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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난민 채용하겠다" 벤츠 회장이 준 울림


요즘 유럽은 아프리카와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 문제로 연일 시끄럽습니다. 난민을 인도적 차원에서 수용해야 한다는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와, 이슬람화 우려를 표면적 이유로 내세워 (시리아 난민들 중에는 기독교인들도 많습니다)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의 대립은 갈수록 깊어지는 분위기입니다. 


물론 독일 내에서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타민족의 대거 유입이 사회에 해가 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불러 온 것인데요. 일부는 난민 수용소에 불을 지르는 등의 극단적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이 때다 싶어 네오 나치와 극우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등은 외국인 혐오를 더욱 부축이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 정부는 올해 백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독일로 들어올 것이라고 밝히며 국경을 일시 통제, 난민 수용의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독일인은 난민 문제로 인한 유럽의 갈등은 물론 독일 내 갈등도 커지고 있는데, 신의 지혜가 아닌 이상 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현재 유럽이 처한 어려움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독일 내에서 불고 있는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분위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을 기본적으로 수용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시민들의 자발적 난민 돕기는 물론, 보수 언론까지 나서 난민돕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기업들도 힘을 보태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다임러 그룹의 디터 체체(Dieter Zetsche) 회장의 행보가 인상적입니다.


모터쇼를 찾은 기자들에게 컨셉카를 소개하고 있는 디터 체체 회장 / 사진=다임러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신차 발표를 할 때였습니다. 콘셉트카를 설명하던 도중 그는 갑자기 난민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독일이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이민자들이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그 때처럼 난민들이 독일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을 한 것입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국의 어느 기자도 "사실 다른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왔다가 디터 체체 회장의 모습을 보고 벤츠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저에게 속마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디터 체체 회장의 이런 발언은 언론에 조명을 받기 위한 일회성 차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룹이 난민돕기 캠페인에 백만 유로를 즉각적으로 기부하게 하도록 했고, 난민 수용이라는 구호에만 머물지 않고 일자리 마련을 위해 회사의 취업 기준을 완화시키라는 지시까지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은 다임러가 난민들이 망명 신청 후 취업이 되기까지의 기간을 최대한 줄여달라고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런 태도를 취한 기업은 다임러 외에도 여럿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난민 문제를 기업들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독일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리아 난민들 중에는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이들이 많고 뛰어난 영어 실력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당장 취업 가능한 인력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또 동기부여도 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난민들이 독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디터 체체 회장의 발언은 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는 현재 난민의 교육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가 균형 있게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다임러 등도 최대한 이런 정책 방향에 맞춰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난민 문제는 분명 풀기 쉽지 않지만 나라를 잃고 살던 고향에서 쫓겨난 이들을 진심어린 마음으로 보듬으려는 한 기업인의 태도만큼은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로 다가가지 않을까 합니다.


디터 체체 회장 / 사진=다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