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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GM 그룹 내 오펠, 디젤 배기가스 조작 의혹

독일의 환경단체 도이체 움벨트힐페(Deutsche Umwelthilfe, 이하 DUH)는 자동차 기업들에겐 일종의 눈엣가시같은 그런 조직입니다. 이들은 십수 년 전부터 디젤퇴출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요. 미국발 VW 배기가스 조작사건으로 인해 더욱 강력하게 반 디젤정책을 외치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DUH는 오펠에 대해 배기가스를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장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자피라 / 사진=오펠

DUH는 스위스의 베르너 기술대학의 도움으로 오펠산 미니밴 자피라(Zafira)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량에 테스트를 실시했습니다. 앞바퀴 굴림 디젤 모델인 자피라에는 고급 배기가스저감장치라 할 수 있는 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 (SCR)가 달려 있는데요. 이 덕분인지 유로6 기준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공인됐습니다. 그런데 DUH는 몇 가지 모드로 테스트를 실시했더니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를 2~4배, 그리고 특별한 주행 조건에서는 최대 17배까지 초과해 배출되었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8월 출시돼 누적 주행거리 6천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해당 자피라는 앞바퀴 굴림 모델입니다. 그래서 배기가스 테스트를 할 때는 2WD 기준에 맞게 다이나모(동력계)에 앞바퀴만 올렸지만 이번에는 4WD, 그러니까 네바퀴 굴림형 다이나모에 올려 뒷바퀴까지 돌린 것이죠. 그랬더니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게 DUH의 주장입니다.


배기가스 테스트 중인 자피라 / 사진=HOLZMANN, DUH

테스트를 진행한 DUH는 자피라의 질소산화물 배출량 변화 과정이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적발되었던 것과 비슷했고, 그래서 오펠 역시 조작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심은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됐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습니다. 특이한 점은, 앞바퀴만 동력계 위에 올린 상태에서 속도를 최고 150km/h까지 냈더니 급격하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했다는 점인데요. 속도가 올라가고 엔진의 온도가 상승하면 저감장치는 정상적으로 작동을 해야 하는데 자피라는 반대 현상을 보였고, 이런 점들이 조작 프로그램에 대한 의심을 하게 했다고 DUH는 밝혔습니다.


정부가 나서라는 DUH

오펠 "조작 프로그램은 없다"

DUH는 법적 문제 때문인지 명확하게 조작되었다고 주장하지는 않고 의심된다고 표현했습니다. 또 자피라의 측정 결과는 이해의 수준을 넘어섰고, 따라서 이 문제를 정부가 나서 정확하게 밝혀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반대로 오펠 측에선 의혹을 받는 조작 프로그램 같은 것은 없으며, 2WD/4WD 방식으로 자체 테스트를 했지만 거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DUH 측에 테스트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전하기도 했는데요.


DUH는 더 나아가 벤츠와 BMW 역시 조작에 대한 의혹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제조사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DUH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힌 상태입니다. 양쪽의 주장이 정반대에 있는 가운데 배기가스 조작이 폴크스바겐에서만 있는 건 아닐 거라는 반응을 보인 독일 네티즌들이 여럿 보였고, 너무 과도하게 의혹 부풀리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눈에 띄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행사장에서 반 디젤 시위 중인 DUH 회원들 / 사진= Maximilian Geiß,DUH


무분별한 의혹제기냐 이유 있는 의심이냐?

과연 디젤 배기가스 조작이 '폴크스바겐에서만 행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 외의 다른 브랜드들도 해당되는 것인지' 많은 사람들은 이 점을 현재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회를 통해 브랜드 전체, 디젤 차들 전체에 대해 신뢰할 만한 기관의 조사가 이뤄질 수 있길 바랍니다. 조사 결과 만약 폴크스바겐만의 조작인 것으로 밝혀지면 다른 브랜드들은 무분별한 의혹제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여태까지 소비자를 기만한 업체 전체에 대한 단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디젤게이트가 또 다른 국면을 맞을까요?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