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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자동차 사운드는 나를 과시하는 도구?


자동차들이 한창 몰려드는 시간대의 도심 도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이 곳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약 85 데시벨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헤어드라이기와 잔디깎기 기계 소음 사이에 있는 정도라고 하는군요.


시끄러운 공장 소음 보다 조금 낮고 시위 때 확성기가 법적으로 제한되는 80 데시벨 보다도

높은 수치인데요. 이런 소음이 있는 곳에선 무조건 귀마개를 하고 일을

해야지만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들이 내는 소음은 사람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심장에도 안 좋고 당연히 숙면도 방해를 받게 되죠. 자료에 보니까 독일 국민의 절반 정도인 

4천만 명이 매일 자동차가 내는 소음에 영향을 받고 있고, 그 중 2백만 명은 매일

65 데시벨의 소음을 견디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화가 60데시벨이고

전화 벨소리가 70데시벨이니까 그 중간 어디쯤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이유로 EU에서는 자동차들이 만드는 소음을 낮추기 위한 규제를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의 교통법에는 아예, '자동차는 발전하는 기술 수준에 비례하는

소음을 내어야 한다.' 라고 되어 있어, 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그 소음도 낮춰야 하는

의무까지 지우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도로 위의 소음은 줄어들지 않고 있는 듯 합니다.


특히 독일의 부유한 공업지역 중 하나인 하일브론 경찰들은 도로에 소음 측정기를 

숨겨 놓은 채 너무 소리를 키운 튜닝된 바이크나 

배기구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는  자동차를 단속하고 있다고 하네요. 





자동차 사운드는 자기 과시용? 


자동차가 만드는 사운드는 보통 엔진음과 배기음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마세라티 같은 이태리 고급 브랜드는 음악가들과 튜닝 전문가들이 멋진 엔진음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에 참여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정말 자동차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사운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차량 구매의 매우 큰 기준으로 삼기도 합니다. 차는 다 좋은데 소리가 별로라서 

안 사는 경우도 있고, 딱 봤을 때는 느낌이 아닌데 그 소리에 매료돼 구매하는 경우도 있죠.


특히 비싼 차들, 스포츠카들은 이런 사운드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데요. 이처럼 자동차의 소리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요? 독일의 심리분석가 미햐 힐거스는  첫 번째 이유로 

자기 존재의 가치를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운드가 크고 멋질수록 그것이 나를 대변하거나 드러내려는 욕구와 비례한다는 것이죠.

이런 자동차의 사운드는 그 소리를 만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주인에겐 말 그대로

멋진 소리로 들리지만 남에겐, 특히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는 보통의 사람들에겐

그저 하나의 소음일 뿐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나를 드러내려는 것만 의미가 있는 건 아닌데요. 미햐 힐거스 씨는 

이런 과시의 의미 외에도, 정말 그 사운드가 좋아 즐기는 운전자들도 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할리 데이비슨 같은 바이크가 내는 소리는  과시성 사운드뿐 아니라 

그 주인에겐 멋진 바리톤, 혹은 테너의 노래처럼 들린다는 것이지요.



포르쉐, 심지어 로비까지?


최근 독일 자동차 매거진 아우토빌트는 자동차 소음과 관련해 비교 테스트를 하겠다며

제조사들에게 차량 지원 협조공문을 보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딱 한 군데, 포르쉐만

차량 지원을 거부했습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 아닌가 싶은데요. 보통 아우토빌트 같은 가장 인기 있는 잡지의 협조 요청은 

거부할 이유가 없거든요.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있었던 건 것일까요?

실제로 아우토빌트는 포르쉐 측에서 체코 출신의 EU 의원에게 로비를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증거를 잡지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그 의원은 자동차 소음 규제와 관련해 새로운 법안을 준비 중이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포르쉐가 엔진음과 배기음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아우토빌트는 과연 어떤 차들로 주행 소음도를 체크했고, 그 차들은 어떤 결과를 얻어냈을까요?


