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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떨어지는 기름값을 자동차 회사들은 왜 걱정할까

기름값 추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가 하락은 자동차 판매량에도 영향을 줍니다. 한 마디로 더 많은 자동차를 팔 수 있다는 뜻인데요. 그런데 독일의 유력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름값 하락에 남모를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알 듯 모를 듯한데, 도대체 차량 판매가 늘어나는데 제조사들이 왜 고민을 한다는 걸까요?

독일연방자동차청(KBA)은 2016년 1월 독일에서 개인들의 신차 구입이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3.3%가 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고차 판매량이 2.0%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결과였는데요. 이 중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량 역시 2,814대(플러그인 하이브리드 976대 포함)로 전년 동월 대비 48.7%가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반면 순수전기차의 경우 27.6%가 줄었습니다. 

특히 가솔린 판매 비중이 49.6%로 가장 높았고 디젤은 48.7%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한 마디로 '개인들이 가솔린 새 차의 구매 비중을 늘렸다.'라고 정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기사에서 딜러들은 저유가 시대에 맞춰 세단과 스포츠카, 그리고 SUV 등의 판매량을 더 늘리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소개를 했습니다. 마진이 높은 차량들을 이 기회에 많이 팔겠다는 건 자연스러운 전략이겠죠.

사진=아우디

개인 딜러뿐만 아니라 제조사들에게도 마진 높은 차량들이 많이 팔려나간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또 다른 고민을 만들고 있는데 바로 이산화탄소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당장은 마진 높은 고마력의 세단과 스포츠 카, 그리고 SUV 등이 더 팔리는 게 좋은 일임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부터 적용되는 신 연료측정법에 따라 판매되는 차량들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값은 제조사별로 킬로미터당 95g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기준을 넘기면 엄청난 벌금을 토해내야 하고, 따라서 제조사들은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판매 비중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계속 짜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유가로 인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대형 가솔린 엔진, 고성능 스포츠 카용 엔진의 소비가 늘어났고, 그 늘어난 만큼 이산화탄소 평균값은 올라가게 됩니다. BMW의 고위 임원은 쥐트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낮은 유가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전기차 ZOE / 사진=르노

하지만 기본적인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우디를 이끌고 있는 루페르트 슈타들러 회장은 전기차에 대한 장기전 판매전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했고, 앞서 우려를 나타냈던 BMW 임원 역시 긴 관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자동차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저유가 시대에 뜻하지 않는 제조사들의 고민을 보면서 이산화탄소 규제가 어떻게 자동차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는지,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은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IT 시대에 맞게 변해가는 자동차, 그리고 이산화탄소 규제에 맞춰 변해가는 자동차라는 두 가지 축을 빼고 앞으로의 자동차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