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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 키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몇 가지



자동차가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따로 문이 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로 열쇠 같은 건 없었죠. 그럼 언제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자동차 열쇠가 사용되었을까요? 이에 대한 정확한 기원을 찾기는 어려운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헨리 포드가 만든 모델 T가 엄청나게 팔려나가면서, 아마 그 때 누군가가 (포드회사가 아닌) 차에 자물쇠 뭉치를 달아 열쇠를 사용하게 하지 않았을까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그럼 키를 꽂아 돌려 시동을 거는 방식은 언제부터였을까요? 1949년 미국 회사인 크라이슬러가 처음 이런 방식을 적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물론 전자식 점화장치는 캐딜락이 (정확히는 협력사가) 1912년에 이미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어쨌든 차 문을 잠그는 열쇠도 없는, 손으로 레버를 돌려 위험하게 시동을 걸던 시대가 가고 1930년대 들어서면서 자동차는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차의 전체적인 상황을 살필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자동차 키의 발전

자동차 열쇠는 집의 문을 여는 것과 같은 열쇠의 형태를 취한 이후 굉장히 오랫동안 그 모습이 유지됐습니다. 그러다 시동 키와 도어 키가 하나로 합쳐졌고, 1989년에 벤츠는 지금의 리모컨 키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걸 양산차에 적용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리모컨 키의 시대로의 진입을 알렸습니다. 

 

유럽형 파사트의 푸시 앤 고 열쇠. 키를 키박스에 꽂고 살짝 누르면 시동이 걸립니다.

 

이제 대세가 된 리모컨 키는 처음엔 리모컨 앞에 열쇠가 달려 있었죠. 그러다 그 고정된 열쇠를 접었다 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아예 열쇠 자체가 리모컨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리모컨 뭉치 자체가 키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스마트 키가 등장한 것이죠. 물론 스마트 키에서 열쇠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비상용 열쇠가 리모컨 몸통 안에 숨어 있어 급할 땐 그걸 빼서 사용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불안감을 아날로그 방식으로 보완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유럽형 파사트가 푸시 앤 고 기능의 열쇠라면 미국형 파사트는 접혀 있는 키를 펴서 꼽고 돌리는 형태를 아직 취하고 있습니다.

아우디 같은 회사도 Q3이나 A1처럼, 모델에 따라 열쇠를 꽂아 돌려 시동을 거는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사진은 아우디 A1

 

이처럼 비상용 열쇠가 리모컨 뭉치 안에 숨어 있죠.

 

 

 

다양한 첨단 기능의 스마트 키들

스마트 키는 다시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기능을 하고 발전하며 이제는 대세로 자리했습니다. BMW의 경우는 리모컨 안에 마이크로 칩이 내장돼 있어 그걸로 엔진룸 안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죠. 일단 직영 정비소에 가면 정비사가 키뭉치를 받아 컴퓨터와 연결된 체크기 안에 키를 넣습니다. 그러면 거기서 일목요연하게 차량의 상태가 다 뜹니다. 엔진 오일은 상태가 어떤지, 다른 부분은 이상 없는지 등의 정보가 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죠. 

 

벤츠의 키레스 고 기능도 아는 분들 많을 겁니다. 이게 바로 키를 주머니에 넣고 차 옆에 가면 자동으로 잠겼던 문이 열리게 되어 있죠. 거기다 운전석 쪽만 따로 열고 잠글 수 있게도 특화되어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볼보는 아이팟 비슷하게 생긴 (물론 덜 예쁩니다) 키(PCC)를 만들었는데, 멀리서도 차문이 잠겼는지 확인이 가능하고 심지어 실내에서 심장 뛰는 걸 감지할 수 있어서 주인 몰래 누가 차에 오르면 이를 통해 경고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또 컨티넨탈 같은 부품 회사와 기아가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 3.4mm의 두께밖에 안되는 카드 키도 있습니다. 얇기 때문에 지갑이나 주머니 등에 보관이 용이하죠. 잘 빼입은 양복 바지 주머니 불룩하게 만들지 않아서 좋을 것 같네요. 또 인피니티는 시트 상태나 사이드 미러의 위치를 기억해 키를 꽂았을 때 이를 자동으로 차량이 맞춰주는 인텔리젠트 키라는 걸 개발해 기술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만약 열쇠가 두 개라면 부부가 각각 열쇠를 갖고 탈 때마다 차는 그 열쇠에 기억된 내용에 따라 실내 상태를 바꾸어 주게 됩니다. 다시 의자나 룸미러 사이드 미러 등을 조절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뿐이 아니에요. 포드 계열 링컨의 MKS는 열쇠가 없어도 잠긴 차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평소에 가려져 있다가 사람을 인식하면 숫자 패드가 B 필러 부분에 나타납니다. 열감지를 하는 것이죠. 이렇게 등장한 패드에 암호를 넣으면 차문이 열리게 됩니다. (아..기억해야 할 비밀번호가 하나 더 늘어버렸네요.) 최근에 출시된 BMW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i8은 키뭉치 자체가 정보창 역할을 하기까지 합니다. 마치 보드 컴퓨터 같다고나 할까요? 여기에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많은 스마트 키들이 있습니다. 정말 다양하게 존재들 하고 있죠.

