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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프랑스 자동차, 독일인들은 어떻게 볼까?

독일과 프랑스는 협력 관계에 있으면서도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이웃국입니다. 프랑스 나폴레옹에 한때 독일이 점령을 당한 적이 있었다면 2차 세계 대전 당시엔 히틀러가 잠시나마 프랑스를 점령하기도 했죠. 근 2세기 동안 두 나라는 4번의 전쟁을 치른 피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이 만들어진 이후 독일과 프랑스는 비교적 한 목소리를 내며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 협력해나가는 모습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자동차의 경우만 놓고 봐도 두 나라는 재밌는 관계에 있습니다. 독일에서 현대적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되었다면 이를 사업적으로 먼저 이용한 것은 프랑스인들이었고 또 독일인이 만든 디젤 엔진이 꽃을 피운 곳 역시 프랑스였습니다. 이처럼 프랑스는 자동차를 비즈니스와 문화적 감각으로 다룰 줄 아는 나라였는데요. 하지만 독일 자동차에 조금씩 밀리더니 이젠 한국과 일본 브랜드들과 홈그라운드인 유럽 내에서도 치열한 싸움을 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가끔 독일인들에게 프랑스 자동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존중과 아쉬움을 같이 표현할 때가 많습니다. 푸조-시트로엥 그리고 르노 등,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들이지만 트렌디한 한국산 자동차와 내구성 좋은 일본산 자동차들, 그리고 프리미엄으로 확고하게 자리한 독일 자동차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판단들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프랑스 차 특유의 미적 감각이나 안락함을 여전히 높게 평가하는 독일인들도 있습니다. 


시트로엥은 안락함

푸조는 가성비

르노는 한국 자동차에 위협당하는 중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차이퉁은 자동차 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가지 실시해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있는데요.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의 특징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브랜드별 총 4가지 질문이었는데, 독일인들이 보는 프랑스 차의 특징, 과연 어떤 점을 꼽았을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 '당신이 생각하는 푸조(PEUGEOT)의 강점은?'


1위 : 가성비 (38%)

2위 : 디자인 (19%)

3위 : 안락함 (11%)

4위 : 친환경성 (9%)

5위 : 스포츠성(8%)

5위 : 기술력 (8%)

7위 : 높은 품질 (6%)

8위 : 안전성 (1%)  

푸조308SW / 사진=푸조



▼질문 : '시트로엥 자동차의 장점은?'


1위 : 안락함 (35%)

2위 : 디자인 (31%)

3위 : 가성비 (21%)

4위 : 기술력 (6%)

5위 : 친환경성(4%)

6위 : 안전성 (1%)

7위 : 화려함 (1%)

8위 : 높은 품질 (1%)

C4 피카소 / 사진=citroen-kr.com



▼질문 : '시트로엥의 고급형 브랜드 DS의 강점은 뭐라 보는가?'


1위 : 디자인 (56%)

2위 : 럭셔리 (16%)

3위 : 스포츠성 (7%)

4위 : 안락함 (6%)

공동 5위 : 높은 품질 / 가성비 / 기술력 (4%)

8위 : 안전성 (2%)

9위 : 친환경성 (1%)

신형 DS4 / 사진=시트로엥



▼질문 : '독일 내에서 르노 판매량이 현대차 (점유율 3.1%)보다 고작 0.2% 앞서고 있다. 한 때 독일 내에서 7%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정도의 르노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르노는 최근 에스파스를 내놓았고 탈리스만으로 다시 도약하려 하고 있다. 당신은 현대가 르노를 독일에서 추월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현대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48%, 287명)


'르노가 깨어났다. 공격을 막아낼 것이다' (31%, 184명)


'아슬아슬한데, 아직 확실히 모르겠다' (21%, 125명)

탈리스만 / 사진=르노

푸조가 1976년 시트로엥을 인수한 후 푸조-시트로엥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두 브랜드는 독특한 디자인 철학으로 프랑스 차 이미지를 세계인들에 각인시켰죠. 또 편안한 하체는 안락함이라는 경쟁력을 갖게 했습니다. 푸조 보다 약간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시트로엥은 다시 DS라는 고급 브랜드를 별도로 떼어내 이원화시켰습니다. 


그와 반대로 르노는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로 유럽인들에게 다가갔습니다. 2014년 기준 유럽 내에서 7.6%의 점유율을 기록해 폴크스바겐 다음으로 높은 판매량을 보였고, 푸조가 5.5%로 5위, 시트로엥이 4.5%로 8위였고 현대차는 3.7%로 14위였습니다. 하지만 독일 내에서 현대차와 르노의 차이는 앞서 밝힌 것처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르노는 가성비와 연비라는 두 가지 장점으로 그간 유럽 시장에서 선전했고 최근들어 디자인에도 눈을 뜬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품질은 좀 더 끌어 올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탈리스만이나 에스파스 등이 르노의 품질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프랑스 차만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독일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프랑스 차에 대한 설문 결과는 프랑스인들 관점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문제는 다른 경쟁 브랜드들 역시 디자인과 안락함, 그리고 가성비 등으로 무장하고 유럽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인데요. 과연 프랑스 자동차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무엇을 선택했느냐, 또 그것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입니다.


그나마 르노는 전기차라는 새로운 영역에 적극적으로 도전을 하고 있는 반면 푸조와 시트로엥은 미래 시장에 대한 전략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다소 우려스럽습니다. 100년이 넘은 프랑스 자동차의 기술력은 결코 나쁘지 않으며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려울수록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고 심도 있는 브랜드 전략 등을 세워 지금보다 한층 매력적인 프랑스 차를 빨리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