡이 부분 디자인이었어요. 이 사진으로는 못 느껴지지만 정면 샷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디자인에 소홀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아 앰블럼과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더군요. 차라리 앰블렘을 따라 원형으로 처리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강한 마쵸적 전방에 비해 뒤쪽은 너무 순해빠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뒤쪽을 보고 있으면 앞쪽의 디자인이 좀 더 부드러워졌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구요. 반대로 앞쪽을 보고 있음 뒤가 더 강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한다는 것이죠.

뭐 외모에 대해선 이쯤 해두죠. 대신에 실내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을 조금 보태서 얘기하자면 매우 좋습니다!


이 사진엔 잘 안 드러나지만 공조기 쪽에서 시작돼 우측 대쉬보드까지 이어진 라인이 좋았습니다. 검정색이 훨씬 고급스럽더군요. 스티어링 휠도 마찬가지에요. 여기서는 은회색 부분이 웃는 입처럼 보며 만화 주인공 같지만 검정색 경우는 핸들 자체를 고급스럽게 보이게 해줬습니다. 라디오도 생각보다 좋아 보였어요. (아무래도 이 사진 잘못 찍은 거 같네요.) 

K5의 실내를 보고 실망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굉장히 만족스러웠어요. 미국에서 올해의 차 선정할 때 모토트렌드 기자가 K5 실내 보고 완전히 '뻑' 갔던 것도 잘 아실 겁니다. 확실히 안과 밖에서 모두 기아차는 대단한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그러니 피터 아저씨랑 계약 연장한 거 아니겠어요?

거기다 에어백을 6개나 장착하고 그걸 기본사양으로 해놓았더군요. 작심하고 모닝을 내놓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 중 하나였습니다. 연비 효율도 좋아졌다죠? 실제로 그 연비가 나오는지는 여기서 따지고 묻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3기통으로 엔진 다이어트시켰으면서도 운동성능은 더 좋아졌으니 잘했다고 해야겠죠. 별의별 옵션도 많더군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그런 옵션들도 있었어요. 그러니 기자들 상대로 시승하는 날도 자랑스럽게 BMW 미니를 걸고 넘어졌겠죠.

그런데...  
왜 가만히 잘 있는 미니 얘기를 꺼내서 무리수를 뒀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 갔습니다.


얘가...


                                얘랑 같이 논의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오해는 마십시오. BMW 미니가 뭐 대단한 차라서 이런 애기를 드리는 게 아니라, 분명 체급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른 차라는 얘기라는 거죠. 말이 나왔으니 먼저 묻고 시작합니다. 

                          " 그렇다면 모닝을 고급 경차화 하는 겁니까?"

이 질문을 왜 드렸는지는 아실 겁니다. 그 화려하다는 옵션, 오피러스 급이라는 그 것들 다 집어 넣으면 차값이 1,400만원이 넘어간다면서요? 혹시 이런 고급스러움 때문에 미니 얘기를 상품팀장인가 하는 분이 자신 있게(?) 꺼낸 건 아니었을까요?

저는 이쯤에서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모닝이나 마티즈는 지극히 경제성을 따지는 차들이었죠. 구입비용도 저렴하고 유지비용도 적게 드는 그런 차...거기에 세금 감면혜택까지... (아참 이건 기아 씨에게도 도움이 돼죠?)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경차의 이미지였습니다. 그런데 마티즈도 그렇고 이번에 나온 신형 모닝도 그렇고 화려하게 해놓고 가격 듬뿍 올려놓으면서 은근슬쩍 MINI 끌어들이면, 차의 본질이 바뀌나?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이제는 천만원 이하의 경차를  원하는 많은 고객들은 이제 선택의 기회도 없어지게 된 것입니다.

만약 고급스런 경차 시장을 원한다면, 그래서 미니와 경쟁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면 되는 거라고 봅니다. 기아 씨도 얘기하셨듯 소형차에서도 고급화 바람이 한국에서도 분다죠. 앞으로 시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런 시장을 노리고 있다면 모닝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고급스런 소형차가 나와줘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너무 쉽게 얘기한다구요? 하지만 잘 생각해보세요.

시트로엥도 한국에 들어온다죠. 그럼 DS3같은 고성능 모델이랑 모닝이 과연 붙을 수 있을까요? 폴로나 알파 로메오 미토 같은 것들과 상대가 될까요? 앞으로 밀려들 고성능 소형 모델들과의 대결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고 시장 안 뺐기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기자들한테 자랑하듯 지나가면서 한 말에 민감한 게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는데, 현대자동차그룹 자체적으로 고급화에 대해 자꾸 의도된 듯한 멘트들을 내놓고 있는 요즘 아니던가요? 그런 와중에 기아 중역이 미니가 어쩌니 오피러스가 어쩌니 한다면 우리같은 일반인들은 당연히!! 미니와 모닝을 붙여놓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아닌가요?

기아 씨에게 묻고 싶습니다. 모닝을 통해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 건가요? 경차의 원래 가치를 실현할 생각은 이제 버린 것인지요. 뭔가 고급스런 모델로 승부를 펼치겠다는 걸로 받아들이면 되는 건지요? 설마, 고객들이 경차에서도 고급 옵션을 원한다라는 얘기로 얼버무릴 건 아니겠죠?

저는, 모닝은 원래 태어날 때 그 경차의 모닝으로 남아갔음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다치아의 산데로 같은 아주 저렴한 모델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까진 한국 시장에서 이런 착한 가격의 경차가 비록 비싼옵션 없고, 다소 고급스럽지 않더라도  좀 많이 돌아다녔음 합니다. 그리고 진짜 괜찮은 고급 소형차는 따로 만들어내는 거죠. 그래도 정 모닝으로 승부를 보겠다면 트림을 다양화해서 선택의 폭을 더 넓혀주시던가요... (왜 우리나라 고객들은 차를 사는데 선택의 즐거움이 이리도 없는 건지 아쉬울 뿐입니다.)

모닝이 가는 길...어디를 향하는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