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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디자이너 CEO되다 '토마스 잉엔라트'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 볼보 자동차의 디자인 수장이죠. 폴크스바겐 그룹에서만 쌓아온 20년 경력에 마침표를 찍고 2012년 볼보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얼마전 볼보는 폴스타를 전기차 브랜드로 독립시키며 초대 CEO로 토마스 잉엔라트를 지명했습니다.

토마스 잉엔라트 / 사진=볼보자동차


디자이너, 최고 경영자 되다 

디자이너 출신으로 경영을 맡게 된 흔치 않은 경우죠. 하지만 업계 선례가 있습니다. 브라이언 네스빗은 GM의 디자이너로, 현재는 GM과 합작 회사인 중국의 우링과 바오준의 CEO입니다. 크라이슬러의 PT 크루저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또 렉서스 회장이었으며 현재 글로벌 브랜딩 사장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토쿠오 후쿠이치 역시 디자이너 출신입니다. 


대중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디자이너

사실 토마스 잉엔라트는 자동차 팬들에게도 그리 익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1991년 아우디 디자이너로 시작해 폴크스바겐, 스코다 등, 폴크스바겐 그룹 내 브랜드에서만 자리를 옮겨가며 일을 했었는데요. 볼보로 자리를 옮기기 전에는 그룹 디자인 센터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현재 현대 자동차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페터 슈라이어, 그리고 폴크스바겐의 전설적 디자이너인 발터 드 실바 등에 가려져 있던 토마스 잉엔라트는 2012년 7월 볼보 디자인 부사장으로 스카우트 되었고, 이듬해 모터쇼에서 선보인 볼보 쿠페 콘셉트를 통해 화려하게 디자인 현장 전면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볼보 콘셉트 쿠페 / 사진=볼보


개인적으로도 최근 나온 여러 콘셉트 카들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하는 모델이 쿠페 콘셉트였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그리고 세련된 볼보의 디자인 변화를 이끈 사람이 누군지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습니다. 쿠페 콘셉트는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담았고, 실제로 이후에 공개된 XC 90부터 XC 40까지 제대로 이어져 왔습니다. 


최근 선보인 폴스타 원 모델은 아예 쿠페 콘셉트의 스타일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기까지 했죠. 벤틀리 실내 인테리어를 담당한 로번 페이지까지 함께 하며 볼보의 변화는 대중에게 큰 방향을 불러 일으켰고, 판매량 증가를 통해 변화의 방향이 옳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있습니다. 정말 새로운 볼보의 디자인이 토마스 잉엔라트의 주도 하에 이뤄진 건가 하는 점입니다.

폴스타가 공개한 One / 사진=볼보


토마스 잉엔라트가 볼보의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된 것은 2012년 7월이고, 쿠페 콘셉트가 공개된 것은 2013년 여름입니다. 1년 동안 과연 새로운 플랫폼이 적용된 콘셉트 카의 디자인을 주도할 수 있었을까요? 더군다나 이미 볼보는 2014년에 공개한 양산 모델 XC 90까지 거의 마무리를 한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볼보가 새로운 디자인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토마스 잉엔라트를 영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됩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자 했던 것이 아니겠냐는 것이죠. 

토마스 잉엔라트 / 사진=볼보


잉엔라트의 새 여정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볼보의 영리한 전략이었든, 토마스 잉엔라트의 내공이 폭발을 한 것이든, 어쨌든 볼보와 토마스 잉엔라트의 만남은 성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 변화를 통해 브랜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 변화를 맞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토마스 잉엔라트라는 디자이너에게 좀 더 큰 역할을 맡겼습니다. 평생 디자인만 했던 그가 과연 주도적으로 폴스타 브랜드를 이끌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볼보는 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선택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려 합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독일 디자이너 토마스 잉엔라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