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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VW 골프, 예전에 없던 쪽창은 왜 생겼을까?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골프는 여러 면에서 분석해 볼 가치가 있는 자동차입니다. 장점이 많고 소비자 만족도 또한 높아 독일에서도 비교적 비싼 가격임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죠.  


지금 판매되고 있는 7세대 골프는 이미 출시된 지 2년 반 정도가 지난 모델이지만 개인적으로 제대로 경험을 해본 것은 이번에 GTI를 시승해 보면서였습니다. 조만간 시승기를 올리겠습니다만 그것과는 별도로 알아둘 만한 7세대 골프의 '사이드미러와 쪽창'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나눠볼까 합니다.


골프 GTI /사진=스케치북


미러형과 플래그형 

사이드미러는 보통 두 가지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앞 쪽 좌우 창문과 연결돼 있는 미러형, 그리고 도어에 부착돼 있는 플래그형이죠. 미러형은 플래그형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디자인 등을 덜 고민해도 되기 때문에 가격 부담이 적은 양산차 등에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옥타비아 RS에 적용된 미러형 사이드미러 / 사진=스코다

깃봉에 깃발이 달린 것과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는 플래그형은 미러형에 비해 디자인을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게가 더 나가고 원가가 좀 더 비싸기 때문에 롤스 로이스와 벤틀리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애용하고 있고, 여러 스포츠카도 플래그형 사이드미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플래그형 사이드미러가 적용돼 있는 벤틀리 뮬산 / 사진=벤틀리

물론 미러형과 플래그형이 무조건 저렴한 차량과 비싼 차량으로 나뉘어 장착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벤츠 S클래스도 미러형으로 되어 있고, BMW에서는 i8을 제외한 모든 모델들이 미러형을 취하고 있습니다. 오늘 얘기의 주인공인 폴크스바겐 골프의 사이드미러는 어떨까요? 6세대의 경우 미러형이었지만 7세대로 넘어오면서 플래그형으로 바뀌게 됩니다.


6세대 골프 카브리오 /사진=스케치북


6세대 골프 카브리오의 미러형 사이드미러 / 사진=스케치북


7세대 골프 GTI 플래그형 사이드 미러 / 사진=스케치북

지금 7세대 사이드미러는 사실 1세대 골프 사이드미러와 거의 같은 위치에 붙어 있습니다. 골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로 되돌아 갔다고도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원형으로의 회귀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A필러(지붕과 차체를 이어주는 기둥으로 A필러는 앞 유리와 연결돼 있음)의 변화 때문인데요.



사이드미러 위치 변화는 A필러 구조와 관련 깊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은 지붕이 낮고 A필러와 뒤쪽 C필러 등이 비스듬하게 눕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스포티한 주행을 위한 변화일 수도 있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위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A필러가 과거와 달리 수직에서 수평 구조로 바뀌며 A필러와 도어 사이에 위치하던 사이드미러는 어쩔 수 없이 넓은 공간인 도어 쪽으로 옮기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그리고 사이드미러가 빠져나간 자리에는 흔히 말하는 '쪽창'이 달리는 경우도 생겨났죠.


7세대 골프 GTI의 쪽창 / 사진=스케치북

골프가 딱 이런 경우가 되겠습니다. A필러가 좀 더 눕게 되면서 사이드미러는 도어 쪽으로 옮겨갔고, 사이드미러가 있던 곳엔 자그마한 쪽창이 생겼습니다. 쪽창이 생긴 이유는 간단합니다. A필러의 각이 수평에 가까워질수록 운전자나 동승자의 측면 시각은 방해를 더 받기 때문이죠. 비스듬한 A필러는 커브길을 돌 때 사각을 더 만들어 시각적으로 불편함을 주고,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조금이라도 덜겠다며 창을 낸 것입니다.


그렇다면 쪽창으로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실제로 사각 테스트를 해보면 그리 큰 역할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옵니다. 다만 운전자는 동승자 쪽, 그러니까 대각선 방향의 쪽창으로 조금은 시야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역시 큰 역할을 하진 못합니다.


운전자 시야가 방해 받는다

따라서 쪽창이 달려 시야 확보가 더 잘되었다기 보다는 A필러가 눕게 되며 생기는 시야의 방해가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는 골프만의 변화는 아닙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쿠페 스타일의 자동차들 (심지어 SUV까지)이 늘어나면 날수록 운전자는 커브길에서  눈을 또렷하게 뜨고 시야를 확보하려는 긴장을 더 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 전략형 모델 기아 벤가의 비스듬한 형태의 A필러와 사이드미러 사이에 있는 쪽창/ 사진=기아


시트로엥 DS5. A필러가 2개로 나뉜 것처럼 극단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 사진=스케치북

물론 A필러가 눕게 되면 공기저항을 조금이라도 덜 받는 장점이 만들어집니다. 또 스타일도 스포티한 이미지를 입게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탁 트인 개방감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겐 불편한 변화가 된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겁니다. 어쨌든 A필러와 사이드미러의 형태를 이해하는 것도 자동차 트렌드를 읽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는 이 부분을 더 관심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