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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i30 패스트백이 말해주는 것들

2018년 시작과 함께 유럽에서는 현대가 새롭게 내놓은 i30 패스트백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모양이 좀 독특하죠? 전형적인 세단은 아닌 거 같고, 그렇다고 익숙한 요즘의 해치백 스타일도 아닌 그런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차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 최초의 고유 모델인 포니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i30 패스트백 / 사진=현대자동차


포니는 오일 쇼크로 인해 작고 경제적인 자동차 만들기의 흐름에 맞게 나온 모델이었죠. 당시 비슷한 크기의 자동차들이 일본과 유럽 등에서 등장했고, 다들 대체로 패스트백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i30 패스트백은 그런 포니의 뒷모습과 많이 닮았죠.

포니 / 사진=favcars.com


두 모델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해치백이고 하나는 그렇지 않다는 점일 겁니다. 갑자기 해치백, 패스트백 등의 용어가 나오니까 조금 헛갈리지 않나요? 혹,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개념 정리부터 하고 넘어가는 게 어떨까 합니다.


해치백? 이것만 기억하자


해치백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차 뒤에 문(도어)이 있는 자동차를 뜻합니다. 집이나 자동차에서 흔히 도어(문)는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있는, 사람이 들락(?)거릴 수 있는 것을 의미하죠. 운전석과 동반석(2개), 그리고 2열 좌우 문(2개) 외에 차 뒤에도 문이 하나 더 있을 때 이 차를 해치백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차를 5도어 자동차라고도 부르죠. 


해치백 자동차의 다섯 번째 문(해치)의 특징은 크게 열린다는 점입니다. 또 짐 싣는 트렁크 공간과 사람이 앉는 뒷좌석 공간이 막히지 않고 트여 있어 여차하면 이 문으로 사람이 타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문이니까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이런 해치백과 다른 것은 노치백(전형적 각진 세단)이 있고, 폐쇄형 트렁크로 인해 도어는 쿠페가 아닌 이상 4개입니다. 그래서 이런 차를 4도어 자동차라고 부르죠.  

전형적인 요즘 콤팩트 해치백 모양을 하고 있는 포커스 / 사진=포드

i30 패스트백 역시 이렇게 트렁크와 승객 공간이 연결되어 있다 / 사진=현대자동차


어떤 차는 4도어라고 하고 어떤 차는 5도어라고 하는데, 그 차이를 문이 있고 없고로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요즘은 점점 5도어(해치백) 시대로 가고 있죠. 쿠페형 디자인이 각광받으면서 더 그렇게 됐습니다. 가끔 영화에서 트렁크에 사람 감금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해치백 자동차 가지고 이런 장면 찍을 수는 없겠죠?


패스트백? 이것만 기억하자


그렇다면 패스트백이라는 건 뭘까요? 사실 해치백 보다 훨씬 오래전에 나온 차의 형태인데요. 자동차 지붕이 B필러(도어와 도어 사이 기둥)를 지나면서 기울어지기 시작해 차의 끝부분까지 비스듬하게 (혹은 조금 더 가파르게) 기울어진 형태의 자동차를 말합니다. 꺾이는 부분이 없이 쭈욱~기울어져 있는 것을 말합니다. 

포르쉐 356 / 사진=favcars.com

머스탱 GT. 머스탱이라고 해서 모두 이처럼 패스트백은 아니다 / 사진=favcars.com


모든 2도어, 3도어 쿠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쿠페가 이런 패스트백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역동성, 스포티한 이미지가 필요한 자동차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자주 사용되죠. 최근에는 쿠페형 세단들이 아예 패스트백 형태로 노골적(?)인 모습으로 출시되기도 합니다. 

시빅 세단 / 사진=혼다

아테온 / 사진=VW


i30 패스트백을 보면 i30 방향이 보인다?


그렇다면 'i30 패스트백'은 어떤 차일까요? 위에 내용을 토대로 정리하면 5도어 해치백이면서 동시에 패스트백 자동차가 됩니다. 일반 세단보다 기존의 해치백에 가까워 유럽인들 취향에 어느 정도 맞는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 대한 이해와 고민의 결과물이 i30 패스트백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i30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나온 해치백(5도어) 모델이죠. 유럽에서는 가성비 좋은 차로 시작했고, 지금은 가격 대비 성능은 물론 디자인도 좋은 자동차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 입장에서 여기에만 만족하고 머물 수 없는 것이, 


유럽에서 준중형 해치백은 실용성 외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을 위해 많은 고성능 버전 모델로도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골프가 GTI나 R을 붙인 것도, 르노가 메간에 RS를 붙인 것도, 오펠이 아스트라에 OPC를 붙인 것도 모두 이런 고마력 해치백이 있음을 자랑하듯 내세우기 위함입니다.

아스트라 OPC 익스트림 / 사진=오펠


현대도 늦은 감은 있지만 i30에 N을 붙여 이런 준중형 해치백들과 승부를 보려 하고 있죠. 그리고 여기에 i30 패스트백처럼 전통적인 세단 냄새 안 나는, 주행성과 스타일 모두에서 역동성을 강조한 모델 또한 시장에 내놓게 된 것입니다. 사실 해치백이 아닌 준중형 세단을 제조사들이 유럽에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존재감 제로라고 할 정도로 준중형 세단은 유럽에서 의미가 없기 때문인데요. 현대는 그래서 아예 이런 세단과는 다른, 좀 더 해치백 느낌에 가까운 'i30 패스트백'을 통해 라인업을 늘려 선택의 다양성을 줌과 동시에 i30 이미지 또한 젊고, 강하고, 다이나믹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기에 i30 패스트백 N까지 나온다면 더욱더 그렇겠죠.

최근에 나온 포커스 세단 역시 패스트백에 가까운 쿠페 타입의 뒷모습을 하고 있다. 이래도 유럽에선 잘 안 팔릴 거라는 거... / 사진=포드

피아트의 준중형 티포의 세단형 / 사진=피아트


SUV조차 쿠페를 지향하고 있는 요즘, 해치백도 쿠페 느낌을 넘어 패스트백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 그랜저로 대표되는 전통적 세단 시대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안전이나 공기저항 등도 생각해야 하니까요. 또한 스포티한 자동차 이미지는 이제 매우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i30 패스트백은 이런 흐름, 특히 유럽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모델입니다. 유럽의 콤팩트 자동차 시장에서 전통적 세단은 의미 없다는 것을, 또 역동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는 것을 이 차는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왕 이런 흐름을 따를 거라면 제대로 해서 스타일과 성능 모두에서 만족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보여지는 것과 느껴지는 것이 일치했을 때 만족과 신뢰를 함께 얻을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i30 패스트백 / 사진=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