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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올해 특별한 생일을 맞은 기념비적 자동차들


과연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 몇 개의 모델들이 세상에 등장했었을까요? 사라진 회사와 어느 정도 알려진 튜너들까지 합치면 7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중 쉐보레 한 브랜드만 해도 모델들이 2천여 개 이상이라 알려져 있으니, 전체 브랜드를 생각하면 엄청난 수의 자동차가 등장하고 사라지고, 또 이어져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 소개할 자동차들은 당대 최고의 자동차, 역사적 가치가 가득한 자동차이자 2014년을 특별한 기념일로 맞이한 자동차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복받은 녀석들이라고 하겠는데요. 만들어진 지 30년, 40년, 50년, 60년 기념일이 된 4대의 차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할까 합니다.  



1984년, 유럽 미니밴의 시작! 르노 에스파스


1984년. L.A 올림픽이 열렸고, 빔 벤더스 감독은 나스타샤 킨스키가 출연한 파리, 텍사스로 칸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교황 요한 바로오 2세가 첫 번째 한국 방문을 한 해이기도 했죠. 아, 숟가락 휘는 초능력으로 전 국민을 TV 앞에 모았던 유리 겔라도 이 때 방한했습니다. 자동차로 보면 덕후들을 양산(?)한 페라리 테스타로사가 첫 선을 보인 때가 1984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미니밴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를 선보이며 또 다른 자동차의 역사가 씌여진 해이기도 했습니다. 


에스파스. 사진=favcars.com


패밀리밴, 미니밴으로 불리는 것들은 좀 더 큰 틀에서는 보통 MPV 라고 합니다. 다목적 자동차라는 뜻이죠. 좌석이 3열까지 있고 이 좌석을 접었다 폈다 하면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인데요. 승합차와는 다른 차죠.  르노가 1984년에 내놓은 에스파스 (Espace) 는 유럽 미니밴의 시작이라고 보통 이야기합니다. 


물론 따지자면 VW 마이크로버스 같은 것도 레져용 MPV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패밀리밴 형태의 시작은 닷시 캐러밴과 에스파스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사실 에스파스가 세계 최초가 못 되고 유럽 최초의 타이틀을 단 것은 미국 크라이슬러 때문입니다. 원래 미니밴에 대한 합작 계획을 세웠던 건 크라이슬러와 프랑스의 마트라라는 항공기 전문 회사였죠.


크라이슬러 자회사 한 곳과 마트라가 미니밴을 함께 만들기로 했는데 그 크라이슬러 자회사가 푸조로 팔려가게 됩니다. 당장 마트라로서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을 맞았고, 그러던 차에 그들의 계획에 관심을 갖고 있던 르노와 마트라가 함께 작업해 내놓은 것이 바로 에스파스였습니다. 물론 크라이슬러 역시 에스파스 나오기 바로 직전 (83년과 84년 연이어) 닷지 캐러밴과 크라이슬러의 플리머스 보이져 등을 선보였고, 이 때를 미니밴의 최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진=favcars.com


사진=netcarshow.com


어쨌든 에스파스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무너질지도 모른 르노를 살린 히트작이 되어주었죠. 2~4주까지 보통 휴가를 쓸 수 있는 유럽인들에게 에스파스 같은 차는 편안한 승차감까지 더해져서 장거리 여행에 제격이었고, 이런 이유로 돈 좀 있는 중산층 이상의 유럽인들에게 호감을 사게 됐습니다. 



사진=favcars.com


에스파스가 잘 되는 걸 10년이나 지나 인정한 폴크스바겐이 샤란 같은 모델로 미니밴 시장에 뒤늦게 참여를 했을 정도로 에스파스의 의미는 특별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특히 이번 파리오토살롱에서는 에스파스 3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모델이 선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신형 에스파스. 사진=netcarshow.com



다른 거 다 떠나서 스타일로만 보면 1세대 에스파스의 심플함을 따라올 수가 없는 거 같은데요. A필러에서 보닛까지 이어지는 사선 라인은 지금 봐도 매력적이네요. 아쉽게도 이번 신형부터는 크로스오버를 표방한다고 하는데, 예전같지 않은 인기 탓일까요? 그래도 에스파스는 미니밴의 붐을 일으킨 원조격 자동차로 앞으로도 계속해서 명성이 이어졌음 하는 바람입니다.




