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고령화시대 속 자동차를 다루는 언론의 좋은 예


낮은 출산율 등으로 인해 인구수 감소와 함께 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그 속도가 OECD 회원국들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하죠. 65세 전후의 노년층이 급속하게 늘어나며 이와 관련한 부작용도, 또 이와 관련한 산업들이 서로 뒤섞인 채 확장되고 있는 그런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자동차 시장에 있어서 만큼은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는 연령대가 바로 이 60세 이상의 노인 소비자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30~40대가 자동차 시장을 주도하는 핵심 층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자동차 브랜드별 평균 구매 연령이 50대인 경우가 꽤 많고, 또 바로 위에 말씀 드린 것처럼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금보다 훨씬 더 높아갈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이 소비층을 소홀히 해선 안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와 관련한 정보를 전하는 매체들은 이런 부분을 아직까지는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완성차 업체들이야 마케팅 차원에서 그런다고는 해도 언론은 보다 다양한 소비층을 아우르는 그런 정보를 제공해야, 아니 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이유에서 오늘 소개해드릴 두 가지 정보는 우리에게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의 노인층 운전자, 그리고 사회 문제



독일 운전자클럽 아데아체 (ADAC)가 발행하는 월간지 모터벨트 작년 연말호에는 노인층 운전자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우선 노인층 운전자 비중 부분인데요. 현재 독일 인구는 약 8천2백만 명, 이 중 면허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5천만 명 수준이고, 다시 이들 중 60세 이상이 1천 7백만 명이 넘는다고 전했습니다. 굉장한 숫자죠. 


그런데 이런 노령층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에 대한 분석들을 보면 상반된 내용들이 많습니다. 어떤 자료에 보면 50대 중반~ 60대 운전자들의 경우 오히려 45세 이후 운전자들 보다 사고율이 더 적다고 되어 있습니다. 만 18~20세가 가장 사고율이 높고 그 다음으로 75세 이상 운전자들이었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반대 분석도 있습니다. 


아데아체 분석에 따르면 노년층 운전자들의 사고율이 생각 보다 그렇게 낮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사고유형에 따라 연령대 사고율이 다르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했죠. 슈피겔과 같은 정론지도 얼마 전 노인 운전자들의 착각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특집 기사로 다루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면 사거리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노인 운전자, 좌회전에서 사고가 상대적으로 노년층에서 더 난다는 분석 등이 그런 겁니다. 


고속도로 역주행 차량 소식, 주택가에서 차량 제어를 제대로 못해 아이들이 다치는 사건 등, 노인 운전자들이 일으킨 사고소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고, 이런 이유로 인해 독일 내에서도 고연령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적성검사를 받게 하거나, 아예 운전을 하지 말게 해야 한다는 과격한 발언까지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노인 운전자들에 대한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갑론을박이 있다는 건, 분명 사고가 많든 적든 도로 위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안전한 도로환경을 위한 여러가지 분석과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독일에는 노인 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동차 구매 요령, 또는 노인들이 타기 좋은 차 등을 소개하는 기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그 중에 두 가지를 보여드리도록 할 텐데요. 아우토빌트의 '시니어를 위한 비교테스트' 내용을 먼저 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인들에게 어울리는 차는 과연? 비교테스트


 

아우토빌트는 신년 들어 총 3회에 걸친 특집 기사를 마련했습니다. 노인들에게 좋은 차는 어떤 것인가 하는 주제였는데요. SUV와 밴 등, 총 18대의 자동차 중 승차 편리성 / 좌석편안함 / 시야확보 / 짐싣기와 작동편리성 / 운전 편의성 / 등을 점검해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가격 부분도 있었지만 차 종이 다르고 후륜과 사륜 등 구동방식이 다른 등, 이 부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일단 제외시켰는데요. 그럼 각 부분별 순위를 보고 전체 순위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승차 편리성 (20점 만점)

19점 : 폴크스바겐 샤란 

18점 : 폴크스바겐 티구안, 포드 S맥스, 닛산 캐시카이, 아우디 Q5, BMW X3

17점 : 메르세데스 GLK, 기아 스포티지, 닛산 X-Trail, 

16점 : 스코다 예티,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르노 QM3, 레인지 로버 이보크

14점 : 기아 쏘울

12점 : 오펠 메리바, 다치아 두스터

11점 : BMW 3시리즈 GT

10점 : 미니 컨트리맨


좌석편안함 (20점 만점)

19점 : 메르세데스 GLK, 아우디 Q5, 오펠 메리바

18점 : 폴크스바겐 티구안, 폴크스바겐 샤란

17점 : 스코다 예티, 포드 S맥스,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레인지 로버 이보크

