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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정부에 뿔난 엘론 머스크, 왜 음모론까지

독일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발표한 후 미국 테슬라의 경영자 엘론 머스크가 음모론까지 꺼내 들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금요일 독일 정부는 순수 전기차에는 4천 유로 (520만 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엔 3천 유로 (390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전기차 지원책을 발표했는데요. 단 기본가 6만 유로 이하의 모델들에게만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따라서 테슬라 모델 S와 (독일 판매 기준 기본가 88,000유로) 또 SUV인 모델 X는 (기본가 96,000유로) 이번 보조금 지원에서 제외되게 됐습니다. 그나마 이번에 선주문을 받은 모델 3의 경우 기본가가 31,000유로 수준이기 때문에 독일의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엘론 머스크는 어찌된 일인지 강하게 독일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입니다.


엘론 머스크 / 사진=위키피디아, Heisenberg Media


독일의 테슬라 견제?

소식을 전한 슈피겔에 따르면 엘론 머스크는 독일의 보조금 정책이 자국 자동차 산업에 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 세계 시장에서 고급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해 독일 정부가 나선 것으로 받아 들인 듯 보입니다.  

사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모델 3의 경우 35만 대가 넘는 선주문을 받았지만 얘기된 2017년 말까지 차가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즉, 한정된 보조금의 혜택을 모델 3가 제대로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 점도 엘론 머스크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 있습니다. 또 독일 정부의 정책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순순히 상황을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안된다는 의도가 담겼을 수도 있습니다.


테슬라 매장 / 사진=테슬라


보이지 않는 헤게모니 싸움?

일부에서는 이번 독일의 보조금 정책, 그리고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 엘론 머스크의 모습을 나란히 언급하며 전기차 시장의 패권을 놓고 미국 정부와 독일 정부의 보이지 않는 패권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분석은 완전히 긍정하기도, 그렇다고 완전히 부정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난 9월 미국에서 터진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때도 세계 시장 최상위 포식자 위치에 있는 독일 차를 미국 정부가 견제하기 위해 컨트롤하고 있다는 일종의 음모론이 공공연하게 나돌았었고, 미국과 독일의 이러한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되어 오고 있다고 많은 이들이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 국민들의 반대 여론

하지만 이번 독일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 엘론 머스크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이미 소개해드린 바 있지만 독일 국민과 정치권 일부, 그리고 학계 등에 넓게 퍼져 있는 반대 목소리가 그것인데요. 비록 제조사가 절반을 부담한다고 해도 세금이 투입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조세 형평성 문제로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충분히 보조금 없이도 고가의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는 이들에게 왜 국민 세금이 쓰이냐는 물음을 독일 정부가 완전히 무시하고 가격 제한폭을 두지 않았다면, 길거리에서 많은 시위대들을 만나게 됐을 겁니다. 메르켈 입장에서는 자신이 내건 전기차 공약 (2020년까지 전기차 백만 대 판매) 달성을 위한 정책을 폄과 동시에 국민의 비판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테슬라 뿐만 아니라 볼보나 포르쉐, 벤츠나 BMW 등, 유럽의 고급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모델들도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특정 회사 죽이기라는 관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굳이 보조금 혜택이 없더라도 여전히 테슬라는 구매력이 높고 기술적으로 전기차 부분에서 앞서가고 있기 때문이죠. 


포르쉐가 내놓을 전기 스포츠카 미션 E. 테슬라 모델 S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전기차는 4~5년 후에나 양산될 예정이다 / 사진=포르쉐

더욱 치열해질 패권 경쟁

그러나 헤게모니 싸움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하는 이들에겐 엘론 머스크의 이번 비판은 테슬라는 물론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애플과 구글 등 IT 업계, 그리고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부활을 꿈꾸고 있는 GM과 포드 등이 독일의 젖줄인 자동차 산업과 패권 경쟁을 위해 언제든 싸움을 걸어 올 수 있다는 짧은 예고편으로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엘론 머스크의 이번 작심 발언이 욱한 마음에 내뱉은 것인지 아니면 나름 깊은 수읽기를 한 끝에 나온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세상은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통해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어디만큼 달려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