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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VW 골프에는 있고 현대 YF쏘나타엔 없는 것?

                    랭    킹                 모       델
                         1            폴크스바겐 골프
                            2             BMW 3시리즈
                            3             오펠 아스트라
                            4               VW 파사트
                            5       메르세데스 C클래스
                            6                Audi A4
                            7            폴크스바겐 폴로
                            8             포드 Focus
                            9             오펠 코르사
                           10       메르세데스 A클래스


내용에 앞서 표를 하나 보여드렸습니다. 어떤 내용일 것 같으세요...? 위 내용은 지난 10년간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은 차종의 순위입니다. 어제 판매순위 올려드린 내용과 같이 여전히 1위는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Golf가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골프는 1974년에 태어나 6세대까지 오는 동안 전세계적으로 2,600만대 이상이 팔린 글로벌 베스트카입니다.  지금까지 계속 최고의 판매를 보이고 있는 골프의 성공 이유는...그럼 어디에 있을까요?

 

일단은 차가 좋기 때문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골프는 주행성능이나 내구성, 그리고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모든 면에서 동급 최강을 지향하고 그것을 또한 실천해 내고 있습니다. 독일내에서 골프는 제원상으로는 아반떼 급이지만 정서적으로 본다면 아반떼와 소나타의 중간 정도에 있는 모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인데요. 차량의 독일내 가격은 트림 즉, 선택모델이 무척 다양하고 옵션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딱 얼마라고 정하기는 어렵지만 많이 거래되는 모델을 기준으로 , 1.6 가솔린 엔진에 수동기어, 102마력에 약 15,700유로 정도 합니다.

 

환율이 아닌 한국 대비 독일의 물가(약 1.5배 전후)로 본다면 2,300만원 정도로 독일 내에서 팔리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는데요. 중형급인 파사트cc 2.0이 약 3,400만원 정도 하니까 수동기어 안 쓰고 각 종 편의 사양이 장착돼 한국으로 들어가는 모델들을 감안하면 확실히 독일인들이 타는 내수용은 대중적인 가격의 차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튼, 골프가 많이 팔리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기계적 가치 말고 또다른 중요 요소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폴크스바겐(국민의차)의 탄생의 목적 즉, 국민들이 저렴하게 좋은 차를 타야한다는 그 목적에 골프는 지금까지 충실합니다. 물론 일부에서는 폴크스바겐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아닌 냉정하고 뜨거운 비판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판매 결과가 말해주듯,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그 개발된 기술을 골프나 폴로와 같은 대중차에 실현하고 있는 일관된 자세를 독일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주변 독일인들은 위에 언급된 얘기들을 자주 늘어놓습니다. 바로 독일을 대표하는 메이커와 차종이 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부심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사실, 골프는 독일인들의 국민성과 닮아 있습니다. 멋부릴 줄 모르고 무뚝뚝해보이지만 성실하고 기초에 충실하며, 항상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려는 독일사람들처럼 골프는, 겉멋 없이 무뚝뚝해보이지만 성실하고 기초에 충실하고 보이든 보이지 않든 완성도를 높이려고 항상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즉!

 

골프를 통해 독일 국민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들을 투영해내는 그 차를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소 관념적인 표현들이지만 사실은 매우 사실적입니다. 골프를 보면 독일이 보이고 독일인들을 보면 골프의 가치가 이해된다는 사실......바로 이 점이 골프가 독일에서 사랑받는 또다른 가치라고 저는 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대차의 국민모델 쏘나타는 어떤가요?

 

한국 시장에서 항상 최고의 판매를 자랑하는 쏘나타. 한국의 차하면 떠오르는 아이콘 쏘나타이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덴티티의 모호성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사실 현대자동차 정도의 규모와 역사라면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현대차를 상징할만한 차종이 있어야 했습니다. 즉 현대차를 대표할만한 차는 곧 현대차라는 인식.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한국의 차라는 대표성을 보여줄 차량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쏘나타는 적어도 내수시장에서 만큼은 현대차의 대명사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YF쏘나타를 보면서 그간의 쏘나타가 가져온 위치와 가치에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단순히 디자인의 급격한 변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YF의 출시를 통해 현대차는 그간 국민에게 받아온 사랑과 국가적인 지원을 통해 굳건히 지켜온 자리에서 진짜 현대차의 기업가치를 발현하고 있으며, 그것이 국민들과 함께 호흡을 했느냐 하는 질문말입니다.

 

무슨 놈의 차 하나에 국가가 나오고 국민이 나오느냐고 쯧쯧하실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저는 요즘 벌어지고 있는 YF쏘나타에 대한 인터넷 상의 극렬한 논쟁이 사실은 이러한 국민차로서의 자기 정체성과 깊게 맞물려 있다고 생각해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골프가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고 , 한국에서처럼 논쟁의 중심에 골프가 선다면 독일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폴크스바겐이 갖고 있는, 골프가 보여주고 있는 상징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쏘나타는 한국인들에게 세계 몇 개국 안되는 자동차 생산국의 지위를 뿌듯하게 누리게 해주던, 현대차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런 국민의 차였습니다. 그런 차종이기에 국민들의 기대 혹은 실망, 또는 누군가의 표현처럼 배신감이 그만큼 골 깊은 것은 아닐까요?

 

솔직히 내 나라의 자동차 메이커가 망하길 바라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현대기아차 그룹이 세계시장에서 날고 기는 메이커, 차종들과 경쟁하고 선전하는 모습에 가슴 뿌듯해하지 않을 사람이 진실로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니, 어쩌면 더 박수치고 응원하고 이왕이면 현대차를 팔아주고 싶은 맘이겠지요.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차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국민을 위한 차, 국민의 자부심에 삼투압이 된 차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리고 현대차는 그런 막중한 위치에 있음을 인식하고 프라이드와 책임감을 함께 양날개처럼 달고 세계시장으로 날아야 합니다.

 

만일 쏘나타가 현대차의 가치를 대변하는 차가 아니라고 한다면 현대차의 정체성을 구현할 대표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독일엔 골프가 있고, 일본에 도요타 렉서스, 코롤라 있고 이태리에 피아트 500이 있다면 한국엔 어떤 차가 있어야 할까요?

 

이 질문이 YF쏘나타의 나아갈 방향이 되고, 현대차에게 탁한 방안 환기시키는 찬바람이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