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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인터뷰 잘못했다 위기에 처한 VW 회장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입니다. 폴크스바겐 그룹 경영진 얘기인데요. 세계 곳곳에서 위기에 처한 모습입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부가 리콜계획 전반에 대해 불성실하게 대응했다는 이유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요하네스 타머)을 19일 형사 고발했습니다. 

독일 언론에서도 이 소식을 전했는데요. 수입사 측은 본사 차원의 리콜계획이 늦어진 것일 뿐 환경부와 협의해 구체적 계획과 일정을 잡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독일 본사 사장급 엔지니어 등이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번째는 역시 화요일(19일) 뉴스로, 폴크스바겐 북미법인을 책임지던 마이클 혼 대표가 물러나고 BMW 구매파트 임원을 역임한 힌리히 뵙켄이 새롭게 폴크스바겐 북미법인을 책임지게 됐다고 회사는 밝혔습니다. 정확한 법인 대표 교체 이유를 설명하진 않았지만 분위기 쇄신, 혹은 문책성 교체가 아니겠나 싶습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디트로이트모터쇼를 찾은 그룹 회장 마티아스 뮐러에게 찾아 왔습니다. 

마티아스 뮐러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 / 사진=VW


라디오 방송 녹음 두 번한 사연

디젤게이트의 해결을 위해 포르쉐 회장에서 폴크스바겐 그룹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마티아스 뮐러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찾았죠. 북미모터쇼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한 것은 물론, 디젤게이트를 터뜨린 미국환경보호국(EPA) 지나 맥카시 국장을 만나 사과와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었습니다. 

일단 모터쇼 현장에서 미국에 투자 계획 등을 밝힌 것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라디오 방송국과의 인터뷰 녹음이었습니다. 독일 언론 빌트 암 존탁은 폴크스바겐 감독 이사회 한 임원의 말을 인용해 회장이 녹음을 잘못해 한 번 더 인터뷰 녹음을 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무슨 말을 했기에 그룹 홍보실이 급하게 나섰어야 했던 걸까요?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첫 번째 인터뷰에서 디젤 게이트 문제의 원인이 미국 규정을 정확하게 해석하지 못해 발생했다는 식으로 안일하게 답을 한 것입니다. 답변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회사 측은 다시 한 번 녹음을 요청했고 회장은 한 번 인터뷰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 그의 대응을 현장에서 지켜 본 이사회 멤버가 이 사실을 본사에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위 내용을 단독 보도한 빌트 암 존탁은 "미국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마티아스 뮐러 회장의 모습을 기대했을 텐데 그 기대와는 달리 별 것 아닌 것처럼 기술적인 문제 수준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 됐다."라고 이사회 멤버가 말했으며 한 번 더 그가 이런 실패(혹은 실수)를 한다면 회장 자리에서 바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미환경보호국 국장과의 면담 역시 실패

벌써 후임 얘기 나돌아

무엇보다 마티아스 뮐러에 감독이사회가 실망을 한 것은 미환경보호국 국장 지나 맥카시와의 면담 결과였습니다. 언론에서는 1시간 가량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했다고 전했지만 현장에 있던 회사 임원의 얘기에 따르면, 뮐러 회장이 기술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등 설명을 했고 이에 대해 지나 맥카시 국장은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했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어떤 진전도 보지 못한 만남이었다는 것이 이사회의 결론이었습니다.

결국 감독 이사회 측은 그가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게 됐고 벌써 잘못 그를 회장 자리에 앉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빌트 암 존탁은 전했습니다. 다만 마티아스 뮐러의 뒤에는 그룹 대주주인 포르쉐와 피에히 가문이 있고, 아직 그들이 그에 대해 완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어 당장 새로운 인물이 회장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빌트 암 존탁의 예상이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그룹 실세인 볼프강 포르쉐는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대표 이사에게 마티아스 뮐러 회장을 불신임할 것인지 그 여부를 물었고, 해당 이사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다고 답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자리를 노리는 내부의 움직임이 표면화 된 것으로 봐서는 마티아스 뮐러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차기 회장은 폴크스바겐 사장 헤르베르트 디스?

만약 마티아스 뮐러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누가 뒤를 이을까요? 복수의 독일 언론은 현재 가장 유력한 인물로 BMW에서 건너온 폴크스바겐 자동차 사장 헤르베르트 디스를 꼽고 있습니다. 이번 뮐러 회장의 미국행에도 함께 하며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 본 인물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 역시 몹시 위험한 소문에 휩싸여 있습니다.

헤르베르트 디스 VW 사장 / 사진=VW

헤르베르트 디스 사장은 폴크스바겐 사장으로 취임한 후 디젤게이트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인 8월, 이미 배기가스 조작 프로그램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또 은폐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발언이 내부자를 통해 나오고 있어, 만약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디젤게이트는 다시 한 번 요동을 칠 것으로 보입니다.

폴크스바겐 대변인은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헤르베르트 사장은 물론 그룹 경영진 모두 이 사건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과연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이 난관을 제대로 돌파해낼 수 있을까요? 그가 아니라면 아니면 새로운 구원투수 등장을 또 지켜봐야 하는 걸까요?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는 여전히 무겁고 짙은 안개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