16점 : BMW X3, 기아 스포티지, 닛산 X-Trail, BMW 3시리즈 GT

15점 : 닛산 캐시카이, 르노 QM3, 기아 쏘울

12점 : 미니 컨트리맨

9점 : 다치아 두스터


시야 확보 (15점 만점)

14점 : 메르세데스 GLK, 스코다 예티

13점 : 폴크스바겐 티구안, 아우디 Q5, BMW X3

12점 : 폴크스바겐 샤란,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기아 스포티지

11점 : 포드 S맥스, 미니 컨트리맨

10점 : 닛산 캐시카이, 르노 QM3, 닛산 X-Trail, 다치아 두스터

9점 : 기아 쏘울, BMW 3시리즈 GT

8점 : 오펠 메리바

7점 : 레인지 로버 이보크


짐싣기와 작동 편리성 (15점 만점)

12점 :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11점 : 폴크스바겐 샤란, 포드 S맥스, 메르세데스 GLK, 다치아 두스터

10점 : 폴크스바겐 티구안, 스코다 예티, 아우디 Q5, BMW X3

9점 : 르노 QM3, 기아 스포티지, 기아 쏘울, BMW 3시리즈 GT

8점 : 닛산 캐시카이, 닛산 X-Trail, 오펠 메리바, 레인지 로버 이보크

7점 : 미니 컨트리맨


운전 편의성 (15점 만점)

14점 : 폴크스바겐 샤란

13점 : 폴크스바겐 티구안, 포드 S맥스, 메르세데스 GLK, 닛산 캐시카이, BMW 3시리즈 GT

12점 : 아우디 Q5, BMW X3

11점 : 스코다 예티,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닛산 X-Trail

10점 : 르노 QM3, 오펠 메리바, 레인지 로버 이보크

9점 : 기아 스포티지

8점 : 기아 쏘울

7점 : 다치아 두스터, 미니 컨트리맨



종합 평가 (가격 부분 포함된 최종 결과)


1위 : 티구안 (80점)




아우토빌트 한줄 평 : "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좋은 시트와 좋은 시야 확보"



2위 : 폴크스바겐 샤란 (79점)




한줄 평 : "넓은 공간, 편안한 좌석. 정말 공간이 좋다"



3위 : 스코다 예티 (78점)




한줄 평 : "1~3위 중 가장 저렴하다. 일상용으로 완벽하고 진짜 추천한다"



4위 : 포드 S맥스 (75점)




아우토빌트 한줄 평 : " 좋은 매너를 갖고 있는 밴. 다만 차의 크기가 다소 부담될 수도"



공동 4위 : 메르세데스 GLK (75점)




한줄 평 : "보기엔 각지고 딱딱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드러운 편. 시야 확보와 좌석 편안함은 TOP"



6위 : 닛산 캐시카이 (74점)




한줄 평 : "이 가격대 급에선 가장 높은 순위. 전체적으로 중간 수준" (가격 부분이 순위에 영향을 미친 듯)



공동 6위 :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74점)




한줄 평 : "실내 컨셉이 좋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용히 운전하기 보다는 액티브하게 운전하기에 더 좋은 차"



공동 6위 : 아우디 Q5 (74점)




한줄 평 : "타고 내리는 게 특히 쉽고 편하다. 좌석도 굿"



9위 : 르노삼성 QM3 (72점)




한줄 평 : "편안하다. 하지만 실내 조작 시 다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시트는 중간 수준"



10위 : BMW X3 (70점)




한줄 평 : "좋은데...비싸다..."



11위 : 기아 스포티지 (69점)




한줄 평 : "트렁크에 짐 싣는 게 단점이다. 좌석의 안락함도 아쉽다"



12위 : 닛산 X-Trail (68점)




한줄 평 : "많은 공간. 하지만 딱딱하고 그리 편안하지 않다"



13위 : 오펠 메리바 (67점)




한줄 평 : "메리바의 독특한 도어 컨셉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4위 : 기아 쏘울 (66점)




한줄 평 : "어마어마한 로딩 (노인층에겐 짐싣고 내리기 불편한 차량이라는 의미인 듯). 일상에서 사용하기엔..."



