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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 아우토반 시승기

닛산 신형 전기차 '리프' 아우토반 시승기

닛산의 전기차 리프 2세대 모델을 시승했습니다. 2010년 처음 등장해 7년 만인 2017년에 2세대가 공개됐고, 본격적인 판매는 2018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이뤄졌죠. 그리고 새롭게 바뀐 2세대 리프를 이제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주말 시승한 느낌을 정리해봤습니다.

사진=이완


첫인상

익스테리어는 생각했던 것보다 좋았습니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 디자인이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최근 닛산의 패밀리룩 변화는 그래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우려했던 건 전면부의 독특함에 비해 산만하게 여겨졌던 후면부 디자인이었는데요. 직접 보니 이 부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차가 생각한 것보다 크게 느껴지는데요. 전장은 4,490mm로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4,470mm)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전고가 1,540mm 수준으로 경쟁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이오닉(1,450mm), e-골프(1,428mm) 등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얼핏 보면 미니밴의 느낌까지도 주는데요. 이렇게 전고가 높다는 건 실내 공간에서는 플러스, 공기 저항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점이 되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진=이완

시승 차는 스프링 클라우드(봄 구름)라는 이름의 색상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 많이 팔린다는 흰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자기 존재감 분명한 익스테리어에 비하면 실내는 그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적절하게 소재를 섞어 사용한 점, 그리고 조립 마감이 잘 되어 있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요소라 하겠습니다.

사진으로 실내를 봤을 때는 센터페시아 쪽이 다소 복잡해 보여 버튼 사용이 불편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운전을 하며 이용해보니 크게 불편함을 느낄 부분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건 무단 자동변속기의 귀여운 디자인이었는데요.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콕핏 분위기에 활기를 넣어주었습니다. 또한 시트는 너무 딱딱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무르지도 않게 적당해서 운전하는 내내 시트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사진=이완

운전자 입장에서 실내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A필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두툼한 A필러가 개방감을 다소 해치는 느낌이었는데요. 그래서 기둥 사이에 쪽창을 내 조금이라도 시야 확보에 도움을 주려고 했습니다. 골프 GTI나 시트로엥 DS5 등을 탔을 때도 볼 수 있던 부분이죠.

중앙 터치식 디스플레이는 7인치로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겠다 싶었고, 후방 카메라와 360도 어라운드 뷰 카메라는 확실히 주차 시 부담감을 줄여줍니다. 계기반은 아날로그 속도계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함께 배치되어 있는데 화려함보다는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느낌입니다.

사진=이완

이 차에는 웬만한 안전 기능들은 다 들어가 있었는데요. 반자율 주행이 가능한 인텔리전트 차간거리 제어 장치(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코너링 때 바퀴에 실리는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해준다는 인텔리전트 트래이스 컨트롤, 후측방 경고, 사각지대 경고 신호, 차선 이탈 방지 장치, 긴급 자동 제동 장치, 어댑티브 상향등 어시스턴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역시 이용 가능하고, 전기차 리프를 위해 친환경적으로 개선되었다는 보스 스피커 등이 적용되었습니다.

리프에는 e-페달이라는 아주 특이한 기능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진 속 푸른 표시의 버튼을 이용해 e-페달을 활성화시키면 가속 페달 하나로 가속과 감속은 물론 완전히 발을 떼면 차가 정지까지 하게 됩니다. 일반 모드보다 가속 페달이 굉장히 무거워지는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 사진=이완


배터리 성능 및 주행 성능

사실 가장 궁금했던 건 주행성과 배터리 능력이었습니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 관점에서 볼 때 완충 후 얼마나 달릴 수 있는지 안 따질 수 없으니까요. 현재 판매 중인 2세대 리프는 40kWh 용량의 리튬 이온 전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100% 충전을 하면 계기반에 주행 가능 거리가 '245km'라고 뜨는데, 닛산 독일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도심 기준으로 최대 285km까지도 달릴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트렁크 용량은 435리터. 충전케이블은 가정용과 공공 충전기용 2개가 포함돼 있습니다 / 사진=이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역시 계기반을 보지 않으면 지금 시동이 걸린 건지 아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엔진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진동이 없다 보니 달릴 때는 바람 소리, 그리고 타이어가 노면에 닿는 소리 정도 외에는 느낄 게 없습니다. 또한 전기차의 특징이죠? 최대토크(32.6kg.m)는 제로 rpm에서부터 바로 터집니다. 3,283/rpm까지 최대토크가 이어지기 때문에 순간 발휘되는 가속 능력은 만족스럽습니다.

동급 경쟁 모델들에 비해 높은 출력(150마력)이다 보니 제한속도인 144km/h까지 올라가는 데 힘들어하는 기색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에 성인 4명이 이 차에 타고 아우토반을 달렸는데 그때 시속 140km/h로 계속 달렸지만 2열 승객들은 전혀 속도감을 눈치채지 못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속 100km/h 정도로 조심스럽게 아우토반을 달릴 생각이었는데 어느샌가 다른 차를 앞지르기하며 차로를 넘나들고 있더군요.

