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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獨 중고차 시장에서 헐값에 살 수 있는 럭셔리 자동차들

특별한 자동차가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차는 구입한 순간부터 가격은 내려가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격 하락은 대형 고급 차들도 예외는 아니죠. 오히려 럭셔리 모델들이 가격 하락 폭이 더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연식과 주행거리와 가격 하락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 독일의 자동차 매거진 아우토뉴스는 현재 독일에서 판매되는 럭셔리 중고차들 중 완전히 헐값 수준에 판매되는 모델들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모델 중 여러분이 관심을 가질 만한 녀석들 몇 개를 골랐고, 그 고른 모델들에 대한 중고 거래 시세를 다시 제가 확인을 해봤습니다. 정말 엄청나게 하락한 중고 럭셔리카들, 뭐가 있는지 같이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 (W220)

S클래스 (W220) / 사진=다임러

1998년 공개돼 2005년까지 판매가 됐던 4세대 S클래스입니다.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되었고 출시 당시부터 굉장한 인기를 누렸던 모델인데요. 약 485,000대가 팔렸으니까 판매에서도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중에서도 독일에서는 320 CDI의 디젤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려나가면서 디젤 럭셔리 세단의 확고한 지위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초기 모델들이 독일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1,300유로 (한화 기준 약 170만 원)에 내놓은 모델도 있었습니다.

시세를 확인해 보니 주행거리가 15만km 이상인 초기 모델들이 2천 유로대, 상태가 좋은 경우에도 5천 유로 이하면 구매가 가능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처음 출시 당시 독일에서 이 차의 가격이 86,000유로 (한화 약 1억1천만 원) 이상이었는데, 만약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한다면 2억에 육박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폴크스바겐 페이톤

페이톤 / 사진=VW

올해 3월부터 추가 생산을 하지 않기로 한 폴크스바겐의 기함 페이톤 역시 독일에서 무척 저렴하게 초기 모델들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흔히 오버엔지니어링이라는 표현으로 이 차가 설명이 되는데요. 당시 페르디난트 피에히 폴크스바겐 사장은 이 차를 위해 별도로 그 유명한 유리공장을 드레스덴에 짓고 메르세데스 S클래스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도전장은 무참히 찢기긴 했지만 페이톤에 대한 오너들의 만족감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폴크스바겐이 기울였고, 그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독일 오너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처음 페이톤이 나왔을 때 89,600유로가 넘는 가격에 사람들이 헉하고 놀랐는데, 단돈(?) 3,500유로 (한화 약 450만 원)로 구입할 수 있는 매물이 최근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시세를 살펴보니 10년 정도 되고, 주행거리 20만km 수준인 페이톤은 5천 유로 (약 650만 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주행거리가 10만km 대의 경우에도 천만 원 이하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독일에서는 10만 km 이상 주행된 차량들이 전체 중고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훌쩍 넘는데요. 

10대 중 1대 이상이 주행거리가 10만km 이상이라는 거죠. 브랜드에 따라서는 10만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보이는 모델들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로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들일수록 주행거리가 긴 모델들이 여전히 많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렉서스 LS 430

LS 430 / 사진=렉서스

2000년 유럽에 출시돼 2006년까지 판매가 된 3세대 LS입니다. 고급 사양이 가득한 일본산 럭셔리 모델로 독일 등에서 출시 당시 가격이 72,000유로였습니다. 430이란 이름은 배기량(4,300cc)과 관련이 있고,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렉서스의 기함을 알린 모델이기도 합니다. LED 후미등, 크루즈 컨트롤 기능 적용, 키레스고 시스템 적용 등이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현재 독일에서는 14만km 주행의 2003년 모델이 4,500유로(약 580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관리가 잘된 모델들도 7~8천 유로면 구입 가능합니다. 


BMW 7시리즈 (E38)

7시리즈 / 사진-BMW

3세대 7시리즈입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만들어졌죠. 독일 자동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장에서부터 내비게이션이 매립돼 나온 모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7시리즈 마지막 수동변속기가 적용된 게 E38이기도 하죠. 65,000유로 이상의 가격이었던 740i가 가장 많이 팔렸는데, 740i만 하더라도 지금 독일에서 약 5천 대 정도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이 내놓은 728i 가격이 놀라웠는데, 단돈 900유로였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관리가 돼서 그런지 외관은 정말 깨끗하더군요. 우리 물가 개념으로 이야기하자면 백만 원이 안 되는 가격으로 나오다니. 대신 디젤 모델들의 경우 배기가스 유로1 수준이라 자동차 세금으로만 매년 80만 원 가까이를 내야 한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겠습니다.


