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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당신이 만약 자동차 관련 선거 공약을 내건다면?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안 남았죠? 한국에 왔더니 선거 분위기가 확실히 더 느껴지는데요. 관련해 한 가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만약 내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면, 혹은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후보가 된다면, 과연 자동차나 교통문화 관련한 공약으로 무엇을 내걸까?' 하고 말이죠.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담론, 혹은 교통문화 등은 의외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자동차는 남자들의 장난감으로만 인식돼 있고, 교통문화는 전문가들이나 알아서 하는 거라는 그런 분위기인 듯합니다. SNS 안에서도 확실히 느껴지는데요. 안전 운전하자는 이야기 보다는 음식 정보나 정치적 멘트에 더 반응이 뜨겁고, 자동차 미래 트렌드를 이야기하면 반응은 가라앉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자동차 2천만 대 시대를 맞았습니다. 세계 10대 사망 원인에 교통사고가 들어갈 정도로 흔한 비극이죠.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자 발생과 경제적 손실은 또 어떻습니까? 또 FTA 얘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게 자동차 업계의 이익입니다. 그 정도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이처럼 우리 생활과 떼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자동차와 교통문화임에도 대중의 관심, 정치적인 차원에서의 관심 또한 적은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교통이나 자동차 관련한 공약을 주요한 이슈로 끄집어 낸다는 건 오히려 비현실적인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우리 인식의 틀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동차는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페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코앞에 왔고,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첨단화된 자동차는 곧 움직이는 정보통신기기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이런 거대한 변화를 통해 우리의 삶 또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이런 시대를 과연 어떤 정치인이 제대로 맞이하고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습니다. 또한 교통문화의 개선을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로 환경이 마련되었을 때, 이것이 가져다 주는 많은 열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은 또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답답한 마음에 얼마 전 저희 자동차카페 더모터스타 회원님들에게 같은 질문을 드린 바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치인이라면, 그래서 자동차나 교통 문화와 관련한 공약을 내 건다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요?' 라고 말이죠.

어떤 대답들이 나왔을까요? 어려운 문제라 참여는 생각만큼 많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의견들이 좀 있어 오늘은 그 중 몇 가지 소개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과 같은 주장도 있을 것이고, 이 의견들에 담겨 있지 않은 여러분만의 '공약'도 있을 줄 압니다. 한 번 읽어보시고, 잠깐 정치인이 되셔서 댓글로라도 의견을 주고 받아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사진=아우디


닥신님 의견:

차량의 성능은 10년 전보다 좋아졌는데 도로의 성능은 아직 10년 전인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제한)속도를 고속도로 등에서 10~20km/h 정도 올리면 차량 소통이 좀 더 원활해질 거라 봅니다.그리고 오토바이의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 오토바이의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의 통행을 막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자동차 전용도로부터 순차적으로 허용하고 그 다음 고속도로를 허용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세금 낼 거 다 내고 보험도 드는데 왜 차는 되고 오토바이는 안될까요. 이상 조만간에 오토바이 구입 예정인 1人의 항변이었습니다.

제한속도 상향 주장은 계속 있어 왔던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고속도로 설계속도가 이를 허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야 할 것이고, 환경문제 등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고민을 해야 할 겁니다. 또 무엇보다 흐름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지정차로제 등이 철저하게 교육되고 지켜져야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독일 아우토반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무제한 도로이지만 안전하게 느껴지는 게 바로 이런 약속된 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렇게 되어야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주행도 더욱 안전해지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두 공약에 기본적으로 찬성하는 바입니다.


