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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스케치

나이지리아전 독일 캐스터 "한국축구 실망스럽다"


우선, 한국축구의 첫 원정 16강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함께 기뻐합니다. 가슴 조리고 봤던 경기였기에 게임이 끝난 뒤에는 진이 다 빠지더군요. 어쨌든 16강 진출을 이룬 경기에 대해 쓴소리 비슷한 얘기를 하게 돼 미안한 맘이 들기도 하지만, 여기 반응을 그대로 전하는 것도 의미 없는 것은 아니라 생각돼 간단한 포스팅을 하나 하겠습니다.

오늘 경기는 독일 제2 공영방송인 ZDF에서 중계를 했지만 메인 채널은 아르헨티나와 그리스 경기를 보여줬고, 별도의 다른 채널로 한국과 나이지리아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래서 컴퓨터와 텔레비젼을 함께 틀어넣고 응원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사진 : Bild.de

방송 전에 ZDF 메인에서는 한국 16강 진출에 대한 경우의 수를 다루며 뜻밖에도 이경규 씨의 '눈 굴리기' 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여주더군요. 해설을 맡은 올리버 칸도 재밌는지 여자 진행자분과 함께 끽끽대고 웃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경기 시작 전은 차분하고 언제나처럼 한국에 대해 조금은 우호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경기를 방송해준 ZDF 2채널에서는 패널들이 나이지리아의 우세를 예상을 하는 등 한국의 패배를 예측해서 살짝 기분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가운데 진행자가 2:1로 한국의 승리를 예상한 반면 나머지 패널 둘은 각각 3:0과 3:1로 나이지리아의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우측 칠판 맨 오른쪽이 그 증거!)

드디어 게임이 시작됐고 독일 캐스터(독일은 거의 대부분 축구 중계가 캐스터 혼자 진행하고 하프타임과 게임 전후에 해설자가 전체적인 평가를 하는 시스템입니다. 여기 캐스터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이라고 보시면 됨.)는 예상대로 나이지리아가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처음엔 조심스럽게 멘트를 하던 캐스터가 1골을 나이지리아한테 먼저 먹고 이정수 선수의 동점골이 터지기 전까지 전술적인 면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고 했던 말들 중에 가장 크게 들렸던(?) 소리는,


                           "한국 축구 실망스럽네요!" 였습니다.


그는 " 전체적으로 너무 조심스럽고, 공격진들의 움직임이 없는 그런 경기를 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제가 보기에도 부정확한 패스웍, 힘없는 슈팅 등 상당히 불안해보였는데 다행히 박주영의 멋진 프리킥으로 2점 째를 얻은 후엔 선수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좋아지더군요. 캐스터가 이 후 하는 말 " 이제서야 시원한 슈팅이 나오는군요!"

독일 진행자들 가급적이면 비판적인 멘트 잘 안하는 성향으로 미뤄서 이 날 한국 플레이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나이지리아가 하라고 해도 하기 어려운 헛발질들로 한국을 도왔지만 끔직한 수비진에서의 패스미스와 패널티킥 등, 매끄럽지 못한 경기력은 보는 내내 맘 조리고 찜찜한 느낌이 들게 했습니다.

이후, 캐스터는 특별한 언급없이 일반적인 진행을 하며 전체적인 평가보다는 상황 상황을 중계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초반에 차두리 선수가 실수에 이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그 캐스터 이렇게 얘기를 하더군요 " 차두리 선수가 지난 번 아르헨티나전에서 빠졌었는데, 아버지 차범근 씨와 현재 허정무 감독과의 갈등에 의한 것은 아니냐 하는 소문들이 있더군요!... "

독일 캐스터가 뭔가를 알고 한 얘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얘기가 독일의 방송 캐스터 입에서까지 나온다는 게 결코 즐겁지만은 않았는데요. 어쨌거나 16강 진출을 이룬 한국선수들 모두 수고들 하셨습니다. 하지만 조직적이지 못하고 엉성한 수비력으로 나이지리아 보다 훨씬 날카롭고 정확한 우르과이의 공격력을 막아낼 수 있을지가 벌써부터 걱정이되는데요. 아무쪼록 다시는!...한국축구 실망스럽다는 말...방송에서 더 이상 듣는 일 없길 바라겠습니다. 우르과이전은 승패를 떠나 후회없는 멋진 경기가 되었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