15위 : 다치아 두스터 (61점)




한줄 평 : "저렴한 차. 아쉽게도 좌석 또한 싸구려"



16위 : 레인지 로버 이보크 (60점)




한줄 평 : "누구나 쳐다보게되는 차. 하지만 특별한 디자인은 시야확보의 단점이 됐다"



17위 : BMW 3시리즈 GT (59점)




한줄 평 : "큰 안락함. 하지만 타고 내리는 게 힘들다"



18위 : 미니 컨트리맨



18대 자동차 사진 출처 =netcarshow.com


한줄 평 : "오리지널한 것이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좁고 정리가 안된 것 같아 불필요한 느낌을 준다"


이 테스트에는 70세가 넘은 아우토빌트의 은퇴한 기자부터 이 기획을 담당한 40대 후반의, 그러나 허리 상태가 별로 안 좋은 에디터 등, 다양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를 했습니다. 이런 자료를 통해 노령층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선택하는 좋은 안내를 받았을 것입니다. 부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이런 테스트가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상담부터 평가까지, 종합 돌봄 프로그램 만든 아데아체


사실 아우토빌트가 특집성으로 노인들을 위한 자동차를 다뤘다면, 독일의 운전자 클럽 아데아체는 2012년부터 이를 체계적으로 테스트하고 그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1800만 회원 중 노인층 회원들을 고려한 새로운 프로그램인데요. 사실 회원 뿐 아니라 비회원인 노인 운전자들에게도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총 38대를 노인 운전자를 위해 체크했는데요. 각 항목별 1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에 아우토빌트 테스트에 참여한 차량들 중 많은 모델들이 아데아체 테스트에선 빠져 있습니다.)


시야 확보 1위 : 폴크스바겐 샤란, 투어란

승하차 편리성 1위 : 르노 세닉

트렁크에 짐싣고 내리기 1위 : 폴크스바겐 샤란

실내 사용 편리성 1위 : 폴크스바겐 샤란 & BMW 3시리즈 투어링 (왜건)

야간 주행 편리성 1위 : 폴크스바겐 샤란

안락함 1위 : BMW 3시리즈 GT

옵션 1위 : 파사트 바리안트 / C클래스 / 3시리즈 투어링 & GT


르노 세닉. 사진= netcarshow.com

  



노인들이 타고 내리기에 도움이 되는 높이는?

아데아체가 발행하는 월간지 motorwelt 2014년 12월호 캡쳐


아데아체의 경우 월간지 모터벨트를 통해 승하차가 노인들에겐 무척 중요한 부분이라며, 아무래도 SUV나 밴이 이런 점에선 장점이 있다고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트의 높이와 지붕 높이를 제시했는데요. 우선 좌석은 도로면 기준으로 70cm정도가 좋다고 했습니다. 또한 머리 부분을 고려해 지붕 높이는 좌석 기준으로 80cm이상이 좋다고 했습니다. (위 사진 참조)


또 여러 보조시스템들도 노인 운전자나 탑승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전후방 카메라,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성능 좋은 헤드램프, 그리고 비상제동시스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라고 제시했습니다. 아데아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차량 운전에 적합한지를 체크하는 '주행피트니스'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90분 상담 시간 동안 노인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과연 운전이 적합한지를 종합적으로 따지고 상담해줍니다. 또 직접 운전자가 자신의 차를 가지고 온 경우 시승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해주기도 한다는군요.


물론 유료 프로그램이지만 이처럼 노령층 운전자들을 대상으로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2012년부터 노인들을 위한 차량 평가를 별도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그럼 어떤 식으로 평가를 하느냐? 바로 아래와 같습니다. 



사진제공=adac


사진제공=adac


주행 전문가는 노인의 신체적 특징을 가정한 장비를 위에 사진에서처럼 갖춘 채 실제 주행에 나서게 됩니다. 관절, 몸 체형, 시력, 청력, 그리고 무게를 늘려 거동을 불편했을 때의 상황 등을 의도적으로 갖춘 후 시승을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입니다. 참 별난 짓 다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이런 노력이 노령층 운전자들의 차량 선택을 돕는 것은 물론, 안전한 도로 환경을 만드는 작은 밑거름이 되는 것이 아니겠어요? 확실히 자동차 문화 선진국다운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합니다. 


제가 맨 오늘 글을 시작하며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노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자동차와 관련한 정보는 이런 현실을 아직 제대로 반영을 못하고 있는 거 같다고도 말을 했죠. 간단하게 독일의 경우를 보여드렸지만, 이제 우리나라 언론이나 자동차 매체들도 노령층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청장년층의 경우,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시고 이런 노인 운전, 노인들을 위한 자동차 문화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백발의 드라이버가 되었을 때, 그 때에 맞는 풍성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기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가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고령화 시대에 걸맞는 자동차 관련 내용의 좋은 예로 오늘 이야기를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좋은 한 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