겉보리님 의견:

전부터 가끔 말씀드렸던 것인데, 고등학교 과정에 교통 문화, 법규, 운전 교육을 선택 과목으로 넣고 성실히 이수한 학생이 졸업 때 시험에 합격하면 운전면허를 취득하게 해주는 것을 추진하겠습니다. 교통 안전에 대한 교육은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교통 안전 교육은 유아교육 단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실제 운전에 대한 교육을 청소년기에 받을 수 있게 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교통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강력하게 이 부분을 주장하고 싶습니다. 자전거 교육과 자전거 면허 등이 학교 교육 과정에 편성돼 있는 독일처럼 초등학생 때는 일반 교통교육과 자전거 교육을,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는 운전 교육을 받게끔 하는 거죠. 정규 과목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학교 수업으로 이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어린 시절부터 교통에 대한 포괄적이고 철저한 이해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운전자가 되었을 때 어떤 도로 환경이 마련될지는 충분히 상상이 가능할 것입니다. 꼭 좀 이뤄졌음 좋겠습니다.


휴이님 의견 :

1. 250cc 이상 오토바이 자동차 전용도로 및 버스전용차로 통행 허용(영국은 허용 후 교통정체 개선됨)

2. 위협운전 및 보복운전 적발 시 면허 취소

3. 고속도로 제한허용속도 130km/h로 상향조정

4. 민자도로 수익성 재산출을 통한 통행요금 인하

5. 운전면허 취득과정 전문화로 현 체계 개선

닥신님의 내 건 공약 두 가지가 여기에도 포함돼 있네요. 보복운전에 대해서는 저 역시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반드시 이런 분들이 재면허를 딸 때에는 심리상담 같은 과정을 꼭 이수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민자도로 통행료의 현실화는 누구나 바라는 부분일 겁니다. 검은 커넥션이 깨져야 가능한데, 이런 부분 좀 강하게 공약에 넣는다면 표 좀 받지 않을까요? 면허 취득 과정의 전문화 대목은 제 공약 소개 때 좀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아주 명쾌하게 정리된 공약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방님 의견 :

레몬법이 만들어져 차량 구매자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재벌 큰회장님 앞에서 절절매는 꼴 좀 안 보고(싶네요) 자국 기업이 자국민 홀대하는 유일한 나라에서 탈피하길 바랍니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인가요? 한국형 레몬법을 추진하려 한다는 기사가 떴더군요. 다만 미국의 경우도 그렇고, 레몬법이 적용돼 차량을 실제 교환받거나, 금액을 모두 환불 받는 건 무척 까다롭고 어려운 일입니다. 제조사나 판매사와 소비자 사이의 갈등도 심각해서 레몬법만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미국에는 굉장히 많다고 하죠. 우리도 이왕 레몬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거라면, 정부 기관 내 레몬법 논쟁을 중재하는 기구를 만들거나 아니면 법적으로 이런 다툼을 전문적으로 다룰 줄 아는 변호사들이 나와 줘야 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차량 이상을 밝혀 내야하는 억울한(?) 구조가 레몬법을 통해 제조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무조건 찬성을 하며, 정확한 기준 마련과 갈등 중재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있어 주었음 합니다. 


돈꾸러기님 의견 :

이면도로의 주행속도를 20km/h로 낮추고 싶습니다. 현재 제한속도가 30km/h인데, 차들은 순간적으로 45km/h까지 다니는 것 같습니다. 주의도 별로 하지 않지요. 아찔한 경험과 목격을 매일 하며 사는데, 한국의 이면도로는 정말 위험합니다. 이면도로에서 과속은 자동차끼리는 가벼운 접촉사고로 끝날지 몰라도 치명적인 대인사고를 부릅니다. 20km/h로 제한해야 그나마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겁니다. 설령 죽지 않는다고 해도 차대 인명사고는 확실히 줄어야 합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들은 큰 부상에 목숨이 왔다갔다 합니다. 저속에서의 과속은 보행자에겐 진짜 위험한 겁니다.

이면도로라 하면, 보행자와 자동차 등이 구분 없이 섞여 다니는 짧은 도로를 이야기하는데요. 사실 이 곳은 자동차나 이륜차가 아닌 보행자, 즉 사람이 우선인 곳이기 때문에 무조건 보행자 중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상가들 가득한 그런 골목에서도 속도를 내거나 오히려 보행자에게 경적음을 울리며 짜증을 내는 운전자들이 계신데, 이건 완전 잘못 행동하고 계신 겁니다.