 

BMW i8 스마트 키. LCD 화면이 있고, 이 정보창엔 충전상태와 주행 가능 거리 등의 정보가 뜹니다. 에어컨도 작동시킬 수 있는 터치 스크린 방식. 사진=netcarshow.com

 

그렇다면 궁금한 점, 이렇게 복잡하고 고급화된 열쇠는 쉽게 복제가 가능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모빌라이저 기능이 대표적 안전장치입니다. 이모빌라이저라는 건, 자동차 키에 내장된 반도체 칩에 암호가 들어 있는데 이게 엔진 암호와 맞아야 작동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모빌라이저도 또 메이커에 따라선 더 복잡하게 적용되어 있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열쇠가 오리지널이 아니면 문 열고 차 몰아 도망가기 어렵게 됐다는 겁니다.

 

일부 고급 모델 세단이나 스포츠카들은 전통적인 열쇠 돌려 시동거는 (턴키)방식을 고수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차들 역시 리모컨은 대부분 달고 있죠. 아예 최첨단으로 가든가, 아니면 아날로그의 향수를 일부 보듬고 가든가... 무엇이 됐든 자동차 키는 이제 옛날처럼 열쇠집 가서 " 아이씨~ 열쇠 하나 복사해 주세요..." 라고 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다양한 자동차 키들. 옛 날 방식이 정겹기까지 하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런 스마트 키를 만약 잃어버렸다면?

자동차 키의 기능이 발전할수록, 또 복잡할수록 키의 가격도 오릅니다. 이런 비싼 키를 잃어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일 경우를 보면 보험회사에 연락을 취하게끔 합니다. 열쇠 자체가 보험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 잃어버린 열쇠로 인해 자동차가 혹시 도난을 당했거나 아니면 실내 제품들이 도난을 당했을 경우 자칫하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이를 알려주도록 운전자에게 권하고 있고, 이것이 책임의 일정부분을, 혹은 많은 부분을 경감시킬 수 있는 모양이더군요. 저도 아직 경험이 없어 어떻게 보험회사가 대응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키를 잃어버리게 되면 우선적으로 보험사에 알리려고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경우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보험회사 얘기는 대충 이렇고요. 일단 급한 건 키를 만들어 다시 차를 쓰는 부분이겠죠. 잃어버렸을 땐 해당 메이커의 직영 정비소에서 해결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차주임을 확인시킬 수 있는 신분증이랑 차량 등록증이 필수죠. 본인 확인이 되면 그 때서야 키를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작 과정이 그냥 뚝딱 만드는 게 아니더군요. 상당히 까다롭게 진행됩니다. 보통 독일의 경우엔 사법기관에서 보증된, 해당 기술을 가진 정비사만이 이 작업을 하게끔 돼 있습니다.

 

차량 열쇠 제작 과정에서 혹시라도 고객의 차량 정보를 이용해 불법복제를 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그 근거를 마련해 놓은 것이죠. 스마트 키 제작에 대한 것은 모두 서류로 확인이 가능하게 되어 있고요. 또 메이커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전서버라는 게 있어서 여기에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고 새로운 키의 제작 과정을 남기게 됩니다. 이 기록은 최대 10년까지 보관한다고 하는군요. 이처럼 여러가지 안전 단계를 거쳐 만들어진 새로운 열쇠는 바로 사용이 가능하고, 당연히 예전 열쇠는 더 이상 역할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일 같은 굼뜬(?)나라에서는 새롭게 키를 맞추는데 보통 일주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비상용 열쇠가 포함이 안되면 좀 시간을 앞당길 순 있겠지만 한국처럼 빠르면 당일 바로 처리되고 그러지 않습니다. 그리고 비용도 무척이나 비싼데요. 몇 개 브랜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우디 A3 (신형) 

스마트 키 가격 : 134유로, 등록비 : 38유로, 총 금액 : 172유로

 

BMW 1시리즈 

스마트 키 가격 : 259유로, 등록비: 48유로, 총 금액 : 307유로

 

현대 (유럽 판매 전 모델)

스마트 키 가격 : 145유로, 등록비: 19유로, 총 금액 : 164유로

 

벤츠 (콤팩트 모델들)

스마트 키 가격 : 200유로, 등록비 : 포함되어 있음, 총 금액 : 200유로 

 

포르쉐 (카이엔)

키 가격 : 261유로, 등록비 38유로, 총 금액 : 299유로

 

토요타 (준중형 아우리스)

스마트 키 가격 : 88유로, 등록비 : 24유로, 총금액 : 112유로

 

폴크스바겐 (골프)

스마트 키 가격 : 110유로, 등록비 : 38유로, 총금액 : 148유로

 

우리나라에선 국산 메이커가 대략 10만 원 안팎의 비용으로,  빠른 시간 안에 새 키를 만들 수 있는 반면 수입 메이커들은 최대 40만 원이 넘는 금액에 기간도 2주 이상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물론 앞서 말씀 드렸듯 단순히 드러난 가격만으로 비싸다 싸다를 이야기하는 어려운 것이, 기능들이 메이커에 따라 다르고 복잡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어쨌든, 스마트 키 잃어버리게 된다면 시간과 돈 모두 생각 이상으로 소비를 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키 관리에 좀 더 신경쓰시기 바라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첨단으로 흘러가는 자동차 세상을 보면서, 옛날 자동차의 유산들을 좀 모아두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마치 사진첩을 보듯 그리운 한 때를 되새겨 보고 싶을 때를 위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