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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운전하다 이 욕하면 벌금이 500만 원?

2009년 독일에서는 운전자가 할 수 있는 모욕에 대한 구체적인 벌금 기준을 밝혀 화제가 됐었습니다. 저도 이 내용을 한 번 소개한 적이 있죠. 오래전 글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오히려 요즘 우리 도로 환경에서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어서입니다. 부족한 내용을 추가해 전체적으로 새롭게 정리를 해봤습니다. 

엄격하고 딱딱해 보이는 독일인들이지만 알고 보면 친절하고 나름의 유머 감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법으로 엄격하게 정해놓고 있는 듯하면서도 또 어떤 경우에는 의외로 자율에 맡기기를 주저하지 않죠. 교통문화도 비슷한데요. 아주 세세한 교통 법규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신경 쓸 것이 많지만 정해진 규칙 안에서 무한 속도를 즐길 수 있는 아우토반이 있기 때문에 도로 위가 그 어느 공간 못지않게 자유롭다고 하겠습니다.

교통 벌금도 세세한 규정만큼이나 액수 차이도 나는 편인데요. 하지만 생각만큼 큰 벌금을 내는 경우는 일상에서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 이상의 강력한 벌금을 물리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인격적 모욕에 해당하는 행동이나 말을 했을 때입니다. 보통 40여 가지 정도의 욕과 행동을 운전자들이 해선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과연 어떤 행위, 어떤 말을 하면 안 되는 건지, 그리고 그에 따른 벌금은 어느 정도까지 물어야 하는지, 설명이 가능한 욕(?)과 행동 몇 가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찰관에게 해선 안 되는 말들>

독일 교통 경찰 / 사진=adac

"제복 입은 ㅂ ㅅ!" (1,500유로)

경찰관에게 화가 난다고 그 앞에서 이런 욕을 했다가는 우리 돈으로 최대 200만 원에 가까운 벌금을 낼 수 있습니다. 

" (경찰을 비하하는 표현) XX 야!" + 가운뎃손가락 들여 보이는 행위 (1,000유로)

경찰을 비하하는 표현이 독일에도 있는데요. 이런 표현과 함께 손가락 욕을 하면 약 130만 원에 해당하는 벌금을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해야 하는 게 바로 경찰관에게 대뜸 반말 (흔히 duzen이라고 함)을 하는 경우입니다. 독일 법원은 이럴 때에도 경찰에 대한 모욕이 인정된다며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권위를 세워줌과 동시에 그만한 책임도 지우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타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들>

사진=adac

"멍청이!" (1,500유로)

우리 말 '멍청이' 뉘앙스보다는 좀 더 강한데 딱히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이렇게 써봤습니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자칫 200만 원 가까운 거액을 벌금으로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미국처럼 항문과 관련된 욕이 있는데, 이 역시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너희들 다 빵꾸똥꾸!" (1,500유로)

직접적으로 항문 관련한 욕을 쓸 수 없어서 대신 빵꾸똥꾸라는 표현을 집어넣어 봤습니다. 최대 200 만 원 가까운 돈을 벌금으로 내야 합니다. 

"나는 지금 당신에게 빵꾸똥꾸라고 말하고 싶다." (1,600유로)

직접적이지 않게 이처럼 에둘러 말을 했더라도 강한 벌금형을 받게 됩니다. 오히려 직접 항문 욕설을 했을 때보다 더 큰 벌금을 물 수 있다고 하네요. 

"바보야, 정신병원이나 가라!" (1,500유로)

독일에서는 미쳤다는 표현을 함부로 쓰거나 그와 관련한 행동을 하면 안됩니다. 큰 벌금을 물 수 있는 것은 물론, 주먹다짐까지 이어지기에 십상이거든요.

"Bei dir Pxxx xxxx! " (750유로)

자신의 관자놀이 쪽에 집게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당신, 제정신이 아니군!"이라고 말하면 백만 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게 됩니다.

"야이 난쟁이야!" (1,000유로)

단어가 갖는 본래 뜻보다 좀 더 나쁘게 쓰이는 경우라 할 수 있는데, 벌금이 상당하죠? 

"Raubritter-도둑놈!" (1,500유로)

약탈(Raub)이라는 단어와 중세시대 기사를 뜻하는 단어(Ritter)가 합쳐져 욕설처럼 되어 버린 경우인데요. 이 역시 벌금이 엄청납니다. 사실 독일인이 아닌 이상에는 이런 단어가 주는 불쾌감을 제대로 느끼긴 어렵겠죠. 

"햇볕이 너의 뇌를 태웠구나!" (600유로)

차 지붕이 열리는 카브리오를 즐기는 독일에서는 이런 차를 타는 운전자들을 혹 질투해서, 또는 시비가 붙었을 때 모욕을 주기 위해 이런 표현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잘못하면 우리 돈으로 80만 원에 가까운 벌금을 물 수 있습니다.

"DX XXXXX Schwein- 이 바보 같은 돼지야! " (500유로)

독일에서 돼지를 뜻하는 단어 슈바인(Schwein)은 대표적인 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개'가 들어가는 욕과 비슷한 거라 보시면 될 텐데요. 그래서 사람에게 이 단어를 쓰면 싸우자는 뜻밖에 안되니 절대 쓰면 안됩니다. (어느 유명 독일 축구선수의 성에 슈바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데,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여성 운전자, 혹은 여성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들>

사진=오펠

"Hast du XXXXX XXX nichts Besseres zu tun?" (500유로)

특히 인상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독일에서는 여성운전자, 또는 여성을 향한 욕설과 혐오를 강하게 처벌하는 편입니다. 위의 문장도 여성운전자를 향해 주로 쓰는 표현으로, 우리 식으로 하자면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하러 차 끌고 나왔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멍청한 암소" (300~600유로)

이 표현도 여성을 비하한 것으로 절대 써서는 안 됩니다. 

"이 천박한 X아!" (1,900유로)

역시 여성을 매우 쌍스럽게 부르는 표현으로, 벌금이 우리 돈으로 약 250만 원이나 됩니다. 아무리 화가 난다 하더라도 절대 내뱉어서는 안되겠죠.


<운전자가 타인에게 해서는 안되는 행동들>

'혓바닥을 내민다' (150~300유로)

운전석에 앉아 다른 사람에게 혓바닥을 내미는 행동은 상대에 대한 모욕이 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검지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모아 O.K 시늉' (675~750유로)

보통 이 손모양은 O.K를 의미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동작을 하면 항문을 묘사하는 행동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검지로 관자놀이를 가리킨다' (750유로)

앞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표현과 함께 이 행동을 했을 때 750유로의 벌금을 문다고 했는데, 말없이 행동만으로도 같은 벌금을 내게 됩니다.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행동' (600~4000유로)

행동 중에 가장 많은 벌금을 물 수 있는 게 바로 손가락 욕입니다. 최대 우리 돈으로 50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물릴 수 있죠. 특히 이런 벌금의 경우 월급에 비례해 물리고 있어 금액 편차가 사람에 따라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면 한 점이라 하겠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행동이나 욕설에 이처럼 많은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게 어떤 분들 눈엔 심하게 보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나라 사람들은 사생활 보호나 인격 존중 등을 굉장히 중요한 가치로 여깁니다. 자동차용 블랙박스가 우리나라만큼 활성화 안 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데요. 

요즘 보복운전이다 뭐다 해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죠. 스스로 알아서 하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우리도 독일처럼 운전자든 보행자든, 서로의 거친 말과 행동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면 어떨까 합니다. 더운 여름 불쾌지수 높은 요즘인데, 아무쪼록 화 잘 다스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