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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안전띠 착용률 98%' 그래도 캠페인은 계속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목숨을 잃는 원인은 심장병과 암 등, 각 종 질환에 의한 것입니다. 세계 10대 사망원인을 보면 심장질환, 뇌졸중, 폐질환, 바이러스 감염 등이 70% 가까이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이 10대 원인 중 유일하게 질환이 아닌 것은 교통사고였습니다. 세계보건기구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교통사고로 한 해 사망한 사람의 수는 전세계적으로 130만 명에 이릅니다.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비용 매년 23~24조원

비용으로 따져 보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통계청이 밝힌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교통의 사회적 비용'은 2012년 기준 82조원이 넘었습니다. 이는 그 해 우리나라 GDP의 6%에 다다르는 수준으로, 이 중 가장 많은 비용 손실은 '도로교통혼잡'으로 인해 발생한 30조 3천억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교통사고비용'으로 21조 1천9백억이고, '대기오염비용(14조 6천9백억)'과 '온실가스비용(12조 3천3백억)'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금액이 너무 커서 실감이 잘 나질 않는데요.


이번에는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만 떼어내 자세히 보죠. 사망자나 부상자 발생으로 인해 생긴 피해 비용이 13조 6776억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차량수리비 등 물적 처리비용이 8조를 넘었습니다. 또 보험사나 경찰 등의 조사나 행정에 들어간 비용이 1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앞서 보여드린 한국교통연구원의 액수와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2012년 한 해 교통사고로 인한 총 사회적 손실 비용은 23조 5900억 원이었습니다.  


올 초에 공개된 2013년도 교통사고 사회적 손실 비용은 이보다 더 많은 24조 4백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매년 말도 안되는 엄청난 비용이 교통사고와 관련해 사라지고 있는 것인데, 사람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한다는 게 달갑지는 않지만 어쨌든 인명 피해에 따른 국민 개개인의 아픔, 그리고 사회적 손실 등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준이 아닙니다.


사진=아우디



교통사고 사망자는 감소

하지만 전체 교통 사고수와 부상자수 큰 변화 없어

우리나라는 매년 교통사고사망자수는 감소하는 추세인데요.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2012년 10.8명, 2013년 10.1명, 그리고 2014년 9.4명이었습니다. 여전히 영국(2.8명), 스웨덴 (3.0명) 등의 최상위 국가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어쨌든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죠.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1만명~23만명 사이를 지난 10여년 간 유지하고 있고 부상자의 경우도 33만명에서 36만명 사이를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과 홍보 부족

독일의 경우 4단계로 교통교육이 이뤄져

이처럼 교통사고 총량과 부상자 총량 등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걸까요? 여러 요인이 작용을 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교통문화, 운전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이 부재한 탓이 아닌가 판단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독일의 경우를 한 번 예로 들어보죠.


우선 운전을 하는 부모로부터 자녀들은 처음 자동차 운전과 교통문화를 배우고 익히게 됩니다. 또 동시에 학교에서 꾸준히 교통안전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특히 유치원 때는 물론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본격적으로 자전거 관련 교육을 받게 됩니다. 자전거 구조의 이해, 헬멧 필요성과 착용법, 도로표지판 숙지, 자전거 주행법 등을 공부합니다. 


4학년이 되면 자전거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이 때 이론과 실기 시험을 함께 치릅니다. 꼭 어른들 면허시험과 비슷합니다. 아이들이 따는 자전거 면허니 대충하겠거니 생각하시겠지만 정규 학교 교육이고, 도로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면허증 시험 수준에 준하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이때 처음으로 체계적인 도로문화를 몸과 머리로 배우게 되는 것이죠. 


자전거 교육을 받고 있는 독일 학생들 / 사진=ADAC

그리고 가장 중요한 면허취득을 위한 교육이 운전면허 학원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너무 이 부분은 자주 언급을 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주간은 물론 야간 주행, 그리고 고속도로 주행 등을 총 20여차례에 걸쳐 실습해야 하고, 여기서 다시 강사가 시험을 통과할 준비가 안되어 있다 판단하면 될 때까지 추가 실습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도 떨어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정도로 시험이 까다롭죠. 


철저한 이론교육과 철저한 실습과정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독일인들은 그 후에도 끊임없는 국가의 교통교육과 단속을 경험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안전벨트 등, 교통안전 문화에 대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요. 독일은 아시다시피 차량 내에서 안전벨트 착용률이 98%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단속은 물론 '안전띠를 착용합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98% 착용률쯤 되면 굳이 안전띠 캠페인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교통안전에 대해선 방심해선 안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안전띠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모세의 기적'이라고 얘기하는 긴급출동차량 길터주기 또한 독일 운전자들은 철저하게 지키고 있죠. 그럼에도 방송이든 자동차 관련 단체이든 가릴 것 없이 수시로 길터주기 방법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또 알리고 있습니다.


길터주는 요령법 / 출처=독일운전자클럽 ADAC


A66 아우토반 모습 / 사진=독일 위키피디아


계속 연구하고 좋은 시스템 즉각 적용하는 자세

우리는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교통문제에 임하고 있나

독일은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우리의 40% 수준이며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준은 그 보다 더 낮은 35%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소 정체기에 들어와 있는데요. 그래서 연방 정부는 사고율 등을 더 낮추기 위한 방안들을 계속해서 연구 중에 있습니다. 또 다른 국가의 좋은 교통 시스템을 배워 이를 즉각 적용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기도 하죠.


요즘은 스웨덴의 2+1 도로를 점점 더 많이 도로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길터주기와 관련된 방송이 특집 편성이 돼 주요 시간대에 전파를 탄다든가, 아니면 아예 과속운전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정규편성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린 아이 때부터 면허를 취득한 뒤까지 독일 운전자들은 끊임없이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요? 많은 인명피해와 매년 수십 조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데, 우린 얼마나 심각하게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린 안돼"라는 반응들이 나옵니다. 교통문제를 국민성이라는 차원에서 비난만 하고 끝내고, 기껏 단속 잠깐 하는 것만으로는 네, 말 그대로 "우린 안돼"일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합리적 교통 시스템 마련을 위해 정부는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고,  교통 문제에 대해 신문과 방송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교육하고 캠페인하는 등, 진정성을 갖고 노력을 기울인다면 허망하게 도로 위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람, 심하게 다치는 사람, 그리고 수천만 원의 금전적 피해를 입는 일 등을 줄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교통안전은 국민생활과 국가 경제 모두를 위한 중요 아젠다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