바이크 2대가 포함된 실험이었지만 여기서는 9대의 자동차 결과만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음 측정은  세 가지로 나눠 이뤄졌는데, 2단에서 풀가속을 했을 때, 3단에서 풀 가속을 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으로 3단에 놓고 계속 주행을 했을 때였습니다. 그럼 가장 소음도가 낮았던 차량부터

결과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소음 측정 결과 



 <BMW i3> 



*잡지에선 순수 전기차인지 3기통 보조 엔진이 달린 레인지 익스텐더인지 별도의 설명이 없었음.


2단 풀 가속 시 : 70.5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0.5 데시벨 (2,3단 구분 없이 단일 단수로 측정)

3단 정속 주행 시 : 64.9 데시벨



<폴크스바겐 골프 1.4 TSI (가솔린)>     



2단 풀 가속 시 : 73.4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69.5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66.2 데시벨



<렉서스 GS 450h (가솔린 하이브리드)>



*일반 주행 모드


2단 풀 가속 시 : 74.8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4.8 데시벨 (무단 CVT 변속기 차량)

3단 정속 주행 시 : 64.9 데시벨



<르노 클리오 TCe 90 (가솔린)>



2단 풀 가속 시 : 74.9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69.5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66.5 데시벨



<BMW X3 2.0d (디젤)>



2단 풀 가속 시 : 77.6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2.5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69.2 데시벨



<메르세데스 E 400 (가솔린)>



*자동변속기 차량


2단 풀 가속 시 : 78.0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8.0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65.5 데시벨



<토요타 GT86 (가솔린)>



2단 풀 가속 시 : 78.7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2.4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67.9 데시벨



<렉서스 GS 450h>



*스포츠 주행 모드


2단 풀 가속 시 : 79.0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9.0 데시벨 (무단변속기 차량)

3단 정속 주행 시 : 66.0 데시벨



<폴크스바겐 클래식 비틀(가솔린)>



2단 풀 가속 시 : 83.2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78.9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73.2 데시벨



<재규어 F타입 R쿠페 (가솔린)>



*액티브 배기 시스템이 적용된 차량으로 3,000rpm에서 액티브 배기 시스템 버튼을 ON 시키면 사운드가 더 크고 풍부해 집니다. 이 것을 작동시켰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로 나눠 테스트를 아우토빌트가 했군요.


*액티브 배기 시스템 OFF 

2단 풀 가속 시 : 96.9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84.0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69.0 데시벨


*액티브 배기 시스템 ON

2단 풀 가속 시 : 100.3 데시벨

3단 풀 가속 시 : 96.0 데시벨

3단 정속 주행 시 : 80.0 데시벨


역시 스포츠카인 재규어 F타입 R쿠페의 사운드가 가장 높은 데시벨을 기록했습니다.

110데시벨이 목공소에서 나무 자르는 전기톱이 돌아가는 정도라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재규어 F타입의 소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이 되시겠어요?


3단 정속 주행의 경우 재규어 F타입 R쿠페(액티브 배기 시스템 ON)와 비틀 클래식을 제외하면 

70 데시벨 이하였습니다만 2단에서 가속을 할 때는 차이가 눈에 띄게 드러났습니다.

다만 르노 클리오와 골프 1.4 가솔린 등 작은 엔진들의 경우 3단 가속에서도 

데시벨이 낮게 나온 결과를 얻었네요.



자동차를 소음의 관점에서도 볼 줄 아는


엔진의 특성에 따라 사운드가 다르다는 걸 아는 자동차 배기음의 고수들과 자동차 팬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엔진음과 배기음 등은 불편하게 와 닿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런 소리의 크기 등으로 

자존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안전하고 젠틀한 운전실력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게 어떨까 싶네요. 


인상적이었던 건 자동차 잡지라고 해서 무조건 자동차를 향해 하트만 뿅뿅 날리는 게 아니라,

이렇게 사회적인 관점에서 소음 문제의 주체로 자동차를 비판하고 바라보는 태도였습니다.

 이런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것이 진정한 자동차 매체의 모습이고 또 자동차를 문화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테스트를 진행한 잡지 기자의 멘트를 소개하며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 스포츠카 운전자나 할리 데이비슨 같은 바이크 운전자, 그리고 흡연자나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겐 관용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자동차 배기음 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애완견의 배설물, 흡연자의 담배연기와 같은 것이다. 남을 배려해 운전해야 할 곳에서는

조용하게 운전하자. "


본문의 사진출처= netcarshow.com & favca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