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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독일인들이 사랑한 미국 스포츠카 머스탱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4월 17일 독일 헤센주 에페르트하우젠(EPPERTSHAUSEN)이란 곳으로 미국 스포츠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포드 머스탱이 약 300대 정도가 세계 곳곳에서 모여들었습니다. 뉴욕에서 1964년 4월 17일 머스탱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였죠.

포드의 자료에 따르면, 머스탱은 2015년 전 세계적으로 쿠페 모델을 대략 11만 대, 컨버터블 모델을 약 3만 대가량 팔았는데, 지난해 스포츠 쿠페 단일 모델로 10만 대를 넘긴 유일한 자동차였다고 합니다. 미국 차라는 것보다 머스탱이라는 확실한 브랜드가 갖는 힘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뉴 머스탱 / 사진=포드


포니카와 머슬카

머스탱은 흔히 포니카라고도 불리죠. 가만, 미국 스포츠카를 이야기할 때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포니카' '머슬카' 등의 표현이 있는데 정확하게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자동차 스페셜리스트라 불렀던 친구 롱버텀님이 명쾌하게 머슬카와 포니카의 개념을 정리해 준 적 있어 이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머슬카는 보통 8기통 빅블락 엔진을 장착한 풀사이즈 차들을 말합니다. 포니카는 이런 머슬카 보다 가격을 낮추고, 차의 크기를 줄이고, 배기량을 낮춘 걸 말하는 거죠. 대략 이렇게 구분을 하면 될 듯하네요."


폰티악 GTO (머슬카) -> 파이어버드 (포니카)

세빌 SS (머슬카) -> 쉐보레 카마로 (포니카)

닷지 차져 (머슬카) -> 닷지 챌린저 (포니카)

포드 토리노 (머슬카) -> 포드 머스탱 (포니카)


"그런데 요즘 포니카들이 과거 머슬카의 엔진이나 차체 크기가 돼 버렸죠. 그래서 사람들이 같은 차를 두고도 포니카다 머슬카다 섞어 표현하는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6기통 포니카가 8기통 머슬카의 배기량이 된 것 때문에 구분이 모호해졌습니다."


머스탱 로고 / 사진=포드


독일에서 판매로 확인된 머스탱 사랑

긴 역사만큼이나 머스탱의 팬층은 두터운 편인데요. 이는 포르쉐, 벤츠, BMW, 아우디 등이 버티고 있는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일의 자동차 커뮤니티 중에서도 머스탱 모임은 미국 자동차 모임들 중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한 번 팬이 되면 좀처럼 바꾸지 않고 끝까지 애정을 쏟아붓는 유럽인들의 특성이 깊은 전통을 가진 머스탱과 연결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처럼 독일에서 머스탱이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통계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확인해볼까 합니다.

독일의 1분기 자동차 판매 결과 중 스포츠카만 따로 떼놓고 보니 재미난 결과가 나왔습니다. 독일연방자동차청의 자료를 토대로 독일 1분기 스포츠카 판매량이 높았던 상위 10개 모델은 아래와 같습니다.


<1분기 스포츠카 판매량 TOP 10>


10위 : 재규어 F타입 (301대)

F타입 / 사진=재규어


9위 : BMW Z4 (316대)

Z4 / 사진=BMW


8위 : 포르쉐 카이맨 (433대)

카이맨 / 사진=포르쉐


7위 : 메르세데스 AMG GT (448대)

AMG GT / 사진=다임러


6위 : 포르쉐 박스터 (915대)

718박스터 / 사진=포르쉐


5위 : 메르세데스 SLC (921대)

SLC / 사진=다임러


4위 : 메르세데스 E클래스 쿠페 (1097대)

E클래스 쿠페 / 사진=다임러


3위 : 포르쉐 911 (1811대)

911 / 사진=포르쉐


2위 : 포드 머스탱 (1823대)

머스탱 / 사진=포드


1위 : 아우디 TT (2299대)

아우디 TT / 사진=아우디

10개 상위 모델들 중 8개가 독일 브랜드, 1개가 영국 브랜드였고, 비유럽권에서는 유일하게 머스탱만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그것도 독일의 강력한 모델들을 다 따돌리고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겠습니다. 3월 한 달 성적만 본다면 아우디 TT 조차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유럽 소비자의 주문을 받은 머스탱이 미국에서 넘어와 구매자 일부에게 전달이 되면서 신차 등록이 되면서 순위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럼에도 머스탱이라는 이름 하나 믿고 선주문을 한 고객들이라는 점에서 팬덤이 얼마나 깊고 넓은지 확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또 독일만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가장 많이 팔린다는 2.3리터 에코부스트 모델보다는 V8 5.0리터 급 고마력 모델이 더 팔리고 있으며, 3대 중 1대가 컨버터블일 정도로 컨버터블 사랑이 남다르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뚜껑이 열리는 차량에 대한 독일인들의 애정은 포르쉐 카이맨보다 2배 이상 팔린 박스터 숫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머스탱 컨버터블 / 사진=포드


끝날 때까지 머스탱 사랑은 끝난 게 아니다

유럽 포드의 본사와 공장이 독일 뒤셀도르프에 자리하고 있다는 건 포드라는 브랜드에 대한 독일인들의 애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머스탱 자체 매력은 독일 스포츠카로 대동단결하는 독일인들의 단결 의지(?)마저도 꺾어 놓고 있습니다.

또한 운전의 재미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이 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점도 6세대 머스탱이 유럽에서, 그리고 독일에서 선전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가 되겠습니다. 주행에 있어 잘 짜여진 독일 차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미국 머슬카만의 맛을 머스탱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좋아하게 만든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 유럽에서는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등에 대한 관심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죠. 노르웨이나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을 내놓은 상태이기도 합니다.

유럽 각국에서 익어가고 있는 거대한 자연흡기 엔진은 물론 엔진 그 자체에 대한 반대 분위기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됐습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머스탱과 같은 미국 포니카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연기관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는 그날까지는 적어도 독일인들의 이 미국 스포츠카 사랑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머스탱은 참 복도 많은 차네요.


사진=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