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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포르쉐 911 이름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몇 가지

자동차 좋아하든 아니든 포르쉐 로고가 달린 스포츠카 한 번쯤 몰아 보고 싶다는 생각, 안 해본 이는 별로 없을 겁니다. 가장 많이 알려졌고,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성공한 스포츠카 브랜드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이 포르쉐를 대표하는 모델이라면 자연스럽게 911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911 이름, 모델명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알 만한 것도 있고 처음 들어보는 내용도 있을 겁니다. 오늘은 911 이름과 관련한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911 카브리올레 / 사진=포르쉐


356의 대를 이어라

처음 등장 땐 비판도

아시다시피 포르쉐가 처음 만든 모델은 356입니다. 1948년에는 오스트리아 그뮌트에서 약 50대가 생산되었고, 그 후 1950년 현재 핵심 공장의 하나인 슈투트가르트의 추펜하우젠으로 옮겨와 본격 생산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17년 동안 약 8만대에 가까운 자동차가 만들어지게 되죠. 356으로 자리를 잡은 포르쉐는 1950년대 말 후속 모델 생산을 본격적으로 계획하게 됩니다.


빠듯한 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은 포르쉐 박사 친손자인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 (일명 부치)가 맡았죠. 그리고 196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차를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911이 등장했던 당시 비판적인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전작인 356의 후임으로 보기엔 스타일도 달랐고 가격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911은 포르쉐가 전설적인 스포츠카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는 결정적인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911은 늘 새로운 세대가 등장할 때마다 비판에 시달려 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판을 뚫고 또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져 왔죠. 끊임없이 달려왔고 성장했습니다. 356의 시대, 356을 사랑하던 이들에게 911은 다소 낯설었지만 이제 포르쉐 하면 356이 아닌 911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됐습니다.

TYP 356 / 사진=favcars.com


901에서 911로, 그런데 왜 901이었을까?

포르쉐는 처음에 911이 아닌 901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몇십대는 판매되기까지 했죠. 하지만 변수가 생겼습니다. 푸조가 이의를 제기한 것입니다. 푸조는 이미 901이 등장하기 전부터 가운데 0이 들어간 세 자리 숫자의 네이밍 방식을 법으로 보호받고 있었습니다. 포르쉐는 어쩔 수 없이 이름을 바꿔야 했고 가운데 0을 빼고 1을 집어넣어 911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선 왜 901이라는, 9로 시작되는 세 자리 숫자를 사용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원래 포르쉐는 모든 제품명을 번호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는 가장 처음 만든 제품에 7번이라는 제품명을 부여했죠. 엔진이든 미션이든 무엇이었든, 포르쉐 박사와 회사가 만든 제품은 7번부터 이름이 순차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예를 들면 폴크스바겐 비틀의 경우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제조명은 '60(Typ 60)'이었고 356번째 만들어진 것이 바로 포르쉐 최초의 양산 자동차 356(TYP 356)이었습니다. 단순했죠? 그러다 911을 만들기 전 이 제조명 방식에 변화를 줍니다.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 이름을 지어주던 것을 버리고 폴크스바겐으로부터 무료로 쓸 수 있던 900대의 번호를 받아 이용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901은 바로 900대 첫 번째 모델이라는 의미였습니다.

911 1세대 사진 / 사진=favcar.com


독일에서만 부르는 엘퍼, 그리고 'Urmodell', 

두 번째는 왜 901에서 911이었나 하는 점인데요. 이것은 0에서 1로 바꾸는 게 가장 적은 비용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얘기죠. 1세대는 911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모델입니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가끔 이 1세대 모델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죠. 그리고 독일 사람들은 911을 엘퍼(Elfer), 또는 노인엘퍼(Neunelfer)라 부릅니다. 9는 독일어로 노인(neun)이고 11은 독일어로 elf죠. 그런데 elf가 아닌 Elfer로 부르는 것은 엘프보다는 엘퍼가 좀 더 입에 잘 붙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 한 가지, 포르쉐 고향인 독일에서는 1세대 911을 부르는 그들만의 호칭이 하나 있습니다. 우르모델(Urmodell)인데요. 오리지널 모델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좀 더 쉽게 바꿔보면 '원조 911' 정도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여전히 1세대 911은 독일에서도 특별하게 여겨집니다.

사진=포르쉐


타르가(Targa)의 등장!

911 타르가 / 사진=포르쉐


포르쉐의 주요 소비국가는 사실 미국이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포르쉐 판매량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죠. 이 미국 시장에 컨버터블 911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강화된 안전 규정으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됩니다. 그래서 꼼수 아닌 꼼수를 부린 게 바로 굉장히 폭이 넓은 롤 오버 바가 좌석과 도어 바로 뒤쪽에 만들어집니다. 전복되었을 때 안전을 고려한 대응이었습니다. 


타르가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방패'를 뜻합니다. 안전에 그만큼 신경을 썼다는 것을 모델명으로 확실하게 강조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타르가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서 1906년부터 1977년까지 열린 산악 경주용 대회인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 대회 명칭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이탈리아 드라이버와 이태리 제조사들의 자동차가 대부분 우승을 차지해왔지만 메르세데스와 포르쉐 등도 여러 차례 우승의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특히 포르쉐의 경우 1956년 포르쉐 550(제임스 딘의 그 차로 유명한)이 우승을 차지한 후, 59년과 60년 우승, 다시 63년과 64년 우승, 이후 66년부터 70년까지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게 되죠. 그리고 그 유명한 911 카레라 RSR이 73년 마지막 우승컵을 거머쥐게 됩니다.


카레라와 터보, 그리고 RS

카레라 RS 2.7 / 사진=포르쉐


1972년 파리모터쇼에 포르쉐는 특별한 스포츠카 버젼 911 한 대를 공개합니다. 바로 911 카레라 RS 2.7이었죠. 카레라(Carrera)라는 이름은 스페인어로 경쟁을 뜻합니다. 356 때부터 붙여진 이름으로 멕시코의 카레라 파나메리카나 자동차 경주 대회명에서 이름을 따왔죠. 이후 카레라는 고성능 모델에 붙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세대 911 때부터 흔히 얘기하는 고래 꼬리 (스포일러)가 달린 911 터보 모델이 등장하는데 카레라 RS의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RS, 그리고 RSR이라는 것은 독일어로 렌 스포트(Renn Sport), 렌 스포트 렌 바겐(Renn Sport Rennwagen)의 줄임말입니다. 각각 레이싱 스포츠, 레이싱 스포츠(의)스포츠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그리 거창한 의미는 아닙니다.

911 GT2 RS / 사진=포르쉐


2세대 911을 왜 G-Modell이라고 부를까?

2세대 911 터보 / 사진=포르쉐


911 2세대는 딱히 2세대를 만들어야겠다는 계획 하에 이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1세대가 처음 등장 후 포르쉐는 계속해서 부분변경을 꾀하면서 파생 모델을 내놓았죠. 911A, 911B, 911C, 그리고 911J까지, 숫자 뒤에 알파벳이 붙으며 조금씩 개선되어 왔습니다. 그중 911G가 가장 큰 변화를 맞게 되는데 이런 큰 변화 덕에 후에 2세대 911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911. 이제 2019년이면 8세대 (992)까지 등장하게 되죠. 이번엔 또 어떤 외계인(?)과 협업을 해 어떤 차를 내놓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스포츠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 모델은 911이라는 이름과 함께 자동차 역사가 이어지는 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드림카로 자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