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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제네시스 EQ900 향한 독일인들의 갑론을박

제네시스 EQ900에 대한 해외 관심이 높아 보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를 직접 겨냥한 현대차의 첫 번째 럭셔리 플래그십이라는 점이 궁금증을 더 불러 일으킨 게 아닌가 싶은데요. 특히 벤츠 고향인 독일에서 이 차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증을 갖고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유력 언론 매체 기자들을 현대차가 한국으로 초청을 했던 모양입니다. 

유럽에선 아직 판매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왜 초대를 한 것일까 궁금했습니다. 유력 언론 반응이 궁금했을 수도 있고, 또 관련 기사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이 궁금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독일 전문가와 그들이 생산한 기사를 읽은 독자들 반응을 볼 수 있어 열심히 내용을 읽어 봤습니다. 기사 내용은, 시승기라고 되어 있지만 대부분 간단히 차량을 타 본 소감을 적은 수준이었는데요. 간단히 요약을 한다면,

우선 큰 덩치에 넉넉한 공간, 그리고 고급스러운 실내에 대한 칭찬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첨단 기능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죠. 이미 한국 언론들을 통해 소개된 내용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행도 만족스럽고 안락했다면서 독일 경쟁 모델들과 차이가 많이 좁혀졌고 많은 이들이 차이를 크게 못 느낄 수도 있다고 칭찬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판매 가격을 유로로 환산하며 "이 정도면 저렴하게 살 수 있다."라고 끝을 맺었는데요.

독일 프리미엄 3사의 플래그십과 비교하면 저렴하게 느껴지는 가격대였습니다. 그렇다면 해당 기사를 읽은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아무래도 독일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성능 비교테스트가 아니었고, 비교적 간단하게 요약된 기사여서 그랬는지 몰라도 반응들은 성능 보다는 인상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이었는데요. 지금부터 아우토빌트 등에 실린, 추천수가 좀 된 댓글들 몇 가지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네시스 EQ900 / 사진=현대


독일 네티즌 반응

Stefan Meier : "난 (유럽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네시스가 마음에 든다. 하지만 여기(EQ900)의 후미등은 그렇지 않다. 좀 올드하게 느껴진다. 내가 보기에는 카피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베낄 거라면 메르세데스 벤츠는 하지 않길."

Dome B Aus B : "독일 럭셔리 클래스랑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이 세그먼트 디자인에서 더 이상 어떻게 (새로움을) 달성할 수 있겠는가."

v8 Furzer : "로고는 크라이슬러, 그릴은 아우디, 뒤는 S클래스, 헤드램프는 포드 머스탱, 운전석 주변은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정~말 잘 카피했다는 걸 인정할게."

Commonrail : "메인 페이지에 실린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S클래스가 떠올랐다. 아주 잘 복사했다 한국인들아."

Championship :"여기에 S클래스와 디자인이 비슷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보고 싶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 내가 보기엔 전혀 그렇지(닮지) 않았다. 이 전 모델 에쿠스가 S클래스와 비슷한 점이 많긴 했지만 G90은 그렇지 않다. 가격 역시 완전히 좋고. 하지만 링컨 컨티넨탈 같은 차를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 제네시스의 표시(엠블렘)를 멀리서 보면 애스턴 마틴처럼 보이긴 해."

Hans Wurst : "페터 슈라이어가 아주 훌륭한 일을 해냈군. 실내가 참 좋아 보인다."

Marcus85 : "후미등이 S클래스 처럼 보이긴 해.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했을 거라고 말하고 싶진 않아."

Rheumi : "럭셔리 모델을 싼 가격에 사고싶은 사람이 옆 집 사람이 브랜드에 대해 뭐라고 해도 개의치 않을 만큼 자신감이 충분하다면, 이 차는 즐겁게 탈 수 있을 것이다."

alphi : "사진으로 봐서는 정말로 아우디 A8과 BMW 7시리즈를 카피했고, 페이튼은 아주 조금, 그리고 S클래스에서는 아주 많이 베꼈다고 본다. 난 아직 나이가 어려 (이런 고급 클래스를) 살 수 없지만 디자인을 봤을 땐 제네시스가 고급 브랜드에 문제 없이 들어갈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각자 알아어 판단할 것이다."

Marcellus2 : "미국에는 제네시스 5.0리터 V8급이 판매된다. 무척 고급스러워 보였다. 인테리어 역시 너무 과하지도 않고 편안해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전장 부분은 독일 차들 보다 훨씬 잘 돼 있다. 제네시스, 인피니티, 렉서스 등의 미국 내 차량 등록 숫자(판매량)가 내 의견이 맞다고 증명하고 있다. 독일 차량을 넘어섰다. 고객만족, 이미지 등등...독일에서 내놓는 차들을 늙어 보이게끔 한다."

FLY236 : (위 댓글에 대한 반론) "왜 그처럼 오버해서 말하지? 제네시스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고 현대 또한 잘 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자동차가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아. 글로벌 시장 전체를 봤을 때 독일 3사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 그리고 (당신이 말한) 여러 기능을 자동차 회사가 직접 만든다고 생각하나? 독일 차의 IT 부분들도 삼성 등 기타 기업들이 제공하고 있어. 거기다 (BMW의) iDrive를 기준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G90 조차도 7시리즈나 S클래스가 좋다는 것을 굳이 숨지기 않고 있어."

몇 의견들을 보셨겠지만 댓글 전체를 봐도 차의 기능이나 주행성에 대해선 얘기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물론 주어진 정보 자체가 구체적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기능이나 성능에서 특별히 소개할 만한 게 없었다는 점도 디자인에만 집중된 반응들이 나온 요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댓글 중에 저렴한 럭셔리라는 이야기가 몇 번 나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역시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끌어 올려야 할지를 현대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유럽 전략형 모델들인 i20이나 i30 터보 모델 등을 향한 디자인 칭찬이 현대의 고급 차 라인에서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보다 제네시스에 자기 색깔을 더 부여했을 때 자연스럽게 가장 큰 과제인 브랜드 가치 끌어 올리기도 일정 부분 올라갈 수 있을 테니까요. 쉬운 도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달성하지 못할 목표도 아닙니다. 하루 빨리 제네시스만의 색을 찾아 해외에서 카피 소리, 더 이상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사진=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