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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연비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타이어 효율등급제

타이어 효율등급제라는 게 있다는 걸 아십니까? 좀 더 정확하게는 타이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라고 하는데요. 타이어가 구를 때 발생하는 회전저항, 그리고 젖은 도로 면에서의 제동 능력을 1~5등급으로 각각 표시해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제도를 말합니다.

사진=tuev-sued


예를 들어 회전 저항(Rolling Resistance)이 가장 낮은 타이어는 1등급 표시를 받게 되고 가장 나쁜 경우에 5등급을 받습니다. 젖은 노면 제동력(Wet Grip)의 경우도 가장 좋은 것이 1등급, 가장 나쁘면 5등급을 받습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표기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이 타이어에 붙어 있기 때문에 구매 시 소비자들이 확인할 수 있죠.

타이어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 / 사진=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 캡처


이 타이어 효율등급제는 제조사들이 효율이 좋은 타이어를 만들게끔 유도한다는 목적 아래 만들어졌죠.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효율을 말하는 걸까요? 우선 저항이 낮은 타이어는 그만큼 연비 효율이 좋아집니다. 구를 때 저항을 덜 받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함께 줄어드니 일거양득이네요. 타이어가 조금이라도 덜 닳아 좀 더 쓸 수 있으니 1석 3조쯤 되려나요?


타이어 효율성을 테스트하고 관리하는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보면 회전 저항이 10% 감소하면 약 1.74%의 연비 개선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회전 저항이 가장 낮은 1등급 타이어와 가장 나쁜 5등급 타이어의 차이는 리터당 1.5km라는 게 일반적 설명이죠. 우리보다 조금 먼저 효율등급제를 실시한 유럽 자료에는 좀 더 구체적으로 연비 차이가 나와 있는데요. 가장 낮은 A 등급과 비교해 각 단계별로 얼마의 연료가 더 소비되는지 표시해놨습니다.

A 등급 : 0

B 등급 : 0.10L /100km까지

C 등급 : 0.22L /100km까지

E 등급 : 0.36L /100km까지

F 등급 : 0.51L /100km까지

G 등급 : 0.66L /100km 이상

유럽위원회는 회전 저항이 가장 안 좋은 G 등급 타이어를 A 등급으로 바꾸면 약 5.51~6.85%의 연료가 절약된다고 했습니다. 타이어의 수명을 3만km로 보고, 100km에 약 6리터의 디젤을 소비한다면 그 절감액은 대략 120~160유로가 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효율등급제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 표시입니다.

라벨 등급별 표시 / 사진=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 캡처


위에 라벨의 경우 반원 형태의 색색의 등급 표시가 보일 겁니다. 회전 저항, 그러니까 연비와 관련된 등급을 보여주는 것인데요. 숫자가 낮을수록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어집니다. 그런데 그 밑에 가로로 숫자가 또 있는 게 보입니다. 글씨가 정확히 보이지 않겠지만 '젖은노면제동력'이라 되어 있고 숫자들이 1부터 5까지 있네요.


이 경우 등급 숫자가 낮을수록 제동력이 더 좋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충돌 안전을 생각한다면 바로 이 '젖은노면제동력' 등급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 표시는 부수적 등급 느낌이 드는 것처럼 작게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만 유럽의 경우 회전 저항과 함께 나란히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표시돼 있습니다.

유럽 타이어 효율등급을 나타내는 라벨. 유럽은 소음까지를 포함 총 3가지가 표시되어 있다. / 출처=위키피디아


그렇다면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 간 제동 거리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요? 역시 유럽 자료가 있어서 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유럽은 총 5단계로 가장 좋은 A부터 B, C, E, F로 등급이 표시하는데 EU에서 밝힌 등급별 제동력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속 80km/h에서 멈출 때)

A 등급 : 0m

B 등급 : + 3m

C 등급 : + 4m

E 등급 : + 5m

F 등급 : + 6m

따라서 이 자료대로라면 가장 좋은 A 등급 타이어와 가장 제동력 등급이 나쁜 F 등급 타이어가 장착된 자동차가 동시에 멈추게 되면 최대 6m까지 제동 거리의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차이는 굉장히 큰 것이죠.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지느냐 아니냐로 갈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타이어 제조사나 다른 기관 등에서 보여주는 자료를 보면 등급 간 최대 10m까지도 제동 길이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이처럼 중요하니 가장 이상적인 타이어는 회전 저항 등급이 1이 되고,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1이 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둘 다 1등급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약 저항을 줄여 연비를 늘리는 타이어를 장착한다면 그만큼 제동 시에 더 미끄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제동 거리가 짧은,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낮은 타이어를 선택하게 되면 그만큼 저항이 커지기 때문에 연비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회전 저항 등급이 낮으면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높고,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낮으면 반대로 회전 저항 등급이 낮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를 좋게 할 수 있지만 소재를 달리하고 형태나 구성을 달리하는 등, 연구 개발에 따른 가격 상승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만 합니다. 대체로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여름용 퍼포먼스 타이어는 회전 저항이 높아 4내지 5등급이 대부분이고 대신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은 그보다 낮아 제동력에서 더 도움을 받습니다.


반대로 겨울용 타이어는 미끄러운 도로 상황에 따라 제동력이 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이 좋지 않습니다. 에코 타이어의 경우가 회전 저항 등급이 1~2등급으로 낮고 젖은 노면 제동력도 1~3등급 사이를 보여줍니다. 현실적으로 가장 효율적이죠. 하지만 에코 타이어는 많은 분이 좋아하는 크고 넓은 타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스타일이나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춘 운전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tuev-sued


중요한 것은 자동차 타이어를 위한 효율등급 제도가 있고, 이것을 알려주는 라벨이 타이어마다 붙어 있다는 거, 그리고 연비 효율(회전 저항 등급)만 생각할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 제동 거리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도 함께 꼭 신경을 써서 타이어를 장착해야 한다는 점을 머릿속에 담아두는 일이라 봅니다. 앞으로 타이어 선택할 때 꼭 이 타이어 효율등급을 확인하셔서 (타이어 제조사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 경제적이면서 동시에 보다 안전한 타이어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