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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 코나, 엔진을 보면 경쟁차가 보인다?

예전부터 나온다 안 나온다 말이 많던 현대의 소형 SUV가 '코나'라는 이름을 달고 공개됐습니다. 유명한 커피를 생산하는 하와이 지역명이라고 하는데요. 물론 코나 이전에 B세그먼트 SUV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에서만 팔리던 것이었기 때문에 상징성은 떨어졌죠. 그러다 이번에 북미 시장과 유럽, 그리고 한국 내수 시장을 겨냥해 코나가 나왔고, 이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는 SUV 라인업을 제대로 꾸려 경쟁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코나 / 사진=현대자동차


코나는 우선 생김새가 독특합니다. 앞으로 나올 현대 SUV 스타일이 코나와 비슷할 거라는 얘기도 들립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이번 디자인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첫인상은  시트로엥 디자인과 흡사한 느낌을 주죠. 특히 C4 칵투스, 그리고 역시 최근에 공개된 C3 에어크로스 등과 닮았습니다. 


다만 시트로엥이 더 유니크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라면 코나는 더 다이나믹하고 강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들여다보면 측면부터 전후방 모두 면과 선 처리를 굉장히 화려하게 하고 있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 스타일에 신경을 썼습니다. 사진보다는 실물이 더 나은 듯하고, 독일에서도 코나 소식을 전한 매체들이 대체로 외형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상 : C3 에어크로스, 중 : 코나, 하 : C4 칵투스 / 사진 =시트로엥 & 현대자동차


다만 익스테리어의 강한 인상만큼 실내도 강렬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운전대를 감싸고 있는 가죽 스티치와 그 외 곳곳에 컬러를 넣는 등 신경을 썼지만 그 외에 새로움은 느껴지지 않았고, 공개 현장에 있던 기자들, 그리고 코나 출시 소식을 전한 독일 매체들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스타일뿐 아니라 첨단 사양이 여럿 적용되는 등, 소형 SUV치고는 고급스러운 구성을 하고 있다는 게 코나를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점점 고급화 되어 가고 있는 현대차의 방향성이 코나에게서도 드러난 게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엔진 구성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짙어집니다. 

코나 실내 / 사진=현대자동차


B세그먼트에 고마력 엔진이 들어가다

우선 내수 시장에서는 최고 177마력의 1.6리터 가솔린 터보 GDi가 적용되고, 디젤 엔진은 1.6리터급 ( 136마력)이 장착되는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유럽은 1.0 가솔린 터보(120마력) 엔진과 1.6 가솔린 터보가 함께 나오고 이어서 1.6 디젤도 판매될 전망입니다. 북미는 디젤을 판매하지 않는 관계로 1.6 가솔린 터보와 2.0 MPi 가솔린 엔진 두 종류로 승부를 보게 됩니다.


시선을 확 잡아끄는 것은 177마력 가솔린 터보 엔진입니다. 1.6 터보로 아반떼 스포츠 등에 적용되 200마력 엔진을 디튠해 177마력으로 이미 투산 등에 적용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한 체급 위에 있는 엔진이 코나에도 적용된 것이죠. B세그먼트 SUV에서 177마력은 굉장히 고마력입니다.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실 거 같아서 유럽에서 판매되는 주요 B세그먼트 SUV들의 엔진 마력을 비교해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코나 동급 마력 비교


혼다 HR-V (전장 약 4.29m)

가솔린 130마력 (전륜) / 디젤 120마력 (전륜)  

미국: 가솔린 141마력


지프 레니게이드 (전장 약 4.26m)

가솔린 110마력, 140마력 (전륜)

가솔린 170마력 (사륜) / 디젤 140마력 (사륜)


피아트 500 X

가솔린 110 마력, 140마력 (전륜) / 디젤 95마력, 120마력 (전륜)

가솔린 170마력 (사륜) / 디젤 140마력 (사륜) 


*피아트 X와 지프 레니게이드는 같은 엔진이 적용되고 있음


마쯔다 CX-3 (전장 약 4.28m)

가솔린 120마력 (전륜) / 디젤 (105마력)

가솔린 150마력 (사륜) / 디젤 105마력 (사륜)

미국 가솔린 146마력


시트로엥 C4 칵투스 (전장 약 4.16m)

가솔린 75마력, 82마력, 110마력 (전륜) / 디젤 99마력 (전륜)


르노 캡처 (전장 약 4.12m)

가솔린 90마력, 118마력 (전륜) / 디젤 90마력, 110마력 (전륜)


오펠 모카 X (전장 약 4.28m)

가솔린 115마력, 140마력 (전륜) / 디젤 110마력, 136마력 (전륜)

가솔린 140마력, 152마력 (사륜) / 디젤 136마력 (사륜)


쌍용 티볼리 (전장 약 4.19m)

가솔린 128마력 (전륜) / 디젤 115마력 (전륜)

