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체면 구긴 BMW X3, 신형은 만회할 수 있을까?

새로운 프리미엄 중형 SUV가 최근 2년 사이 유럽에서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먼저 2015년 9월 GLK에서 이름을 바꾼 메르세데스 GLC가 선을 보였고, 재규어가 새롭게 F-Pace를 2016년 4월에 내놓게 됩니다. 같은 해인 2016년 10월 아우디가 Q5 신형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볼보 XC60이 2017년 7월에, 그리고 레인지로버 벨라가 2017년 9월부터 공식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의 마지막이라 할 수 있는데요. BMW의 3세대 신형 X3가 현재 사전 예약 중이며 11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고 합니다. 흔히 고급 브랜드라 불리는 제조사들 거의 모두가 현재 중형급 SUV 시장에 발을 담그면서 치열한 판매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이중 재규어의 F-Pace가 판매량에서 떨어지고 사전 예약을 포함 6월부터 집계되고 있는 벨라의 경우도 아직 눈에 띄게 경쟁할 수준은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형 X3가 어떤 결과를 낼지 BMW 입장에서는 기대와 걱정을 함께 하지 않겠나 싶은데요.

X3 신형 / 사진=BMW


그렇다면 왜 신형 X3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가 이곳 독일 현지에서 느껴지는 걸까요? 그건 지금껏 X3가 BMW의 명성에 비하면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X3라면 잘 나가는 SUV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물론 2003년 처음 출시 후 지금까지 약 150만 대에 육박하는 그런 판매량을 보였으니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죠. 하지만 BMW라는 브랜드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특히 요즘 유럽과 독일에서의 판매량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2016년 유럽 고급 중형 SUV 판매량 및 순위 (상위 100위 기준)

우선 작년에 EU 28개국, 그리고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 유럽 자유무역연합 3개국, 거기에 러시아, 터키, 우크라이나 등 유럽 인근 국가 11개국, 총 42개국에서 팔린 자동차 상위 100개 모델 자료(출처 : focus2move)를 보도록 하죠. 그중 고급 중형 SUV만 떼어 내보겠습니다.

1위 : 볼보 XC60 (전체 66위, 판매량 : 84,502대)

2위 : 아우디 Q5 (전체 75위, 판매량 : 73,660대)

3위 : 메르세데스 GLC (전체 77위, 판매량 : 73,191대)

4위 : BMW X3 (전체 100위, 판매량 : 50,572대)


2017년 유럽 고급 중형 SUV 8월까지 판매량 및 순위 (상위 100위 기준)

1위 : 볼보 XC60 (전체 49위, 68,875대)

2위 : 메르세데스 GLC (전체 51위, 67,469대)

3위 : 아우디 Q5 (전체 87위, 44,664대)

BMW X3의 경우 올 1월부터 8월까지 유럽 및 인근 국가 42개국 전체 기준으로 100위 안에 들지 못했고, 따라서 상위 100개 모델 기준으로 한 순위에서 이름이 빠져 판매량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나머지 기간 동안 얼마나 선전을 할지 모르겠지만 경쟁모델들과 순위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그렇다면 홈그라운드인 독일에서의 X3 판매량은 좀 체면을 세웠을까요?


8월까지 독일 내 고급 중형 SUV 판매량 결과

1위 : 메르세데스 GLC (23,842대, 전년 동기 대비 39.5% 상승)

2위 : 아우디 Q5 (16,709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

3위 : 볼보 XC60 (11,490대, 전년 동기 대비 37.1% 상승)

4위 : BMW X3 (8,868대, 전년 동기 대비 0.4% 상승)

5위 : 재규어 F-Pace (2,827대 )

독일에서는 GLC 판매량이 저 멀리 앞서가는 가운데 아우디 Q5가 다소 주춤하며 3위 XC60과 간격이 급격하게 좁혀졌습니다. XC60 신형이 본격적으로 판매가 이뤄졌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한 가운데, X3는 모델 변경을 앞두고 있다고는 해도 전체적으로 경쟁 브랜드와의 판매량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자국인 독일에서조차 볼보 XC60에게 판매량이 밀리는 것은 BMW에겐 여간 속이 쓰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X3 신형 공개에 독일에서의 관심이 많았습니다만 실제로 공개된 후의 반응은 예상만큼 뜨겁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XC60 공개에 보인 독일인들의 반응이 좀 더 컸다고 느껴질 정도였죠. 

사진=BMW


3세대 X3는 2세대보다 7센티미터가량 길어진 차체 길이와 50mm가량 길어진 휠베이스 등을 통해 알 수 있듯 재미 쪽보다는 공간 및 실용성에 오히려 힘을 더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즘의 추세를 X3도 거스를 수 없었겠죠. 특히 중형급 고급 SUV를 찾는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 화려하고 더 고급스럽게 변했습니다.


연비 역시 신연비 기준으로 더 향상이 되었고, 옵션이 적용 안 된 기본가격이기는 하지만 2세대에 비해 500유로 정도의 가격 상승밖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옵션 종류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옵션마다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등을 더 따져 봐야겠지만 일단 가격표 상의 기본 가격만 놓고 보면 상승 억제도 어느 정도 됐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X3 /사진=BMW


하지만 메르세데스 GLC의 계속되는 성장세, 그리고 독일 전문지들로부터 늘 비교 테스트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아우디 Q5 등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거기다 새롭게 등장한 XC60은 뛰어난 디자인 변화를 가져왔죠. 호평 일색입니다. 더불어 전체적으로 서스펜션 등에서의 약간의 감점 요인을 제외하면 공간 및 안락함, 그리고 안전성 등에서 독일 전문지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어 앞으로 선전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쟁쟁한 경쟁자들과 X3는 무엇으로 승부를 펼쳐야 할까요? 현재로서는 전통적 장점인 핸들링 우수성 외에는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될 만한 게 없어 보입니다. 스타일에서도 기존 경쟁 상대들을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재규어 F-Pace나 레인지로버 벨라 등의 새로운 도전자들의 스타일링은 더욱 눈에 띄는 수준이라 부담이 여간 큰 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X3를 살리려 했다면 BMW가 좀 더 과감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X3 / 사진=BMW


X3는 분명 좋은 SUV입니다. 하지만 이 급에서 경쟁은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워낙 경쟁 모델들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과연 BMW는 무엇을 X3의 승부수로 삼았을까요? 구매자의 입소문, 그리고 전문지들의 비교 평가 등을 통해 의미 있는 반전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신형 X3는 경쟁의 높은 파고를 계속 타고 넘어야 할 거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