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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外 여행/스위스 인터라켄

스위스 인터라켄, 하늘빛을 머금은 도시(1)

누군들 여행을 싫어할까요? 여행의 목적이 관광이든 쉼이든, 혹은 배낭 단단히 메고 야무지게 걸어다니는 행군이 되었든, 어쨌거나 그건 설레임일 것입니다. 

저야 한국을 왔다갔다한다는 핑계로 좀 여유를 찾기도 하지만 제 아내는 그 좋아하는 여행 한 번 요즘들어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에만 치어지내는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서로 시간을 맞춰 2박3일로 스위스를 다녀오기로 했죠. 그것도 기차로 말입니다. 

한 동안 자동차와 관련된 포스팅만 하다보니 어느 분의 말씀처럼 다양한 일상의 이야기가 없어진 듯 하기도 해서, 오늘과 내일(뭐 장담은 못하지만 안되면 모레) 이틀에 걸쳐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요흐에 올랐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래도 나름 여행기를 덤덤히 적어볼까 합니다.  


미리 스케줄을 맞춰놓은 관계로 호텔이며 기차 티켓 등을 일찌감치 예약해놓을 수 있었습니다. 기차는 도이체반(DB) ICE를 이용하게 됐는데요. 일찍 예약하니까 일명 '특별할인'이라고 해서 100유로 이상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커헉~ 100유로라니!!! 

한국에서 유럽 여행을 오는 분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레일패스와는 다른 티켓이라 자세히 설명은 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여튼 인터넷이고 어디고 들쑤시고 뒤적이면 뭔가 좋은 것들이 걸린다라는 거...이번에 새삼 다시 깨달았답니다.

갈 때는 인터라켄 동역까지 직행이었고 오는 길엔 스위스 베른에서 한 번 갈아타야 했지만 그닥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특히 좌석까지 미리 예약을 해둔 바람에 오며 가며 객차에서 눈치보며 자리를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 좋았죠.


으이구~ 누가 자동차블로거 아니랄까봐 이렇게 티를 있는 대로 냅니다아~ 이제 만반의 준비는 끝났으니 출발만 하면 되겠죠?...드디어 기차가 움직입니다. 총 5시간이라고 해서 지루할까봐 걱정을 조금 했지만 그건 기우였을 뿐. 몇몇 도시에 정차하기도 하고, 스위스 들어서서는 달라지는 풍경 감상에, 옹알옹알 수근수근 수다떠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특히, 인터라켄에 가까이 다다르자 멋진 경치들이 "당신들 지금 스위스 최고의 자연경관 중에 하나를 보고 있는 거야!" 라며 여정의 시작을 화려하게 열어주었습니다.


투툼한 통유리 너머로 바라봐야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했어도  탁트인 풍경에 머리속은 온통 '자연과 쉼' '여유' '행복' '삶' '휴양' 등의 단어들이 가득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때보다 훨씬 호텔 선정에 고심했습니다. 고급스런? 방이 넓고 시설이 좋은? 아니면 호텔의 서비스가 황홀할 만한? 조식이 끝내주는? 전통적인? 등등...하지만 결정적인 선택요소는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조그마한 인터라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바로 우리가 묵었던 호텔이었고 이 호텔이 아니고서는 이런 전경은 불가능했기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방도 좀 좁고, 별4개짜리 호텔이라고 하기엔 약간 머쓱한 면도 없잖아 있지만, 인터라켄 이 관광도시에서는 모든 호텔들이 대부분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동남아 특급호텔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너무 호텔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 덜받는 길이 될겁니다. 

어쨌거나 12층에 있는 방을 배정받고 발코니 문을 열어젖혔을 때의 쏟아져들어오는 상쾌한 공기와 풍경은 이런 저런 불편함들을 몽땅 날려버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고작해야 인구 7,000명 남짓인 이 작은 도시는, 자연에 취하겠노라 노래를 부르며 찾아오는 년간 5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로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고 하죠.  


이번 인터라켄 여행에선 절대로 자동차 사진 같은 거 찍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했었죠. 그런데 ㅜ.ㅜ 호텔에서 체크인하고 내려오자마자 바로 눈앞으로 한무리의 자동차들이 퍼레이드를 하듯 지나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반사적으로 카메라는 자동차들을 좇고 말았죠. 

