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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코로나바이러스는 자동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160나노미터 (0.00016mm) 작은 병원체는 인류의 일상을 무릎 꿇렸다.’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우리의 이동성, 자동차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그 변화를 다룬 독일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의 기사는 이런 문구로 시작했습니다. 공감이 되는 표현이죠? 코로나바이러스가 작년 12월 처음 세상에 드러난 이후 채 6개월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 예술 등, 어느 분야 하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은 없었고, 특히 경제가 받은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실업자가 계속 나오고 있고,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파산의 위기에 몰리는 등, 고통은 좀처럼 수그러들 줄 모릅니다. 제조업 대표 업종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 역시 바이러스 공포를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대륙을 뒤덮게 되면서 자동차 생산은 일시적으로 멈췄고, 판매량은 곤두박질하고 말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는지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의 신차 판매 자료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유럽에서 판매된 신차는 약 27만 대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76.3%나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상용차 역시 절반 수준까지 주저앉았습니다. 이는 경제 위기 때보다 더한 결과였습니다.

사진=볼보

국가별로 보면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코로나바이러스로 극심한 인명 피해를 입은 유럽 3개국 4월 판매량이 97~98%, 그러니까 거의 100%에 가깝게 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조금 사정이 나았다는 독일조차 61%가 줄었고, 프랑스 역시 88.8%가 줄었습니다.

제조사별로 보면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이 유럽에서 4월 한 달 87.7% 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줄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르노와 푸조시트로엥오펠 그룹(PSA)은 각각 79.5%, 82.4%의 마이너스를, 벤츠의 다임러 그룹이 78.8%, 폭스바겐 그룹이 72.7%, 그리고 BMW 65.3% 마이너스 성장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80.7%, 77.9%가 줄었고, 가장 타격이 적었다는 일본의 미쓰비시조차 65.9%나 줄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판매 일선에 있는 딜러들 타격이 극심했습니다. 대리점이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만 했습니다. 여력이 되는 대형 딜러가 파산 일보직전의 딜러를   사들인 것이 독일에선 미담 뉴스로 크게 보도될 정도로 영업 일선은 악몽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 중앙협회(ZDK) 5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영업 손실을 본 자동차 영업 사원은 절반 이상 (52.6%)이었습니다. 실적 반토막이 난 영업사원들도 많았다고 하는데, 2분기 실적까지 더해지면 수치는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죠.

자동차 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부품업체들, 관련 사업을 펼치는 기업의 실업과 부도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습니다. 세계 2위 수준의 렌터카 업체 허츠(Herz)가 파산 위기라는 기사가 떴으며, 우버와 같은 차량호출업체는 전 직원의 25%인 수천 명이 해고하기로 했고, 상대적으로 재정 능력이 낫다는 완성차 업체 중 혼다와 닛산은 1~2만 명 수준의 감원이 예상됩니다. 어지간해선 흔들릴 거 같지 않은 독일 제조사도 위험을 느끼긴 마찬가지여서, BMW는 수천 명 수준의 인원 감축 얘기가 수면 위에 계속 떠 있는 상황입니다.

사진=르노

이 외에도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기업이 위기라는 소식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벌어진 일들입니다. 그렇다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만든 이 위기 속에서 자동차 시장은 다시 예전처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이런 물음에 적절한 대답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독일의 한 설문 결과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시장조사업체 펄스 마크트포슝(puls Marktforschung)은 자동차 구입 의사가 있거나 자동차에 흥미를 갖고 있던 독일인 1050명을 대상으로 여러 질문을 던졌습니다. 현재 소비 심리가 얼마나 위축되었고, 코로나바이러스가 거래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몇 가지 답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설문 :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자동차 구매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자동차 구입을 미뤘다

(전체 응답자의 49% / 여성 56%, 남성 47%)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자동차 구입 예산을 줄이게 됐다

(전체 응답자의 40%, 여성 48%, 남성 37%, 30세 이하 응답자의 46%가 그렇다고 답함)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진정되면 미룬 자동차 구입을 실천할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28%, 여성 25%, 남성 29%)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폐차하거나 팔 것이다

(전체 응답자의 19%, 여성 24%, 남성 17%, 젊은층이 더 응답률이 높았음)

 

코로나바이러스는 가까운 미래에 자동차를 더 구매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전체 응답자의 17%)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작은 차, 환경 친화적 자동차를 구매하게 될 거 같다

(전체 응답자의 12%)

 

코로나바이러스가 자동차 구매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았다

(전체 응답자의 22%, 여성 19%, 남성 23%)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자동차 구입을 미루게 했다고 답했습니다. 예산도 영향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들이 40%나 됐는데요. 특히 젊은 층, 그리고 여성이 더 많이 응답했습니다. 아무래도 수입이 상대적으로 적고 실직의 위험도가 높은 쪽에서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처분할 계획은 그 비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사람들 다수가 자가용 이용으로 돌아섰기 때문이죠. 독일의 한 조사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80%가 자가용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차를 사지는 않겠지만 있는 차를 이용해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출퇴근하겠다.’ 뭐 이런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띈 내용은 앞으로 자동차 구입과 관련해 인터넷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점이었는데요. 판매를 위한 홍보, 마케팅은 디지털화가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응답자의 39%가 답했고, 그렇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8%에 머물렀습니다. 자동차 포털 사이트(28%), 제조사 웹사이트(26%), 대리점 홈페이지(25%), 인터넷 상에 있는 다른 고객의 평가(22%), 그리고 SNS(25%) 등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진=아우디

반대로 입소문 전략과 전통적인 미디어의 중요성, 그리고 시승의 영향력도 이전보다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번 조사 결과는 비대면 시대에 자동차 업체, 그리고 영업 현장이 어떻게 판매 전략을 짜야하는지 잘 보여줬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화 속에서 과연 자동차 시장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요?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생각하고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 몇 년 전 네이버 포스트를 오픈해 티스토리 블로그와 함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조금 운영하다 손을 놓았었는데요. 이제 네이버 포스트에도 다시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예전 글을 모두 삭제한 관계로 일단 몇 개의 글만 옮겨놓은 상태인데요. 티스토리 '스케치북다이어리'보다 네이버 포스트 '스케치북다이어리' 이용이 편한 분들께선 네이버 공간도 많은 관심과 사랑, 응원 부탁드립니다.  https://post.naver.com/wanidrama <== 이곳을 클릭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