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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자동차 디스플레이, 가로와 세로의 대결

자동차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기어박스와 중앙 송풍구가 보통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사이에는 조작 버튼들이 모여 있죠. 이곳을 센터페시아라 부르는데요. 이 센터페시아가 빠르게 디지털화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라디오와 냉난방을 위한 버튼, 또 비상등과 열선 스위치 등이 있었다면 그 자리에 LCD 정보창이 등장하면서 좀 더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모카 X. 요즘 자동차에서 많이 보이는 기본적인 실내 구성 / 사진=오펠


세로형 디스플레이 모델들

정보창을 통해 운전자나 탑승자들은 내비게이션이 알리는 도로 정보를 확인하고, 차량 상태를 체크하며, 동영상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또 최근엔 스마트폰과 연동해 스마트기기 역할도 하기에 이르렀죠.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센터페시아는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위한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공간이 점점 커지더니, 몇몇 브랜드는 아예 이 안으로 각종 버튼을 다 집어넣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뭔가 "드르륵" "툭 투둑!" 하면서 돌리고 누르던 질감의 시대가 디지털의 매끈한 터치감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까지도 받았습니다. 이런 디지털 디스플레이 시대가 일상 속으로 찾아 왔음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곳이 바로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입니다. 모델 S와 SUV 모델 X는 자그마치 17인치짜리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를 점령했죠.


테슬라 모델 S / 사진=netcarshow.com

포르쉐 918이나 영국의 스포츠카 전문 브랜드 맥(크)라렌도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지만 역시 대중에게 알려진 세로형 디스플레이라면 테슬라의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테슬라는 D세그먼트급 전기차 모델 3를 내놓으며 기존과는 다른 15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했습니다. 아예 운전석 앞에 있는 계기판까지도 이 디스플레이 안에 담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게 되면 운전대와 디스플레이만 남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실내 공간이 마련되게 됩니다.

테슬라와 비슷한 컨셉트를 한 볼보 XC90도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9인치이기는 하지만 대신 디스플레이 주변 디자인의 경우 테슬라보다 좋은 점수를 받을 만한데요.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로 버튼이 몇 개 달려 있는 등, 테슬라에 비하면 아직 전적으로 터치식 디스플레이 형태라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볼보의 이런 변화는 디지털 디스플레이 시대가 얼마나 가까이 왔는지 느끼게 해줍니다.


XC90 / 사진=볼보

또 여러분이 잘 아실 르노삼성 SM6도 8.7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됐죠. 사실 SM6뿐만 아니라 요즘 나오는 르노 모델 세닉, 에스파스, 메간 등에도 SM6와 같은 것이 들어가 있습니다. 볼보와 비교하면 디스플레이 주변에 여러 버튼과 다이얼 등이 자리하고 있어서 아직까지는 변화 폭이 크지 않아 보이는데요. 그래도 과감한 세로형 구성은 독특한 르노만의 색깔을 만들어 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그랑세닉 / 사진=르노


가로형 디스플레이 모델들

세로형 중앙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차량들을 소개해 드렸습니다만 여전히 센터페시아 쪽 디스플레이는 가로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가로형 디스플레이의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세로형 못지않게 크고 주변이 단순화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디지털화된 계기판과 연결되는 결합형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E클래스 / 사진=다임러

메르세데스 S클래스의 과감한 디스플레이 배치는 테슬라의 그것만큼이나 파격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최근 나온 신형 E클래스 역시 S클래스처럼 12.3인치짜리 디스플레이가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에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운전석 주변의 대형 디지털화는 이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T-프라임 GTE 컨셉트 / 사진=폴크스바겐

폴크스바겐이  선보인 컨셉트카 T-프라임 GTE의 실내 모습입니다. 동영상으로 보니 사진의 느낌보다 훨씬 더 멋지더군요. 이 차의 경우도 12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5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나란히 배치돼 있습니다. 컨셉트 모델이기 때문에 이것 그대로 양산된다고 하기 어렵지만 전체적인 변화의 틀은 어느 정도 가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신형 파나메라 / 사진=포르쉐

그리고 약간 다른 형태이긴 하지만 포르쉐가 공개한 파나메라 신형 역시 파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수많은 버튼으로 운전자를 정신없게 했던 현재 파나메라와는 달리 12.3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가 깔끔하게 중앙에 박혀 있습니다. 재규어 XF도 10인치가 조금 넘는 디스플레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주변부까지 포함한 변화의 폭은 파나메라가 좀 더 커 보이네요.


XF / 사진=재규어

이처럼 대형화되고 있는 중앙 디스플레이는 현재 메르세데스와 폴크스바겐 그룹 등이 적용하고 있는 가로형과 테슬라와 볼보, 그리고 르노 등이 적용하고 있는 세로형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디지털 계기판과 나란히 배치된 형태는 독일 제조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지만 가로형과 세로형이 섞인 형태도 얼마든지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비전S 컨셉트 / 사진=스코다

한국 진출을 앞둔 스코다가 내놓은 새로운 컨셉트 모델 운전석과 보조석에는 각각 16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추가로 센터페시아 쪽에도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존의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유연하게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자동차 실내를 멋지게 마음껏 꾸밀 수 있게 됐네요. 좀 더 나아가보면,


F015 럭셔리 인 모션 / 사진=다임러

여기 다임러가 선보였던 미래형 자율주행차 F015 럭셔리 인 모션이 있습니다. 이 차는 운전석과 보조석을 가로지르는 길다란 디스플레이가 장착했죠. 그냥 쭈욱~~길기도 깁니다. 그리고 아예 전면 유리가 통째로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습니다. 전면 유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예전부터 여러 제조사가 준비해왔던 것이기도 합니다.


디지털 시대, 안전과 정보의 균형을 이뤄주길

일련의 변화를 보면 10년 후쯤 되면 자동차가 사물인터넷 시대의 한 카테고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디지털 세대에겐 자동차는 더 이상 아날로그 감성으로 어필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더 이런 변화의 폭을 크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게 있죠.

바로 자동차 본질,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써의 자동차가 되기 위한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차를 만드는 제조사도, 그리고 차를 소비하는 소비자에게도 중요한 가치입니다. 재미와 화려함만으로 꾸며진 디스플레이가 안 되길 바랍니다. 자동차는 쾌적하고 안전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