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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선을 긋는 남자, 롤스로이스 코치라인 페인터 '마크 코트'

요즘 Daum 자동차가 '올해의 차' 이벤트를 진행 중입니다. 자동차 카테고리에 들어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요. 행사의 일환으로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뽑은 '이색적인 올해의 차' 관련 글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저도 감히(?) 참여를 하게 됐는데, 이번에는 롤스로이스 컬리넌에 관해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컬리넌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추가로 할 얘기가 생겨, 오늘은 그 내용을 제 블로그에 적어볼까 합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bespoke)라고 들어 보셨나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차를 꾸밀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전담 디자인팀이 따로 있습니다. 흔히 인디비주얼이라고 해서 많은 자동차 회사가 자신들이 정한 기본 구성 프로그램 외에 특별하게 차를 꾸미고 싶어 하는 고객을 위해 별도로 더 다양하고 차별화된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는 좀 다른 점이 있죠.

고객의 90% 이상이 비스포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롤스로이스를 만듭니다 / 사진=롤스로이스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한 다음 그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 이상의, 그러니까 고객이 자신만의 특별한 요구를 했을 때 그것을 구현하는 그런 단계까지도 롤스로이스는 비스포크팀을 통해 해냅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별난 요구들이 있다고 하죠. 이 비스포크 프로그램 중 아주 유명한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코치라인(Coach-line)입니다.


롤스로이스 모델들을 보다 보면 차의 옆면을 따라 그어진 라인을 가끔 보게 됩니다. 이 라인을 롤스로이스는 코치라인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선을 사람이 직접 손으로 그린다고 해서 유명해졌습니다. 영국인 마크 코트 씨가 코치라인을 만드는 주인공으로, 우리 나이로 56세인데 마흔 살 때부터 롤스로이스에서 이 작업을 해왔습니다.

비스포크 팬텀 / 사진=롤스로이스

부산 쇼룸 오픈을 기념해 만들어진 부산 에디션의 코치라인과 문양 / 사진=롤스로이스

부산 에디션과 함께 작년에 한국 땅을 밟은 팬텀 서울 에디션의 코치라인과 서울을 상징하는 그림 / 사진=롤스로이스


마침 독일의 자동차 포털 모터토크에 마크 코트 씨에 대한 좋은 기사나 하나 올라온 게 있어서 그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마크 코트 씨는 롤스로이스에 들어오기 전에 간판 등을 그리는 일을 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롤스로이스를 인수한 BMW로부터 이 코치라인 페인터의 일을 제안받게 되는데요.


처음에는 베를린에서 6개월 가까이 훈련을 했습니다. 계획보다 훨씬 긴 시간을 훈련했다고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죠. 이후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긴 그는 다람쥐털을 가지고 만든 붓과 특별한 드로잉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습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마크 코트 씨는 다시 영국으로 돌아와 굿우드에 있는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본격적인 코치라인 일을 하게 됩니다.

사진 오른쪽의 밝게 웃고 있는 이가 코치라인 페인터인 마크 코트 / 사진=롤스로이스


최대 6m나 되는 긴 롤스로이스 모델에 라인을 그려 넣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비싼 롤스로이스에 직접 선을 긋는 일을 할 때면 긴장이 된다고 합니다. 작업은 크게 라인을 넣는 부분을 3~4개로 구획을 나누어 진행하는데 의자에 앉아 집중력 있게 작업을 합니다.


만약 라인을 그리다가 실수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마크 코트 씨가 모터토크에 밝힌 바에 따르면 아무 문제도 없다고 합니다. 이 선을 그을 때 쓰는 특수 도료는 약 3~4시간 후부터 굳기 때문에 작업 중에 실수가 나오면 지운 후에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자부심 뚝뚝 묻어나게 표현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오너의 요구에 맞게 어떻게 라인을 넣을지 결정하면 그 결정에 맞게 마크 코트 씨가 선을 긋게 되는데 작업할 때는 동료들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선을 긋는 일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고, 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5천 대 정도의 롤스로이스에 선을 그려 넣었다고 한 마크 코트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2010년 아부다비의 F1 대회에서 특별 이벤트로 3대의 팬텀을 공개했는데, 그때 한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습니다. 12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네요. 또 재미있는 것이, 남이 그린 선인지, 아니면 누군가 코치 라인 일부를 수정한 것인지 등을 단박에 알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라인의 끝처리는 일종의 시그니처와 같아서 그 특징으로 자신의 결과물인지 아닌지를 알아볼 수 있다고 하네요. 그는 자기 일에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이런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자신뿐이고, 롤스로이스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제네바모터쇼에 소개된 팬텀 세레니티 에디션 작업 당시 모습 / 사진=롤스로이스


미래를 생각해서 그 역시 후계자들을 키우고 싶어 합니다만 쉽지 않은 듯합니다.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는데 자신에게 배우는 학생들이 참을성이 없다는 겁니다. 또 워낙 비싼 자동차이다 보니 긴장들을 그렇게 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마크 코트 씨의 25살 아들도 롤스로이스에서 몸담고 있는데, 아들조차 아버지의 직업을 뒤이을 생각은 없는 모양이더군요.


대신 나무를 다루는 파트에서 일을 하는 아들이 아버지의 귀한 붓들을 담을 수 있는 통을 만들어줬다고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마크 코트 씨는 제대로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완벽하게 작업을 하기까지는 다시 4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밝혔습니다. 마크 코트 씨가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없어 보이지만 만약 그게 일을 못 하게 되었을 때 누가 예술처럼 코치라인을 그려낼지 이 또한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코트 씨의 자동차는 BMW 3시리즈인데 자신의 차에 라인을 그려 넣을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왜냐고요? 어울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세상에서 유일한 일을 하며 그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16년의 세월을 보낸 마크 코트 씨의 앞으로의 활약도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여 괜찮은 후계자가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 세상에 별 직업이 다 있군요~ 기계로 해도 충분히 할 일을 여전히 사람 손에 맡기는 건, 기계가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람만의 아날로그 감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 mdh 2018.12.14 16: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산 최고급 명차브랜드에, 전통문화 무형문화재급 장인의 수공예를 입힌다면...유럽의 명차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품격의 예술,문화적 브랜드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요...그런 시도를 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