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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정부의 잘못된 교통사고 줄이기 정책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며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교통사고 사상자를 임기 안에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것을 내걸었었는데 혹시 기억하십니까? MB 정부가 들어서기 전, 그러니까 2007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6천 명이 넘었습니다. 이를 약 3천명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이죠.


하지만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 비전 추진전략'이라는 연구자료에 보면, 임기 4년차 때인 2011년에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5,229명이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2011년에 3,400명까지 사망자수가 떨어졌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확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는 세우긴 했지만 막상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정확보나, 부처의 지속적인 노력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죠. 심지어 교통안전 업무에 대한 권한을 국무총리에서 국토교통부장관으로 넘기면서 오히려 교통안전 추진조직위원회의 위상은 격하되었고, 결국 2009~2012년까지 교통안전 관련 안건으로 한 차례도 회의가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사상자 줄이겠다며 운전면허 간소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011년 운전면허시험 응시자들의 면허취득 과정을 간소화하고 취득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실행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면허취득 간소화 조치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정권 출범 후 내세운 안전한 교통문화를 만들겠다는 국정과제와 운전면허 간소화 조치는 상반돼 보입니다. 최소 2일이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서 과연 제대로 된 교통법규 이해나 운전에 대한 이해가 이뤄질 수 있을까요? 면허를 따고도 자신을 못 믿어 운전대를 못 잡는 현실이 옳은 걸까요?


앞서 언급을 했던 한국교통연구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와 전 정부의 잘못된 교통정책을 비교적 솔직하게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주장한 '비전 제로(Vision Zero)'정책에 대해 다시금 그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비전 제로'란 1997년 스웨덴에서 시작된 교통혁신정책으로 궁극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게끔 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독특한 2+1도로 시스템과 회전교차로의 확충, 신호시스템 보강과 과속방지턱 확대 적용, 도심에서의 최고제한속도 낮추기 등, 다양한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실제로 스웨덴은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줄여 나갔고,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한 도로를 가진 나라가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종합대책(2013~2017년)을 통해  교통사고 사망자를 40%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국정과제 중 하나로 교통사고 사상자의 대폭적인 감소는 늘 외치고 있는 셈이 됩니다. 특히 2013년 국회의원 122명이 발의한 교통사고 제로화 실천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비전 제로 정책이 우리나라에도 본격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하지만 비전 제로 정책은 물론, 정부가 내세운 사상자 줄이기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구체적이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단속이 아닌 시스템 개선이 우선돼야

위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비전 제로 정책을 실시하는 스웨덴과 독일 등 교통문화 선진국의 특징은 단속 중심이 아니라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고 보강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지금도 정지선 단속, 꼬리물기 단속, 1차로 정속주행 단속 등,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놔둔 채 단속으로 급한 불만 끄려 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스웨덴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2+1도로라는 것이 성공을 했기 때문이었죠. 2+1도로는 왕복 3차로의 도로를 말합니다. 보통 도로는 짝수로 되어 있죠. 하지만 2+1도로는 편도 1차로 도로 사이에 1개 차로를 더 두어 서로 이 차로를 교차해가며 추월차로로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스웨덴 2+1도로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2+1도로 이해도 / 자료 출처 =국토해양부(2010년 자료)

우리나라에도 오르막 국도에 양보차로라고 해서 2+1도로와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웨덴식 2+1도로는 국도와 고속도로에서 긴 거리에 걸쳐 이용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2+1도로를 분석한 독일의 교통공학 연구가들도 그 효융성을 인정했고, 독일 또한 현재 이 도로를 일부 구간에 만들어 놓고 사용 중에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2+1 도로 설계 지침'이라는 간행물을 통해 언제든지 2+1도로가 우리나라에서도 건설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음을 꼼꼼히 기록해 공개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제대로 연구하고 준비를 했음에도 제대로 우리나라에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효과적 수요 예측에 따른 회전교차로를 설치, 합리적인 횡단보도 신호등 위치 변경, 효율성 높은 도로를 건설하는 등의 교통 인프라의 지속적 구축없이는 정권의 교통사고 사망자수 감소는 그저 구호가 될 뿐입니다.


운전면허 취득 과정, 정말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절대로 간과해선 안되는 게 있습니다. 교통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비전 제로 정책이 모든 나라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미국 뉴욕시도 스웨덴의 교통혁신에 자극을 받아 '비전 제로' 정책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시행하고 1년이 지나 결과를 보니 시행 전과 후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직 시행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결국 교통시스템의 개선은 반드시 좋은 운전면허 시스템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스웨덴의 면허 교육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면 부모를 비롯해 운전을 책임지고 가르칠 사람이 일정 교육을 이수하면 운전교육의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는 점입니다. 최대 5년까지 면허취득을 위한 운전을 가르칠 수 있고, 그렇게 긴 시간 운전을 배워 합격을 해도 3년 안에 교통사고를 내면 면허가 취소돼 몇 년 이상 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도록 엄하게 해놨습니다. 독일 역시 야간운전이나 고속도로 등에서의 운전 등을 의무적으로 12차례 하게끔 하고, 강사의 판단에 따라 더 연습이 필요한 지망생의 경우 오케이 될 때까지 연습에 연습을 해야만 합니다.


이처럼 철저한 면허 취득 과정이 있고, 여기에 다시 효율적이고 안전한 교통시스템이 마련이 되었을 때 비로소 안전한 도로의 기본이 마련됩니다. 이 기준에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부합될까요? 글을 시작했을 때 운전면허 간소화 조치가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 정책과 부딪힌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도로가 더 안전해지기를 바란다면, 단속보다는 우선적으로 운전면허 교육이 제대로 틀을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교통시스템의 효율화가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교육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교통사고에 따른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통정책과 관련한 장밋빛 청사진들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자동차를 몇 대 수출했는지 따지는 만큼이나 건강하고 효율적 교통문화가 마련되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는 진정성 있는 약속을 건네는 정부를 꼭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