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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유럽에서 현대차의 또 다른 벽으로 등장한 닛산

유럽시장에서 닛산의 기세가 상당합니다. 2015년 올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유럽연합(EU) 내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토요타 닛산, 그리고 현대가 아시아 빅3로 팽팽하게 대결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 중 닛산의 상승세가 뚜렷합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자료에 따르면 토요타는 9월까지 434,832(+7.9%)대를 팔았고, 닛산이 423,630(+21.1%)대, 그리고 현대가 345,638대(+9.6%)를 판매했습니다. 


그런데 토요타의 판매량에는 렉서스 27,611대가 포함되어 있고 닛산엔 인피니티가 빠져 있습니다. 만약 렉서스를 따로 분리한다면 토요타는 닛산에게 아시아 수입차 최대 판매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겁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인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 경우 현대가 세 브랜드 중에 판매량에서 앞서 있는데요. 1~9월 총 80,952대를 팔아 8.34% 상승했고 점유율은 3.4%입니다.


닛산은 53,321대를 판매해 작년과 비교해 14.11%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반면 토요타가 48,469대를 팔아 -8.09%의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닛산의 독일 내 점유율이 2.2%로 그리 높진 않지만 2% 점유율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넘어선 수입차 브랜드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습니다. 유럽 전체로 봐서도 그렇고 유럽 내 현대차의 본진이랄 수 있는 독일에서도 그렇고, 왜 유럽에서 요즘 닛산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걸까요?


캐시카이 / 사진=닛산


확실하게 캐시카우 역할하는 캐시카이

닛산이 유럽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것은 준중형 SUV 캐시카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부담없는 가격에 좋은 옵션과 연비 등으로 무장하고 유럽 베스트셀링카로 자리하고 있는데요. 독일 내에서는 현대의 신형 투산이 신차 효과와 좋은 평판을 등에 업고 9월까지 20.,979대를 판매해 20,697대를 판매한 캐시카이를 앞섰지만 유럽 전체를 놓고 보면 캐시카이는 유일하게 상위 10개 모델에 비 유럽 브랜드로, 그리고 유일한 SUV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습니다. 경쟁 모델들이 부침을 겪을 때에도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흔들림 없이 잘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 흐름은 당분간 뛰어난 경쟁작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어지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SUV로 특화된 경쟁력

또 다른 특징을 보자면 닛산은 유럽에서 SUV(혹은 CUV)로 특화되어 있는 브랜드라 하겠습니다. 토요타의 경우 RAV4와 랜드크루저 외엔 이렇다 할 SUV가 없고 판매량 또한 현대나 닛산에 비해 많이 낮은 편입니다. 현대는 그나마 SUV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최근 투산 반응이 좋고 여기에 많은 판매량은 아니지만 (그래도 랜드크루저 보다는 월등하게 앞서는) 싼타페가 판매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 모두 단촐하게 승부를 보고 있는 것에 반해 닛산은 소형 크로스오버 쥬크, 준중형급 캐시카이, 중형급 X-Trail, 그리고 가장 덩치가 큰 무라노와 패스파인더 등, 5개나 되는 SUV로 진영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SUV에 신경을 쓰는 대신 닛산은 경차와 중형 세단 및 왜건 등은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최근, 토요타가 아우리스와 코롤라, 현대가 i30 등으로 경쟁하고 있는 C세그먼트에 펄사를 내놓으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상태인데요. 이미 토요타 아우리스가 펄사 등장으로 인해 판매량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경차와 중형급 세단을 내놓게 된다면 닛산의 성장세는 더 탄력을 받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준중형 해치백 펄사 / 사진=닛산


일본 브랜드 중 그나마 좋게 평가되는 디자인

닛산 성장에는 다른 일본 브랜드들 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디자인도 한몫 거들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나올 쥬크와 비슷한 크로스 오버 모델과 소형 해치백 미크라 후속의 경우 지금보다 더 공격적이고 강한 이미지가 될 것이라는 나카무라 시로 수석 디자이너의 발언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닛산의 소형 CUV의 가늠자가 될 컨셉카 GripZ / 사진=닛산


미크라 후속 디자인을 점쳐볼 수 있는 컨셉카 Sway / 사진=닛산

상용차 시장에도 신경쓴다

닛산은 독특하게 유럽에서 승합차와 영업용 밴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는데요. NV100과 NV200에 다시 윗급인 NV300을 추가할 예정으로 있고, 독일 일간지 디벨트에 따르면 다시 픽업 navara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승용차에만 관심을 두는 수입차 브랜드들에 비하면 닛산은 확실히 넓게 시장을 바라보고 접근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픽업 NAVARA / 사진=닛산

 

좋은 딜러망과 서비스

그리고 인정받은 기술력

닛산의 성장은 눈에 보이는 내용들 외에도 수입차 브랜드임에도 유럽에서 괜찮은 영업망과 서비스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 한 곳에서 실시한 자동차 딜러 비교테스트에서 닛산은 전체 8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르노(17위)보다 좋은 결과였습니다. 참고로 토요타는 10위, 현대는 21위로, 이 내용은 조만간 따로 소식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닛산은 유럽에서 GT-R같은 멋진 스포츠카를 판매하고 있고 이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고 있죠. 거기다 370Z 로드스터처럼 컨버터블 모델과 리프같은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는 등, 한마디로 안 다루고 못 만드는 차가 없는 폭넓은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 점 역시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370Z 로스스터 / 사진=닛산


닛산, 유럽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닛산은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요? 자본과 기술, 거기에 서비스 마인드까지, 성장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앞서 잠깐 언급한 전기차 리프가 문제인데요. 전기차 모델로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작 유럽에선 인지도와 판매량 모두 기대 이하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프 띄우기를 위한 닛산 유럽법인의 고민이 좀 있는 모양인데, 완충 시 최고 250km까지 주행이 가능한 새 배터리를 장착한 리프를 유럽에 곧 내놓을 예정입니다.


여기에 광고비 지출을 더 늘리고, 또 최근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스폰서로 자리하게 되면서 홍보 쪽에서도 힘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거대 매니아층을 만든 GT-R 신형이 2018년쯤 나오게 되면(예상) 브랜드 홍보에도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닛산이 좋은 경쟁력을 보이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반대로 현대차에겐 그만큼 부담으로 작용을 할 텐데요. 깐깐한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는 유럽 브랜드 외에도 닛산같은 일본 메이커를 넘어서야 하는 한 가지 과제를 더 안게 됐습니다.


GT-R 니스모 / 사진=닛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