아우디 A8 (D3)

A8 / 사진=아우디

아우디의 기함 A8의 2세대 모델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가 됐습니다. 사진 속 A8 2세대는 초기 모델로 동그란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델입니다. 2004년에 그 유명한 싱글프레임이 적용되게 되고, 그 해부터 해서 한동안 미국은 물론 독일과 영국 등의 자동차 매체들로부터 최고의 럭셔리카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유로4에 해당하는 디젤 3.0이 인기가 높았는데 현재 이 초기 모델이 4천 유로 (약 520만 원)에 구매가 가능합니다. 물론 20만km 이상 달린 경우 2천 유로(약 250만 원)에도 살 수 있는데 현재 2000년~2004년식의 경우 독일에서 250대 정도가 매물로 나와 있습니다.


재규어 XJ (X350)

XJ / 사진=favcars.com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만들어진 재규어 XJ 3세대 모델입니다. 이안 칼럼이 디자인에 참여했던 모델이지만 무엇보다 이 3세대 XJ가 유명했던 건 부분적으로 알루미늄을 적용한 모노코크 바디 때문이었죠. 무게가 1,608에서 1,728kg 수준으로 경쟁 모델들에 비해 가벼웠습니다. 디젤 엔진도 2004년부터 출시됐었습니다. 당시 포드가 주인이던 시절이기도 했죠. 현재 중고차로 최저가인 5,200유로 모델부터 1만 유로 이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모델들도 몇 대 눈에 띕니다. 


롤스 로이스 실버 셰라프 

실버 셰라프 / 사진=favcars.com

무게 2.6톤, 길이 5.39m의 이 초호화 럭셔리 세단도 무심한 중고차 시세를 피하긴 어렵네요. 1998년 출시돼 2002년까지 나왔고 전체 판매량이 1,500대를 넘는 수준인데 현재 독일 중고차 시장에 4대에서 10대 수준이 나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중 드레스덴에서 나온 흰색 매물의 가격은 19,900유로! 사실 2만 유로(약 2,600만 원)라는 돈이 적은 액수는 아니죠. 하지만 롤스로이스라는 걸 생각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실버 셰라프가 처음 나왔을 때 독일에서 44만 마르크에 팔렸다고 하는데, 유로로 계산하면 24만 유로 정도 될까요? 당시 물가를 생각하면 우리 돈으로 4~5억 원은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다만 43만km라는 엄청난 주행거리가 부담되긴 합니다. 나머지 3대의 매물 가격은 3만 유로 후반에서 5만 유로 중반대까지 형성돼 있습니다. 모두 10만km 미만의 주행거리를 기록하고 있고, 온통 호두나무로 가득 채운 실내는 여전히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포르쉐 928

928 / 사진=favcars.com

포르쉐가 수랭식 엔진을 앞바퀴 쪽에 넣은 거로 유명했던 928입니다. 928이 부활하니 마니 얘기도 나오고 있다는데, 독일에서는 여전히 아우토반에서 가끔 만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합니다. 1977년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데뷔했고 1983년에 단종이 되는데 다만 928S나 928 GT와 GT-S 등은 그후 계속 출시돼 1995년까지 유지하게 됩니다.

미국 시장의 규제나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변화를 꾀했던 928이 만약 성공했다면 911은 지금 세상에 없는 모델이 됐을 겁니다. 911의 대체자로 당시 경영진들은 928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안 된 게 다행이었죠? 엔진뿐 아니라 서스펜션에서도 여러 시도가 있었고 한 때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차로도 이름을 떨치기도 했습니다. 

긴 세월동안 판매된 숫자는 약 6만대 수준이고, 현재 독일 중고차 시장에서 60여 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가격으로도 억 대가 훌쩍 넘는 이 차가 현재는 9천 유로 (대략 1천만 원 조금 넘는 수준) 대에서도 몇 대가 팔리고 있고, 2만 유로 정도면 상태 좋은 모델의 구입이 가능한 걸로 보입니다. 아~ 이런 건 정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외에도 레인지 로버 3세대(2002년~2012년)의 가격도 전체적으로 폭락을 한 상황인데요. 6천 유로에서 1만 유로 이하 가격으로도 살 수 있는 후보들이 제법 됩니다. 또 마이바흐 57과 같은 모델도 5만 유로 (약 6천 5백만 원)면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는군요. 물론 마이바흐 같은 차를 중고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한 때 세상을 호령하던 걸 떠올리면 조금은 안타까운 생각도 듭니다. 

물론 모든 마이바흐 57(숫자는 차의 길이)이 다 저렴한 건 아닙니다. 2천km밖에 주행을 안 한 2011년식은 그럼에도 우리 돈으로 6억 수준에서 현재 매매가 되고 있거든요. 단종된 것임에도 말이죠. 

자동차, 살 때는 정말 큰돈이 들고 옥이야 금이야 하게 되죠.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나면 당시의 그 영광은 그냥 화려한 앨범 속 사진과 같은 의미로 남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세월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특별한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죠. 오늘은 독일에서 똥값 (헐) 매우 저렴하게 구매 가능한 럭셔리 자동차 몇 대를 소개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