가솔린 128마력 (사륜) / 디젤 115마력 (사륜)


미니 쿠퍼 컨트리맨 (전장 약 4.30m)

가솔린 136마력 , 192마력 (전륜) / 디젤 150마력, 190마력 (전륜)

가솔린 136마력, 192마력 (사륜) / 디젤 150마력, 190마력 (사륜)


닛산 쥬크 (전장 약 4.14~4.17m)

가솔린 94마력, 115마력, 117마력, 190마력, 218마력 (전륜) / 디젤 110마력 (전륜)

가솔린 190마력, 214마력 (사륜) 

미국 가솔린 188마력, 215마력


아우디 Q2 (전장 약 4.19m)

가솔린 150마력 (전륜) / 디젤 116마력 (전륜)

디젤 150마력, 190마력 (사륜)


*코나 전장: 약 4.16m


아우디 Q2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안 되고 있으며 따라서 사륜도 디젤에 집중돼 있습니다. 어떠세요, 전체적으로 봐도 코나 가솔린 177마력은 닛산 쥬크와 미니 컨트리맨을 제외하면 세 번째로 높은 마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0-100km/h와 최고속도를 가지고도 세 모델을 비교해 보면 좀 더 가늠하기 쉽지 않을까 싶은데요.

0-100km/h

코나 177마력 : 7.9초

미니 컨트리맨 192마력 : 7.5초

닛산 쥬크 190마력 : 7.8초


최고속도 

코나 177마력 : 210km/h

미니 컨트리맨 192마력 : 225km/h

닛산 쥬크 190마력 : 215km/h

엔진 마력, 그리고 흔히 제로백이라고 하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 최고 속도 등을 놓고 보면 세 모델이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레니게이드와 피아트 500 X가 170마력이 있고 그다음으로는 150마력과 140마력 수준 정도로 차이를 보입니다. 적어도 엔진 스펙만 놓고 보면 미니 컨트리맨과 닛산 쥬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는데요. 물론 현대차가 직접적으로 경쟁 상대를 지목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참고해야겠습니다.

코나 / 사진=현대자동차

국내에서는 177마력 이하 가솔린 엔진은 없다?

이처럼 제법 강한 엔진이 들어가는 데에 비해 177마력 이하의 저마력 엔진이 들어간 모델이 한국에서는 판매되지 않을 듯한데, 왜 그러는 걸까요? 현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판매되는 지역의 시장 상황에 맞게 엔진 라인업을 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유럽에서는 저마력 모델들도 많으니 1.0 가솔린 터보 (120마력)를 추가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렇게 가지 않겠다는 얘기인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면 177마력 이하 가솔린 모델을 원하는 고객들이 없어서 그러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방금 밝혔듯 현대는 1.0 가솔린 터보도 있고 140마력 수준의 1.4 가솔린 터보 엔진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140마력 수준의 1.4 엔진 정도라도 적용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혀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입니다. 


현대 측 얘기를 들어보면 짐작은 됩니다. 1.4 가솔린 터보 엔진과 1.6 가솔린 터보 엔진의 가격 차이는 의외로 크지 않다고 합니다. 쎄타 2.0과 2.4 엔진, 람다 3.3과 3.8 엔진 등도 마찬가지라고 하죠. 굳이 차이를 둔다면 기본 사양을 빼서 가격을 낮추는 것 정도인데 사양, 혹은 옵션에 민감한 시장 상황상 이런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니면 177마력 1.6 가솔린 터보 엔진을 다시 마력을 낮춰야 하는데 이럴 경우 개발비가 들기 때문에 결국 1.6 가솔린 터보만 시장에 내놓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나 /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1.0 가솔린 터보의 경우 1.6 가솔린 터보 엔진과 분명 가격적인 면에서 차이가 날 테니 국내에도 유럽처럼 적용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현대는 1.0 가솔린 터보는 한국 시장에서 뺐습니다. 혹, 현대가 고급화로 방향을 잡으면서 내수 시장에서 저마력을 전략적으로 제외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랜저의 판매량이 1위를 계속해서 달리고, B세그먼트 SUV에 177마력 엔진을 장착하고, 스팅어와 같은 고급 쿠페를 내놓고, 또 제네시스 같은 고급 브랜드를 론칭하는 등, 현대는 계속해서 한국 소비 시장을 차급에서, 마력에서, 그리고 가격에서, 상향 평준화시키고 있습니다. 일종의 소비 인플레 현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1.0 가솔린 터보의 한국 내 출시를 계속 요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쨌든 코나의 실체는 드러났습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현대가 신경을 썼다는 느낌입니다. 그만큼 소형 SUV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본 것이겠죠. 그리고 가솔린 엔진은 퍼포먼스로, 디젤의 경우 리터당 16km가 넘는 공인 연비를 자랑하며 경제성에서도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너무 고급화에만 초점을 맞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현대가 한 번쯤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