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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벤츠 슬로건 사용 금지 소송에 들어간 사연

자동차 회사는 대기업입니다. 산업의 핵심 축이자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죠. 제조 공장이 어느 지역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지역 경제를 좌우하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국가 기간산업 안에 포함되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각종 정책 등을 통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 육성하려 노력하는데요.

하지만 무조건 밀어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거대 자본이 오가는 만큼 여러 규제를 통해 통제 불가능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율을 해야 하죠. 하지만 정부의 정책과 의지만으로 자동차 산업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 외에 중요한 견제 수단으로 소비자 단체나 자동차 단체, 또는 환경 단체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가 못하는, 혹은 안 하는 실험과 분석을 통해 제조업체들의 잘못을 밝히거나 개선책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대 자동차 업체를 상대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전문 기관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의 핵심 산업인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오늘은 독일의 한 환경단체의 모습을 통해 이런 단체의 존재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단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임러를 고소한 환경단체 DUH

며칠 전 독일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도이체 움벨트힐페(Deutsche Umwelthilfe, 이하 DUH)라는 비영리단체가 다임러 그룹을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에 고소한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고작 직원 80명의 작은 환경단체가 세계적인 기업인 다임러를 상대로 왜, 어떤 소송을 제기한 걸까요?

DUH는 예전부터 질소산화물 등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유해가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가 터지면서 이 문제는 세계적인 이슈가 됐고, 당연히 DUH의 목소리도 높아졌죠. 스위스 대학의 도움을 받아 자체적인 배출가스 테스트를 실시했고, 그들의 레이더망에 메르세데스 벤츠도 포착이 됐습니다.


메르세데스의 친환경 디젤 기술 블루텍 / 사진=다임러

네덜란드 환경부의 디젤차 배기가스 테스트에서 메르세데스 C클래스 (구형) 220 CDI 모델은 다임러가 카탈로그에 밝힌 기준치를 10배나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인데요. 이미 벤츠는 미국 EPA의 테스트에서도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질소산화물이 초과 배출돼 이후 미 정부에 의해 정밀 조사를 받았고, 또 프랑스 정부가 실시한 테스트에서도 S350 디젤 모델이 이산화탄소 배출이 40% 과다 배출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다른 실주행 테스트에서는 질소산화물의 배출량 폴크스바겐 골프를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DUH는 카탈로그에 표시된 배출량과 다른 결과를 보였다는 그 자체가 이미 다임러가 신뢰를 잃은 것이라며, 그들의 슬로건 'THE BEST OR NOTING' 사용을 중지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낸 것입니다.


벤츠 슬로건 BEST OR NOTING / 사진=다임러


일회성 아닌 지속적 감시와 비판

DUH는 소송에 들어가기 전 다임러와 이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듯 다임러는 광고를 중단할 수 없음을 밝혔죠. 실제로 이 소송이 다임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DUH의 소송이 다임러 주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회사 측에서는 좋은 실적에 따른 배당으로 주총의 이슈를 몰아가길 원했지만 주주들 입장에서는 소송 건에 대해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은 예상했습니다. 특히 이 소송 관련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번 소송이 (독자들에겐) 전쟁과 같은 것으로 들리진 않겠지만 반응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고 다임러를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라며 회사 입장에선 곤란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개막일 당시 DUH 관계자들의 배기가스 관련 시위모습 / 사진=DUH

1975년에 만들어진 DUH는 유럽연합의 공식적인 협력기관으로 환경과 관련한 각종 문제들을 연구하고 조사해 대안을 제시하거나 문제를 이슈화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들의 자동차 배기가스 문제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네덜란드에서 테스트된 문제의 C 220 블루텍 모델에 대해 독일연방자동차청에 형식승인을 하지 말라는 의견을 낼 정도로 치열하게 배기가스 문제와 맞서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운전자,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파고들었고, 한두 번 시도하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는 모습은 충분히 거대한 자동차 제조사에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 이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결코 이쯤하고 물러서는 어정쩡한 타협을 하진 않을 것입니다.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이 무언지, 그렇고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어떠신가요, DUH처럼 제대로 감시하는 기관이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겐 고마운 일이고 제조사들에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되겠죠? 그러니 우리에게도 이처럼 자동차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할 줄 아는 기관이 하루빨리 생겨나야 합니다. 적어도 자동차에 있어서 만큼은 제조사가 무서울 것 없다는 태도를 갖지 못하도록 긴장하고 소비자 눈치 볼 수 있게 하는 그런 건강한 기관이 말이죠. 

  • 아무개 2016.04.11 1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주주의가 더 무르익어야 주변 일에 주인으로서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래야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눈길도 바뀔 것 같습니다.

    • 무르익어야 더 관심을 가질 수도 있겠고, 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가 더 무르익을 수도 있겠죠. DUH는 시민단체로만 보기엔 하는 역할이나 일이 굉장히 전문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이런 감시 기능이 우리나라에서도 빨리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디젤마니아 2016.04.11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벤츠가 차가 좋긴 하지만, "The best or onthing" 슬로건은 너무 오만한 것 같아 좀 거슬리기는 했습니다. 자기네가 모든 면에서 최고는 아닐 테니까요. 카탈로그와 현저히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 분명하다면, 견제와 지탄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환경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 감시와 견제의 순기능을 많이 하고는 있지만, 이런 단체도 가끔 잘 들여다보면 무엇인가 이익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활동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잘 지켜보아야 하며, 이들도 일부 견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죠.
    세계적인 구호 단체 중 몇 곳도 잘 들여다보면, 자기네 임직원 인건비로 대부분의 구호 기금이 사용된 사례도 있었고, 정치적인 결탁이 있었던 사례도 있었죠.
    자본주의 사회에선, 어차피 모든 사업이 이익을 내야 하는 게 기본이므로 어쩔 수는 없다고 치더라도 이런 단체나 기관의 활동도 잘 지켜보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물론이죠. 건강한 견제를 하기 위해선 그 견제 세력의 청렴도 또한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래도 현재로서는 DUH 정도의 열정과 청렴도는 부럽기는 하네요. 제조사들에겐 눈엣가시같은 존재거든요. ^^

  • 겉보리 2016.04.11 2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의합니다. 우리나라도 제대로 활동하는 단체들이 더 많아지고 활발해져야 합니다.

    • 분야별로 특화돼 그 분야의 전문성과 대중성, 그리고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지...소비자들의 관심이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겠죠.

  • 비씨 2016.04.14 0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대로 일?을 하는 제대로된 시민단체? 우리나라에도 필요합니다.

  • 이젤완초당 2016.05.03 1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고가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뉘앙스좀 정확히 번역해 주삽.

    • 직역하면 최고 또는 아무것도 아닌이 아닌가요? 그러면 의역해서 최고가 아니면 의미 없다. 아무 것도 아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거 같은데; 잘 못 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