얼핏 보기엔 엑스칼리버 모델 같기도 한데 잘은 모르겠더군요. 암튼 각오는 무너지고 한동안 사진기를 들고 자동차 궁둥짝만 쫓아다니고 말았습니다. 괜시리 '우리도 차 몰고 올걸'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일에서 스위스로 자동차 여행온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다음엔 자동차로 한 번 도전해보리라 마음 먹고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는 크게 인터라켄 서역에서 인터라켄 동역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따라 형성돼 있죠. 특히 양 기차역 사이 가장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있는 호텔이 인터라켄에서 가장 비싼 빅토라이 융프라우 호텔인데요. 하룻밤에 적게는 백만 원을 내야 더블룸에서 묵을 수 있을 정도로 비싼 곳인데, 제가 갔을 때엔 인도갑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띄더군요. 확실히 신흥경제강국 인도의 현실이 이런 관광지에서도 확인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관광객들 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대로를 따라 각 종 음식점들과 기념품가게 그리고 가장 많아 보였던 시계숍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요. 빅토리아녹스에서부터 가격을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파텍 필립 시계들까지 쭈욱 진열되어 있더군요. 곳곳에 있는 시계숍들 때문에 정말이지 침을 꼴깍거리면서 그 앞을 지나다녀야 했습니다.

앞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진도 보여드렸지만, 이 곳 넓은 잔디밭은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의 도착지점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나쁘지만 않으면 무수한 관광객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인터라켄 잔디광장으로 내려앉는데요. 심한 경우는 저희가 투숙한 12층 호텔 발코니 바로 코앞으로 꺄오~~거리며 지나쳐 가기도 했습니다. 


복잡한 도심의 뒤쪽에선, 이처럼 하늘빛을 닮은 강물이 흐르는 산책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좁긴했지만 사람들이 별로 많지가 않아 오붓하게 걷기 좋았는데요. 특히 알프스 산맥에서 흘려보내주는 저 비취색 강물의 빛깔은 참 오묘한 느낌을 줬습니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관계로 저 아름다운 강물빛깔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인데요. 역시 직접 눈으로 보고 가슴에 새겨놓는 것만한 것을 없을 겁니다. 

한적한 곳에 놓여 있는 벤치엔 독일어, 영어, 이태리어로 된 사랑의 낙서들도 있었습니다. 사랑고백하기에도, 고백받기에도 더할나위 없이 좋은 그런 곳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저는 벤치에 앉아 있던 집사람 손을 잡고 나즈막히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배고픈데 밥 먹으로 갈까? "


인터라켄 동역에서 서역까지 걸었습니다. 왜냐면 서역 앞에 있는 한국식당에 가기위해서였죠. 역과 역사이라고 해봐야 걸어서 넉넉잡고 25분이면 가능한 거리였기 때문에 다시 찬찬히 걸었습니다.

스위스까지 와서 퐁듀를 먹어야지 무슨 한국음식이냐 이렇게 타박을 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거 잘 알아두셔야 합니다. 퐁듀...왠만큼 비위가 좋지 않은 분들은 아예 쳐다도 보지 마십시오. 특히 치즈퐁듀는 자신의 비위가 얼마나 좋은지를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음식이 아닌가 감히 말씀드립니다. 물론, 꼭 경험해보리라 의지를 불태우는 분들은 절대 말리지 않습니다만, 어쨌거나 저희는 한식으로 첫 날 저녁을 결정하고 맛있게, 아주아주 맛있고도 푸짐하게 먹었답니다. 이 한국식당에 대한 얘기는 융프라우요흐行 기차표와 관련돼 다음 포스팅에서 다시 하도록 하죠.

모처럼 많이 걷고 일찍 호텔로 올라오니 하늘이 잔뜩 지푸려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에서 일기예보를 봤을 때 산정상에 오르는 날 '흐리고 한 때 소나기' 이렇게 돼 있어 내심 불안했는데 막상 시커먼 먹구름들이 밀려오자 더 걱정스러워졌습니다.

어쨌든 인터라켄의 밤은 깊어갔고 우리도 내일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하려 했습니다만, 우르릉 쾅쾅~! 쏟아지고 퍼붓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부부는 내일을 스케줄에 대한 얘기로 밤깊어가는 줄 몰랐답니다. 부디~ 좋은 날이 우리를 맞이해주길~


다음 날 아침...

새벽 즈음 비가 그쳤을까요? 다행히 하늘의 구름들이 바삐 저편으로 넘어들 가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우리 여행의 목적지인 융프라우요흐는 맑은 햇살이 비추고 있을까요? 대자연의 위대한 설경을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함께 볼 수는 있는 걸까요? 설레임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드디어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