1974년, 해치백의 교과서 골프 탄생


사진=favcars.com


사진=favcars.com


74년 서독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홈팀 서독은 네덜란드를 2:1로 꺾고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또 유러비젼송 콘테스트에서는 스웨덴 그룹 ABBA가 워털루라는 곡으로 그랑프리를 차지했죠. 서울엔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며 지하철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초코파이 과자가 이 때 등장을 하게 됩니다. 슬프지만 긴급조치 1,4호가 각각 발동된 때가 1974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긴 말이 필요없는 해치백의 교과서 골프 MK1이 첫 선을 보인 해가 되는데요. 비틀로 버텨오던 폴크스바겐도 뭔가 새로운 변화를 도모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영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그리고 골프의 성공은 앞서 르노가 에스파스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 이상의, 엄청난 성공을 골프를 통해 VW에게 안겨줬습니다. 


뒷바퀴 굴림에서 앞바퀴 굴림으로, 엔진은 앞쪽에 가로형으로 배치하고,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차체의 안전성을 보강한 경제적 소형차의 등장으로 세계 자동차의 지형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아직도 C세그먼트를 골프 클래스라고 부를 정도로 독보적인 존재로 성장을 했는데요. 폴크스바겐의 핵심 모델로 늘 새로운 기술이 골프에 적용되면서 고급 차들에나 달리던 비싼 기술, 사양들을 대중화시키는 데 큰 몫을 담당했습니다. 



사진=폴크스바겐


1세대를 디자인한 조르지오 쥬지아로(사진 왼쪽)와 4세대를 디자인한 아우디 출신의 하르트무트 바르쿠스(사진 중앙), 그리고 6세대를 디자인한 발터 드 실바 (오른쪽)이 자신들의 골프 앞에 나란히 서서 찍은 이 사진은 언제봐도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일깨워줍니다.


현재 7세대까지 나와 있으며 2017년에 다시 8세대를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핫해치' GTI부터 경제적인 블루모션까지. 그리고 다시 전기 골프까지, 다양한 파생 모델과 많은 엔진들이 폴크스바겐을 골프 제국으로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게끔 구성돼 있습니다. 참, 골프가 첫 등장할 때 시로코라는 녀서고 함께 등장을 했는데요.



시로코 1세대. 사진=favcars.com


시로코는 골프의 고성능, 스포츠 버전쯤으로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최근엔 골프 GTI나 골프 R에게 그 자리를 내주고 별도의 쿠페형 모델로 자리를 잡은 시로코이지만 그 역사만큼은 골프와 함께 하고 있는 의미 있는 차라고 하겠습니다. 자, 과연 골프의 세대교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과연 골프 12세대라는 용어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국민차라는 이름값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지 않습니까?


골프 gtd. 사진=favcars.com




1964년, 포니카 심볼 머스탱!


사진=favcars.com


미니밴을 먼 처음 언급할 때 사실 빼먹지 말아야 할 인물이 한 명 있었는데요. 바로 리 아이아코카입니다. 크라이슬러로 스카웃 돼 그는 소형차 및 처음에 언급한 미니밴들을 만들어 어려움의 있던 크라이슬러를 위기에서 구해냈죠. 하지만 포드 시절 리 아이아코카가 주도한 포니카 프로젝트는 역시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바로 포드 머스탱이 그것이죠.


64년은 대중문화에 있어 큰 해로 남는데요. 바로 비틀즈가 미국 시장으로 진출해 영국 공습을 이뤄낸 해였기 때문입니다. 또 인권 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의미 있는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해에 자동차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머스탱이 등장한 것은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뉴욕 공항에 첫 발을 내딛은 비틀즈의 모습. 사진=위키피디아


머스탱은 흔히들 포니카, 머슬카라고 부릅니다. 사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포니카가 맞는데요. 그렇다면 포니카와 머슬카는 무슨 차이가 있느냐? 머슬카로 부르는 차들은 보통 미국의 전형적인 V8기통 엔진을 달고, 고마력에 큰 사이즈, 그리고 조금 더 비싼 가격을 받는 그런 차들이었습니다. 닷지 차저, 포드 토리노 같은 것들입니다. 


그에 비해 포니카는 말 그대로 작은 사이즈에 V6기통 엔진도 달리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머슬카에 비해 저렴한 녀석들을 일컫는데, 그 시작점이 바로 머스탱이었던 것이죠. 쉐보레 카마로나 닷지 챌린져 등도 포니카로 불리는 게 맞는데요. 하지만 요즘은 구분점이 의미가 없어져서 상직적으로 미국 마초형 자동차를 머슬카로 상징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포니카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머스탱은 쉘비와의 작업을 통해 고성능 모델들도 내놓으며 확고하게 미국인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머스탱 같은 포니카는 유럽 차의 자존심의 고장이랄 수 있는 독일에서도 많은 팬들을 확보하며 하나의 문화적 상징성이 부여되어버렸습니다. 