독일 얘기를 또 드리는데, 독일도 이면도로의 경우 시속 30km/h인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속을 10km/h로 제한하는 곳들도 많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무조건 서행합니다. 가끔 속도를 올려 운전하는 운전자들이 있는데, 동네 주민들이 신고를 해버리죠. 신고를 안 하면 따끔한 충고를 들어야 합니다. 보행자 보호에 있어서 만큼은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케치북 의견 : 

끝으로 제 의견(혹은 공약)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우선 자동차 면허 시험에서 필기(이론) 과정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면허시험 과정을 강화하기로 했다는데, 제가 보기엔 인테리어 다시 하는 수준, 아니면 간단한 리모델링 정도밖에 안되는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혁신적인 개선이 되려면 기초부터 다 뜯어 고쳐야 하는데, 그 기본 중에 기본이 저는 이론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겉보리님이 학교에서의 운전교육을 언급하셨지만 그 과정이 만약 당장 실행이 어렵다면 면허취득 과정에서의 철저한 교육을 통해 운전자의 기본 자세를 갖게끔 했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보죠. 회전교차로와 로터리는 구조는 같지만 이용법은 완전히 다릅니다. 로터리는 진입차량에 우선권이 있지만 회전교차로는 교차로 안에서 주행하는 차에 우선권이 있죠. 회전교차로와 로터리의 차이를 설명하고, 회전교차로에 어떻게 진입하고 어떻게 빠져 나와야 하는지 등을 정확히 설명해줘야 합니다. 딱지 끊는 것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차로 이용법, 고속도로 등에서의 지정차로 이용법 등, 운전자들이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 할 핵심적인 내용들을 선정,이론 과정부터 철저하게 학습이 되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이 없이 무조건 정지선 안 지켰다고, 신호 위반 하고 꼬리물기 했다고 단속만 할 게 아니란 거죠. 문제 은행의 문항수를 늘리는 건 벼락치기 공부로 시험 통과 후에 내용 하얗게 까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기본 교육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따라주길 바랍니다. 이 과정이 철저하면 교통문제 여러 부분들이 해결이 가능해지리라 봅니다.

두 번째는 신호등 위치인데요. 오래 전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여러 나라처럼 신호등을 횡단보도 위로 옮기면 정지선을 어길래야 어길 수 없죠. 이 문제에 대해선 인지를 하고 있어서, 지차체 별로 부분적으로 신호등 위치를 옮겨 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효과적일 수 없는 게, 한 도시 전체, 아니면 일정 지역 전체가 동일하게 신호등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면 운전자들은 더 헷갈리 것입니다. 그러니 존(zone)을 설정하고 입간판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은 신호등 위치 변경 지역이니 주의하십시오' 라는 안내를 분명히 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의견으로는, 현재 국토교통부로 통합돼 있는 부서를 국토부와 교통부로 나누는 것입니다. 정부 조직을 복잡하게 운영하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전문성 강화를 통해 효과적인 기관이 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저는 어설프게 뭉뚱그려진 국토교통부를 분리할 것을 주장합니다. 만약 이게 어렵다면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으로 '자동차청'이라도 만들어 자동차와 교통 관련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자동차청에 대한 의견은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의견들이 더 있었지만 오늘 소개해드리 못한 점, 카페 회원님들의 이해 바라겠습니다. 저 역시 할 얘기가 더 많지만 일단 오늘 나온 이야기들만이라도 제대로 반영이 되길 바랍니다. 이 정도면 바뀌어도 우리의 자동차 문화, 도로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아, 그리고 추가로 한 가지 더 의견을 구합니다. 해묵은 고민이긴 하지만 티스토리를 떠나는 것을 계속 고민 중에 있습니다. 독립된 도메인을 갖고 네이버나 다음 등 양대 포털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지, 아니면 계속 포털에 의존하며 미약하나마 안정적으로 운영을 할지 선뜻 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에 몸 담았다 변변치 않지만 자동차 글쟁이로 전업하며 갖게된 생존 문제도 있으니, 다양한 의견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