그래도 전기차라 배터리 줄어드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기온이 낮은 겨울철, 그것도 성인 4명이 탄 상태에서 히터를 틀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는 것은 전기차에게는 가장 부담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리프만이 아닌 모든 전기차의 고민거리입니다.

보통 전기차는 가속 페달을 놓거나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회생 제동을 통해 전기에너지로 바뀌면서 전기를 일정 부분 회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에서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그렇지 않은 고속도로보다 긴 편입니다.

리프의 중앙 디스플레이에서 충전소 위치 표시를 누르면 현재 내 차가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순으로 충전소 정보를 주르륵 띄웁니다 /사진=이완

날씨가 추울 때도 전기차는 본래 거리만큼 달리기 힘듭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리튬 이온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하는 전해질이 끈적해지는 등 변형되기 때문인데요.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는 네덜란드에서 테슬라 모델 3를 영하 1도의 기온에서 히터를 켜고 겨울 타이어를 장착한 상태에서 달린 결과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영상 20도에서 400km를 갔다면 해당 테스트에서는 264km밖에 가지 못했죠.

제가 시승을 한 첫날의 기온은 약 10도가량 되었고, 4명이 탄 상태에서 총 52km의 거리를 달렸습니다. 그중 60% 구간이 아우토반이었고, 최고 140km/h까지 속도를 올렸습니다. 히터를 켠 상태였으며, 17인치 겨울용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습니다. 출발 전에 88% 충전 상태였던 배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55%의 잔량을 보였습니다.

다음 날 출근길을 가정해 다시 24km 정도를 달려봤습니다. 이번에는 100% 충전을 한 상태에서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혼자 탄 상태에서 히터를 켜고, 역시 아우토반이 전체 코스의 65% 정도인 구간을 달렸습니다. 아우토반에서는 120~140km/h까지 속도를 끌어올렸고, 배터리 신경 안 쓰고 편하게 밟고 달린 결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89%가 남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공인된 리프의 완충 후 주행 가능 거리는 231km / 사진=이완

왕복 50km 구간의 출근길을 가정한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충전하지 않은 상태로 다닐 수 있는 계산이 섭니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있겠죠. 그래도 한국인 일일 평균 운전 거리인 39.5km를 기준으로 본다면 웬만한 일상에서 리프는 충전 고민 없이 탈 수 있는 전기차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도 아쉬움은 있을 겁니다. 주행거리가 긴 전기차를 바라는 소비자의 기대는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런 점을 닛산도 알고 배터리 용량이 큰 리프 플러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아직 유럽에서도 출시 전인데요. 가능하다면 플러스 모델도 리프 신형과 함께 늦더라도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외에 주행 시 느낀 부분은 대략 이렇습니다. 조향감은 무난했고, 제동력에서는 시승차의 상태 때문인지 약간 밀리는 경향을 보였는데, 최고속도에서 급정거를 하지 않는 이상은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엔진이 만드는 소음과 진동이 없는 주행 질감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리프만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전기차가 보이는 일반적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무리

개성 있는 스타일에 비교적 괜찮은 동력 성능을 보여주는 리프는 전기차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작년 전기차 강국이라 할 수 있는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연간 판매량에서 1만 대를 넘게 팔리며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는 점도 리프의 2019년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인데요. 독일에서도 작년에 전기차 판매 순위 6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습니다.

EU 전체로 봐도 2017년에 비해 2018년에 두 배 이상 팔렸기 때문에 리프에 대한 유럽 운전자의 관심은 계속 높아지리라 봅니다. 하지만 리프가 처음 나왔던 2010년과 지금 시장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갈수록 격해지는 콤팩트 전기차 시장에서 리프가 누적 판매량 최다 전기차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독일 기준 기본가 : 31,950유로

풀옵션 수준이었던 시승차의 가격 : 41,600유로

  • 최용준 2019.03.08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메인 축하드립니다 ^^
    눈팅맨이라 표현을 자주 못하지만,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 지나가다 2019.03.08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적질좀 하고 가겠습니다..

    "무단 자동변속기" -> 전기차에는 변속기가 없습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무단 자동변속기가 아니라 1단(고정식) 감속기가 있죠. 그러고보니 일반 자동차의 변속레버에 해당하는 저걸 뭐라고 불러야할지 좀 난감하긴 하네요.. 전후진레버라고 해야할까요?

    "브레이크를 밟을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회생 제동을 통해 전기에너지로 바뀌면서" -> 회생제동은 자동차의 운동에너지를 바로 전기에너지로 변환합니다. 열에너지와는 상관이 없죠.

    • 안녕하세요,

      우선 '무단 변속기'라는 표현은 저도 잠깐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닛산 유럽에서 이것을 stufenloses Automatikgetriebe라고 쓰고 있어서 저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우리말로 바꾸면 그대로 무단 자동변속기가 됩니다. 적절한 단어가 없어서 저렇게 닛산 측에서도 쓴 게 아닌가 싶어요. 고민을 해보니 일반주행모드, 효율주행 모드, 후진 모드로의 전환이 가능하도록하니까 '모드 전환기'라는 표현을 써도 될 거 같기는 합니다만, 일단은 닛산 측의 자료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지적은 지적하신 게 맞아 수정했습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