사진=favcars.com


쉘비 350GT. 사진=favcars.com


처음 출시 때는 4인승 컨버터블이었다고 그리고 곧바로 낮고 길게 누은 지붕 (패스트백)을 한 좌석 2+2 형태의 지붕달린 모델이 출시를 하면서 선붕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9백만 대 이상이 팔렸다니까, 얼마나 이 차를 사랑했는지 짐작이 가실 텐데요. 보기 보다 편안한 승차감 때문에 GT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모델이기도 하죠.


작년 말 2014년형 머스탱이 6세대 타이틀을 달고 공개가 됐는데요. 다소 거친 맛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야생마'라는 이름에 걸맞는 그런 질주 본능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유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뭐 이런 걸로 나오는 건 아니겠지?)


6세대 머스탱. 사진=netcarshow.com




1954년, 아름다운 사치 벤츠 300SL


사진=위키피디아


1954년은 세기의 연인 마를린 몬로가 뉴욕 양키즈 선수 조 디마지오와 결혼을 하며 시작됐습니다. 수많은 남성팬들의 가슴에 대못질을 하며 한 해가 열린 것이죠. 반면 영국에서는 전설이 될 책 반지의 제왕 3부작 중 1편 '반지 원정대'가 출판되었습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고, 우리나라에서는 독도에 영토를 표시하고 등대를 점등한 의미 있는 해이기도 했습니다.


포르쉐는 그들의 첫 양산 모델 356스피드스터를 내놓았고, 포드는 썬더버드를, 알파 로메오는 줄리에타 스프린트를 선보였던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고급스럽고도 아름다운 자동차 벤츠 300SL의 등장을 빼놓아선 안됩니다.

사진=favcars.com





레이싱카로만 계획됐던 이 차는 미국의 수입업자의 사업수완 덕에 300SL과 190SL로 나뉘어 양산되었고,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있던 다임러에 힘을 불어 넣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차는 아름다운 스타일, 그리고 갈매기 날개를 연상시킨다는 걸윙 도어로 인해 지금까지도 최고의 아름다운 자동차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요.


사실 저 싸이의 완전히 새됐어  문짝 스타일은 경주용 차량에 적용하던 스페이스 프레임이 적용되면서 정상적으로 문을 열 수가 없자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습니다. 차량의 뒤틀림을 막기 위해 프레임을 만들다 보니 도저히 미닫이 문이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된 것이죠.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며 들어 올리는 형식을 취했는데, 그게 이 차를 지금까지도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힘이 되어 준 것입니다.


역시 미국 시장에서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량이 소화가 됐는데요. 워낙 비싼 차여서 부자들과 헐리웃 스타들이 주로 구매를 했다고 합니다. SL은 그 이후로도 세대를 바꿔가며 계속 그 역사가 이어졌는데요. 최근에 나온 SL 시리즈들은 2인승 로드스터로만 구성이 되어 좀 아쉽다 싶었는데 다임러가 그렇게 한 이유는 SLS AMG가 등장으로 어느 정도 풀리게 됐습니다.


사진=favcars.com


이게 6세대 SL (고성능 AMG 버젼)이고,



사진=favcars.com


이것이 2010년에 나온 SLS AMG입니다. 특히 SLS AMG는 원조 300SL이 가지고 있던 걸윙 도어를 그대로 재현해 낸 것으로 관심을 받았죠. SL은 로드스터로, SLS AMG는 쿠페로 나눠 300SL의 유전자를 이어가려 한 것이 아닌가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진=favcars.com


이렇게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SLS AMG의 모습, 그런데 아무리 봐도 원조 보다 스타일에선 못해 보이네요. 다임러에서는 300SL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지만 그냥 리메이크라고 하는 게 더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어쨌든 300SL은 연료분사 방식을 처음으로 양산차에 적용했다는 기록도 갖고 있는, 그냥 스타일만 멋진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자동차였습니다. 특히 SL이란 이름, 그러니까 독일어로 Sport Leicht라고 해서 중량을 가볍게 해 더 잘 달리는  수퍼카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렇듯 올해 특별한 기념일을 맞는 4대의 전설적 자동차들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회사가 어려울 때 구세주처럼 등장해 반전을 이뤄냈다는 점이죠. 모두 화려한 데뷔전을 치뤘다는 공통점이 있고, 또 첫 등장 이후 계속해서 역사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게 다가옵니다. 이제는 자기 영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자동차가 되었는데요. 과연 이들의 역사는 언제까지 계속 이어질까요? 설령 언젠가 사라진다 할지라도, 지금까지 만들어온 전통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가치 있는 자동차들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