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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배기가스의 숨은 골칫거리 '콜드 스타트'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닙니다만, 디젤 배기가스 문제와 관련해 계속해서 독일을 비롯 유럽 쪽 소식을 접하고 이를 또 전하려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디젤과 관련한 공부를 하게 됩니다. 덕분에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그리고 친환경 재생에너지까지, 그 관심의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넓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공부의 끝이 안 보일 정도로 정보의 양도 많고, 무엇보다 강력한 이산화탄소 규제와 디젤의 유해가스 배출 등, 배기가스 관련한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이를 좇는 게 버거울 정도입니다. 자동차의 패러다임, 생태계 자체가 변하고 있고  지금 우린 그 변화의 목격자로 살고 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각설하고,

디젤의 배기가스 문제의 핵심은 주행 중에 발생하는 유해가스가 제조사들이 밝힌 수준만큼 나오느냐 아니냐입니다. 다이나모 위에 올려놓고 최적의 상태에 맞춰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건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게 그간의 숱한 정보를 통해 파악이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실제 도로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해가스의 양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습니다. 

또 이 문제에서 자유로운 제조사는 한 군데도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와 같은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배기가스의 취약 지대가 또 있더군요. 바로 차갑게 식은 엔진에 숨을 불어넣는 순간으로, 이를 흔히 콜드 스타트(cold start)라고 합니다. 


엔진 시동 버튼 / 사진=BMW

저녁에 집에 돌아와 자동차를 세워두고 다음 날 아침 시동을 켜면 엔진은 잠깐 동안 차갑게 식어 있기 때문에 오일이 엔진을 적시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혹자는 겨울에 시동을 거는 것을 콜드 스타트라고 말하지만 엄밀하게 계절과 상관없이 냉각된 엔진이 시동을 거는 순간을 이야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콜드 스타트 시 또 한 가지 중요하고 위험한 게 있는데, 바로 엔진이 식은 상태에서 시동을 켤 때 디젤차의 경우 배기가스 후처리장치가 바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얘기는 이때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이 엄청나게 많아진다는 것인데요. 어느 정도 수준인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림이 있어서 소개를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국에 있는 배기가스 실험 전문 회사인 에미션스어넬리틱스의 자료입니다. 밤새, 혹은 장시간 차를 세워뒀다 시동을 걸었을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NOx)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로6의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치는 킬로미터당 0.08g (또는 80mg)이죠. 이를 기준으로 놓고 보면 디젤과 가솔린 수치를 한 번 비교해서 적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로 6 디젤차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 0.08g/km

디젤 차량 엔진 가열된 상황에서 시동을 걸 때 : 0.694g/km

디젤 차량 엔진 냉각 시 시동을 걸 때 : 1.061g/km


유로6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얼마나 많은 질소산화물이 콜드 스타트 때 발생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끔찍한 수준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침에 시동을 걸 때 차에서 냄새가 나고 머리가 아픈 경험을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니 당연한 일이겠죠? 그러니 가급적 콜드 스타트 때엔 차 밖에 있는 분들은 멀리 떨어져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디젤 자동차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도 다시 정리를 해보도록 하죠.


유로 6 가솔린차 질소산화물 배출 기준 : 0.06g/km

가솔린 차량 엔진 가열된 상황에서 시동을 걸 때 : 0.051g/km

가솔린 차량 엔진 냉각 시 시동을 걸 때 : 0.217g/km


디젤의 경우 시동을 걸 때 모두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질소산화물 배출에서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가솔린 차량 또한 냉각 시 시동을 걸게 되면 기준치를 3배 이상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독일 정부의 디젤 차량들 조사에서 나온 '일정 기온 이하로 떨어지면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인데요. 디젤과 가솔린 모두 정도의 차이만 있지 콜드 스타트 때엔 모두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과대 배출되고 있다는 거, 잊어선 안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여태까지 콜드 스타트 때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대한 기준은 없었던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관련 기준은 있어 왔고 2008년에 한 번 강화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디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새로운 배기가스 측정법을 준비한 유럽연합은  콜드 스타트 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 등, 유해가스 배출에 대한 기준 역시 강화할 듯합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강화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인데요. 더 이상 유해가스 배출과 관련해서 틈이 생기지 않도록 제대로 정부가 감독하고 정책적으로 제어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시스템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경을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 억제, 건강을 위해 질소산화물 등의 억제, 이 두 가지 골칫거리 꼭 좀 제대로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놈의 배출가스, 정말 문제네요 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