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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이런 타이어 들어보셨나요? UHP와 톨 앤 내로우,

자동차 타이어에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조용하게 변화를 이끄는 것이 하나 있고, 변화 정도가 아직까진 크지 않지만 놓치지 말고 눈여겨봐야 할 새로운 흐름이 또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타이어의 새로운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드릴까 합니다.

사진=콘티넨탈

우선 내용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 간단한 정보를 하나 익힐 필요가 있겠는데요. 많은 분이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확인해 보도록 하죠. 위 사진에 표기돼 있지만 도로 면과 맞닿는 부분을 ‘타이어 폭’ 혹은 ‘단면 폭’이라고 합니다. 또 휠의 외경, 그러니까 림의 외경부터 타이어 전체 외경까지를 ‘타이어의 높이’ 또는 ‘단면 높이’라고 하죠. 그리고 이 타이어 폭으로 단면 높이를 나누고, 여기에 100을 곱하게 되면 나오는 비율을 ‘편평비’라고 합니다.


215 / 50 R17


이런 숫자가 적혀 있는 타이어가 있다고 하죠. 여기서 215라는 것은 타이어 폭을 mm로 적어놓은 것이고, 50은 편평비(%)를, 그리고 R17은 휠에 타이어가 부착되는 부분인 림(Rim)의 지름(인치)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편평비의 경우 숫자가 낮을수록 타이어 폭 대비 높이가 낮다는 건데요. 215 / 45 R17 타이어가 215 / 50 R17 타이어보다 편평비가 더 낮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 편평비가 낮고 폭은 넓으며, 휠의 직경이 큰 타이어가 더 많은 차에 달려 나오고 있습니다. 흔히 울트라 하이 퍼포먼스(Ultra High Performance tire, 이하 UHP)타이어라 부르는 것으로, 독일 등에서는 17인치 이상의 휠, 최고속도 270km/h까지 달릴 수 있으며, 편평비가 50 이하인 타이어를 지칭하는데요. 일반 타이어에 비해 고속주행에 유리하고 코너링에도 유리합니다. 물론 가격도 더 비싼 편이죠. 이런 타이어는 옆에서 보면 휠을 감싸고 있는 고무 부분(사이드 월)이 좁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진=다임러

인터넷 등에서 타이어 교체했다는 운전자들 글을 봐도 점점 이 UHP타이어 얘기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일단 UHP 타이어를 장착하면 멋진 스타일의 휠과 조합을 이뤄 자동차의 전체적인 느낌을 세련되게 해줍니다. 그동안은 가격 때문에 E세그먼트 급 이상에 장착되었지만 점점 중형급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죠. 그리고 편평비가 높아 두툼해 보였던 과거 SUV와는 달리 요즘은 SUV에도 이런 UHP 타이어가 달리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고속주행이나 스타일 등의 이점을 얻는 대신 UHP타이어로 인해 잃게 되는 면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구름저항 등으로 인해 연비 효율성에 있어 손해를 보는데요. 배출가스도 그만큼 더 나옵니다. 여기에 편평비가 낮아지면 승차감에서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폭이 넓은 타이어의 경우 휠이 긁히는 등, 손상 확률 또한 높아집니다. 따라서 연비운전을 하며 기름 아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타이어의 폭이 좁고 편평비가 높은 친환경 타이어를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무슨 타이어가 저렇지?”


예전 BMW의 전기차 i3가 나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입니다. 동승한 아내가 어딘가를 가리키며 무슨 차냐고 묻더군요. i3라고 해줬고 간단히 알고 있는 내용을 들려줬습니다. 그런데 바퀴를 가리키며 “왜 저렇게 타이어가 좁지? 꼭 스쿠터 바퀴 같아.”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정말 특이하더군요. 폭은 좁았지만 타이어 직경은 꽤 커보였습니다.

i3 차체와 바퀴 / 사진=BMW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브리지스톤에서 i 시리즈를 위해 개발된 타이어였습니다. 전기차는 일단 완충하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가 핵심이죠. 따라서 타이어 폭이 넓게 되면 그만큼 구름저항이 커지고 주행거리를 줄이게 됩니다. 그러니 폭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여야겠죠? 거기다 직경을 키워 스레드 변형을 적게 하는 것도 역시 구름저항을 줄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차체도 탄소섬유를 이용해 가볍게 만든 걸 보면, 얼마나 주행거리를 위해 고민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전기차들은 전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일반 자동차와는 달리 폭이 좁은 타이어를 쓰는 편인데요.  i3에 적용된 타이어는 그것을 뛰어넘는 수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뒷바퀴의 경우 일반적으로 30대 초반의 공기압을 보이는데 i3 뒷바퀴는 40 PSI가 넘는 수준까지 공기압을 높였습니다. 여러 면에서 특이한 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의 타이어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MW i3 앞바퀴 : 155 / 70 R19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 : 205 / 55 R16

닛산 리프 : 205 / 55 R16

기아 쏘울 : 205 / 60 R16

르노 삼성 SM3 Z.E. : 205 / 55 R16

르노 Zoe (유럽 판매모델) : 195 / 55 R16

폭은 i3가 더 좁고 편평비가 높으며, 휠 직경도 훨씬 더 큽니다. 휠 직경이 20인치까지 장착되고 있죠. 이처럼 편평비까지 극단적일 정도로 높여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을 줄이고 승차감까지 고려했다는 게 BMW의 주장입니다. 소재나 스레드 모양 등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해 그립감을 높였다고는 하지만 좁고 직경이 큰 타이어는 주행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i3의 경우 도심에서 주로 이용하는 모델이고, 안전최고속도 역시 150km/h 수준이기 때문에 이런 조합이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타이어가 i3에만 적용된 건 아닙니다. 최근 타이어 업체 굿이어는 보도자료를 내고, 르노에서 새롭게 내놓은 세닉과 그랑세닉 하이브리드 모델에 폭이 좁고 직경이 큰 타이어를 장착하게 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세닉에 달린 타이어는 195 / 55 R20 수준으로, i3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폭이 좁고 휠의 직경이 큽니다. 편평비도 보통 전기차용 타이어 수준에 맞췄죠.

신형 세닉 / 사진=르노

신형 세닉에 장착된 ‘톨 앤 내로우 타이어’ / 사진=르노

업계에선 이런 타이어를 ‘톨 앤 내로우 (TALL AND NARROW)’라고 부르는데, 앞으로 크기가 작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이런 ‘톨 앤 내로우 타이어’가 더 많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타이어가 자동차 연비에 끼치는 영향력은 20%가 넘는다고 하죠. 전기차에 관심이 있거나 연비효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라면 내게 맞는 타이어가 어떤 것인지,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