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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깃발 먼저 꽂은 현대, 수소차 주도권 뺏기나

현대자동차는 2013년 자동차 회사로서는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양산했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물론 미래학자들까지도 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수소연료전지차를 꼽고 있죠.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이 전기가 모터를 돌려 움직인다는 것이 기본 원리인데요. 물 외엔 배출될 게 없는, 말 그대로 청정자동차라 하겠습니다.

현대의 수소연료전지차는 iX35 투산을 개조해 판매가 시작됐고, 유럽에서 100대 넘게 판매가 되기도 했습니다. 유럽 출시 당시 독일 유력 매체 포커스의 시승 영상을 보면 기자가 현대의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 굉장히 만족스러워 했고 독일 정부가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에 더 빠르게 나서라는 권유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나 주목을 받는 듯했던 iX35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독일의 관심은 거기까지였습니다.


iX35 수소연료전지차 / 사진=현대


디젤게이트 덕 톡톡하게 본 도요타 미라이

현대가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하고 약 2년이 지나자 도요타는 미라이라는 수소연료전지차를 내놓게 됩니다. 일본 정부의 수소차 지원 정책과 맞물려 판매 시작과 함께 좋은 반응을 얻기 시작했고, 작년 하반기에는 세계 시장 진출까지 시작됐습니다. 이런 미라이는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게 되는데, 바로 디젤게이트가 터진 것이죠.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 유럽에 론칭한 미라이는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매체들은 일제히 미라이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고, 이 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뿐만 아니라 수소차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사설부터, 정부의 인프라 구축이 더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기사까지, 언론의 반응은 상당히 적극적이고 공격적이기까지 했습니다. 디젤게이트와 맞물려 순식간에 미라이를 중심으로 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독일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갑자기 테슬라의 유럽 진출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미라이 / 사진=도요타


전기차의 애플로 불린 테슬라

수소차의 애플로 불리기 바라는 도요타

유럽에 테슬라가 진출을 선언하고 판매가 시작됐을 당시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판매량과는 무관하게 이미 유럽인들에게 테슬라는 마치 애플 같은 이미지를 얻었죠. 실제 독일의 한 언론도 '전기차의 애플이 된 테슬라'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전기차의 애플로 불리는 것처럼 자신들이 수소연료전지차의 애플로 평가 받기를 원한다는 듯 매우 적극적으로 미라이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참고로 구글 등에서 'Mirai'와 'iX35 Fuel Cell'을 검색해 보면 미라이가 2천만 개가 넘는 검색결과가 나오는 반면 현대 수소연료전지차는 30만 개 이하의 검색결과가 나와 극명한 대조를 보입니다. 단순히 검색결과 갯수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겠죠. 하지만 현대의 수소차 출시 때와 사뭇 다른 해외 분위기임에는 분명합니다. 


먼저 깃발 꼽은 현대, 선점효과 잃어 버리나

도요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수소연료전지차 특허 수천 건을 2020년까지 무료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마치 테슬라가 전기차 특허를 공개한 것처럼 말이죠. 두 회사 모두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냈습니다. 현대보다 먼저 수소차 연구를 시작했지만 현대에게 양산 판매의 선수를 빼앗긴 도요타. 하지만 프리우스가 하이브리드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수소차 시장을 미라이를 통해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전략은 현대가 먼저 시도를 했어야 합니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이라는 타이틀에만 머물러 있다가는 도요타나 이미 전기차 외에도 수소차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는 독일 업체들에게 속절없이 시장을 빼앗기게 됩니다.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당장 본격적 판매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도구로 수소차를 이용할 시점입니다. 

펀드라이빙 BMW, 안락함의 벤츠, 내구성과 하이브리드의 도요타 등, 자신들만의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는 제조사들이 지배하는 내연기관 보다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역인 수소연료전지차 분야에서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 올려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수소차 판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데 아직 이 부분이 미비하기 때문에 현대차가 적극 수소차 마케팅을 펼치긴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뒤에 발을 담근다는 건 패스트 팔로워라는 그간의 현대차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됩니다. 현대가 정말 자신들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면 확실한 투자와 전략이 있어야겠죠. 그런 노력과 도전없이 시장을 선도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수소차 시장에 대한 해외 반응과 흐름을 철저히 분석해 과감하게 마케팅을 해보길 바랍니다. 현대에겐 수소차는 분명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진=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