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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볼보 신형 V60에 극찬 쏟아낸 독일인들

지난 수요일 한국에서 싼타페 신형이 공개되어 관심을 받았을 때 유럽에서는 볼보의 중형 왜건 V60가 공개돼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많은 관심을 끈 정도가 아니라 독일에서는 극찬이 쏟아졌죠. 물론 호평의 절대적 이유는 스타일, 디자인이었습니다.

V60 신형 / 사진=볼보


BMWRider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독일인은 "와우! 바퀴 달린 조각품이다. 정말 멋져!"라고 했고, nimbus_leon이라는 닉네임의 네티즌은 "이 차랑 비교하니 아우디 A4, 3시리즈, C클래스는 정말 심심해. 볼보에 경의를! (후략)"이라고 역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댓글 대부분이 칭찬이었는데요. 다음 구입할 자동차는 V60 신형으로 결정했다는 얘기들도 보였습니다. 


물론 디자인에서는 인정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독일 3사와 경쟁할 성능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고, 내연기관 자동차를 내놓지 않겠다는 브랜드의 차는 사지 않을 거라는 글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5기통 엔진이 사라진 점에 대해 아쉬워하는 이도 있었죠. (5기통 디젤 엔진은 이미 신형 V90/S90/XC60 등에서 4기통으로 대체됐기 때문에 예상된 일입니다.) 하지만 멋진 차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예상된 디자인, 그럼에도 뜨거웠던 반응 

이 중형 왜건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사실 깜짝 놀랄 만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미 V90를 통해 차세대 V60 스타일은 예견됐기 때문인데요. 거기다 공식적인 공개 바로 직전 사진이 유출돼 아무래도 감흥이 덜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럼에도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V90 / 사진=볼보

V90 R-Design / 사진=볼보

SUV 열풍 속에서도 가치를 이어가는 중형 왜건들

사실 유럽에서, 특히 독일에서 패밀리 카 대명사는 왜건이었죠. 넉넉한 짐칸은 여름철 짐을 가득 싣고 휴가를 떠날 수 있고, 껑충하게 높은 SUV보다 무거운 짐을 싣고 내리기도 왜건이 더 편합니다. 또 장거리 주행 시에도 좋은 승차감은 매력적입니다. 거기다가 아우토반에서 빠르게 달려도 고속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좋기 때문에 보기와 달리 질주하는 왜건의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트렁크 공간은 반려견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서 동물들과 함께 부담 없이 이동할 수 있게 해줬고, 배달 문화가 덜 발달(배달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비싼)한 이곳에서는 짐칸 활용도가 높은 왜건은 말 그대로 다목적 자동차로 인기가 높은 편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회사에서 왜건은 업무용으로 인기 만점입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친 SUV의 열풍에 왜건의 점유율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100여 종에 가까운 SUV가 현재 팔리고 있고, 제조사들에겐 좀 더 높은 마진을 보장하는 SUV는 회사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왜건보다는 SUV의 새로움에 매료돼 갔습니다.


위축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왜건 등장을 이렇게 반기는 모습들을 보니 왠지 반갑기도 하고, 또 '아직 그래도 유럽에서 중형급 이상 세단에서는 왜건이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새삼 하게 됐습니다. 볼보 V60의 판매량이 XC60에 밀리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런 수준의 디자인이라면 충분히 수요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예상하게 됩니다.

유럽에서 처음 소개됐을 때 좋은 반응을 얻었던 마쯔다 6 왜건 / 사진=마쯔다

준중형 같은 중형 왜건 스퍼브 콤비. 측면과 뒷면 모두 실제로 보면 아주 매력적입니다. / 사진=스코다

C클래스 왜건. 이 차는 실제로 봐야 합니다. 뒷모습이 훌륭하죠. / 사진=다임러

기아도 중형 왜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죠. 콘셉트 카의 느낌을 조금만 더 살렸더라면 하는 아쉬움. 그래도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사진=기아

아우디의 고성능 RS는 중형 RS4, 준대형 RS6 모두 왜건으로밖에는 만날 수 없습니다. 참 독특한 구성이라 할 수 있겠죠? 멋집니다 이 모델도. / 사진=아우디


한 발짝 콘셉트 카에 다가선 V60

좋은 상품성

잉엔라트 디자인 체제로 바뀌면서 패밀리룩을 대폭 변경한 것은 볼보에겐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갖은 분들도 계실 거라 보는데요. 2013년 쿠페 콘셉트, 그리고 2014년에 공개된 에스테에트 콘셉트 모델을 보면서 '이대로만 나오면 빚을 내서라도 사고 말 거야.'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콘셉트 카들은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패밀리룩을 입고 등장한 첫 번째 XC90에 콘셉트 카를 통해 받은 느낌이 많이 줄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가 이 정도의 변화에도 만족했던 듯싶습니다. 판매 성적이 괜찮았으니까요. 이후 S90에서 저는 조금 더 디자인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고, XC60에서는 XC90보다 더 발전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된 V60는 에스테이트 콘셉트 카의 전면부 느낌이 조금 더 반영이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특히 앞면 하단 범퍼 스타일이 그랬습니다. 전면부는 단정한 듯하면서 강했고, 과도한 선처리 없이 심플한 측면, 그리고 다시 볼보 특유의 단단한, 하지만 세련된 느낌의 뒷면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익스테리어의 균형감이 좋았습니다.

XC60 / 사진=볼보

V60 / 사진=볼보

에스테이트 콘셉트 카. V60의 전면부는 좀 더 이 콘셉에 가깝습니다. / 사진=볼보

에스테이트 콘셉트. 아~~~~~~~~~~~멋집니다. ㅠㅠ /사진=볼보


자신들 특유의 디자인 유산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스타일은  볼보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되어버렸습니다. 디자인의 볼보라니, 놀랍죠? ;) 한번 잘 뿌리를 내린 디자인이 계속 유지, 그리고 발전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에겐 중요합니다. 여기에 볼보 특유의 안전 지향 정신이 이번 모델에도 잘 반영돼 있어 이래저래 독일 경쟁자들이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V60 / 사진=볼보


다만 한 가지, 더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XC90에서 실망했던 밋밋한 디지털 계기반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져 온 부분은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습니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아마도 S60 세단에 대한 기대가 더 크지 않겠나 싶은데요. 


저는 계속해서 중형, 혹은 준대형 왜건들이 SUV와 가치 경쟁을 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왜건 등장에 반색하는 저를 보니, 유럽 자동차 문화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게 아닌가 싶은데, 여러분들은 이 왜건 어떠신가요? 


추가 : 엊그제 포털 다음 칼럼 코너에 올린 '불면허 되려면 아직 멀었다' 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못 읽은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아래 링크 걸어놓았습니다. 면허 취득과정이 정말 강화된 것인지, 그리고 그것으로 불면허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적어 봤습니다.

'불면허' 되려면 아직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