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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도요타가 독일에서 인정받는 이유

 

저는 일본 차에 대해선 사실 아는 바가 많지 않습니다. 독일 차도 전문가라고 할 수준은 아닙니다만 일본 차 보다는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또 독일에 살아서 그런지 일본차를 앞으로 타봐야겠다는 생각도 잘 안 하게 됩니다. 물론 가끔 관심이 가는 모델이 있긴 합니다만 호기심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특별히 애국심에 호소해 일본차를 안 타야겠다 이런 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마냥 일본 차를 호의를 가지고 보는 입장도 못 된다고 솔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뜨뜨미지근하게 일본 차를 바라보는 저의 시선에서 조차 이것 하나만큼은 부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품질이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고장이 적다는 점인데요. 이미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또는 주변인들의 경험담을 통해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독일에선 이 부분이 객관적 데이타를 통해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증명이 되고 있냐고요? 지금부터 찬찬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제공 = tuev-sued.de

                                      

독일 자동차 번호판에는 이런 스티커가 모두 부착되어 있습니다. 자동차 정기 검사를 언제 받았고, 언제 다시 받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식별 스티커인데요. 독일기술검사협회(Technischer Uberwachungs Verine), 일명 튀프(TÜV)라는 곳에서 검사자들에 의해 붙여지게 됩니다.

 

사진제공 = tuev-sued.de


튀프는 독일의 산업안전과 관련한 공인인증기관입니다. 자동차뿐 아니라 여러 산업현장의 안전을 체크하죠. 일반인들에겐 자동차 검사해주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주 오래되었고 신뢰할 만한 기관이죠. 이런 튀프가 매년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와 함께 '튀프 리포트'라는 프로젝트를 펼칩니다. 매년 정기검사를 받은 모든 차량들 데이타를 모아 가장 결함률이 적은 자동차와 결함률이 높은 차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사진제공 = tuev-sued.de

 

보통 발표는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합니다. 2~3년된 자동차 부문, 4~5년된 자동차 부문, 6~7년된 자동차 부문, 8~9년된 자동차 부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10~11년된 자동차 부문.  2012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검사를 받은 약 8백만 대의 자동차 217개 모델이 그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검사는 총 100여개 부분에 걸쳐 하는데 그 중 18개의 가장 중요한 검사 항목들을 순위 매기는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헤드램프나 리어램프 등 조명의 결함률, 엔진오일 미션오일 손실률, 브레이크 부품, 서스펜션 스프링 감쇠, 조향장치 결함, 차축 결함, 그리고 배기가스 등이 핵심 체크사항들입니다.

 

결함률이 큰 건 역시 조명부분이었고 그 다음을 오일 쪽 결함이 차지했는데요. 작년엔 폴크스바겐의 폴로가 가장 적은 결함률로 명예로운 타이틀을 차지했는데. 올해는 과연 어떤 차가 그 이름을 드높였을까요? 우선 결과를 카테고리별로 본 후에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3년차 자동차 부문


오펠 메리바. 사진=오펠

 

1위: 오펠 메리바,  결함률 (4.2%), 평균주행거리(2만9천km)

2위 : 마쯔다 2, 결함률 (4.6%), 평균주행거리 (3만2천km)

3위 : 토요타 iQ, 결함률 (4.8%), 평균주행거리 (3만km)

4위 : 포르쉐 911, 결함률 (5.2%), 평균주행거리 (3만1천km)

5위 : BMW Z4 , 결함률 (5.5%),  평균주행거리 (3만2천km)

5위 : 아우디 Q5, 결함률 (5.5%), 평균주행거리 (6만3천km)

7위 : 아우디 A3, 결함률 (5.6%), 평균주행거리 (4만7천km)

7위 : 메르세데스 GLK, 결함률 (5.6%), 평균주행거리 (5만2천km)

9위 : 토요타 아벤시스, 결함률 (5.7%), 평균주행거리 (5만2천km)

9위 : 마쯔다3, 결함률 (5.7%), 평균주행거리 (3만6천km)


 

오펠 메리바의 4.2% 결함률은 상당히 좋은 수준이라는 게 조사를 담당했던 튀프의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토요타와 마쯔다의 모델들이 4개나 들어가 있는 게 인상적이네요. 어쨌든 독일 차들도 체면은 세웠습니다. 반면에 하위 10개 모델들을 역순으로 보면 피아트 푼토와 쉐보레 아베오(120위), 폴크스바겐 샤란(122위), 시트로엔 C4 피카소 (123위), 알파 로메오 159 (124위), 피아트 브라보 (125위), 쉐보레 마티즈 (126위), 시트로엔 C4 (127위), 피아트 판다 (128위), 그리고 다치아 로간 (129위)이 불명예스럽게 꼴찌를 했습니다.

 

 

 

4~5년차 자동차 부문

 

1위 : 토요타 프리우스, 결함률 (7.3%)

2위 : 포드 쿠가, 결함률 (7.8%)

3위 : 포르쉐 카이엔, 결함률 (8.1%)

3위 : 폴크스바겐 골프 플러스, 결함률 (8.1%)

5위 : 폴크스바겐 파사트 CC , 결함률 (8.4%)

6위 : 아우디 A4, 결함률 (8.7%)

7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결함률 (8.8%)

8위 : 토요타 아우리스, 결함률 (9.1%)

9위 : 포르쉐 911, 결함률 (9.2%)

10위 : 마쯔다 2 , 결함률 (9.3%)

 

토요타 프리우스가 이 부분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역시 마쯔다와 아우리스 등 토요타와 마쯔다 모델이 또 10위권 안에 들어와 있네요. 폴크스바겐 그룹도 선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반대로 하위 10개 모델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쉐보레 캡티바 (113위), 포드 카 (114위), 피아트 판다 (115위), 르노 캉구 (116위), 시트로엔 베를링고 / 세아트 이비자 (117위), 쉐보레 마티즈 (119위), 피아트 도블로 (120위), 시트로엔 C4 (121위), 다치아 로간 (122위) 순이었습니다.

 

 

 

6~7년차 자동차 부문


프리우스2. 사진 = 토요타

 

1위 : 토요타 프리우스, 결함률 (9.9%)

2위 : 포르쉐 911, 결함률 (11.1%)

3위 : 마쯔다 2, 결함률 (12.1%)

4위 : VW 골프 플러스 , 결함률 (12.4%)

5위 : 마쯔다 MX-5 , 결함률 (12.8%)

6위: 토요타 코롤라 베르소 , 결함률 (13.4%)

7위 : 토요타 라브4, 결함률 (13.6%)

8위 : 혼다 시빅, 결함률 (13.8%)

9위 : 토요타 야리스, 결함률 (13.9%)

10위 : 메르세데스 SLK, 결함률 (14.3%)


 

6~7년차의 경우에도 프리우스가 1위를 차지했네요. 이번엔 일본 차들이 더 많이 포진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 하위 10개 모델은 어떤 것들인지 또 확인해볼가요? 알파 로메오 147 (104위), 르노 메간 (105위), 피아트 푼토 (106위), 푸조 307 (107위), 르노 라구나/ 피아트 스틸로 (108위), 르노 캉쿠 (110위), 다치아 로간 (111위), 피아트 도블로 (112위), 크라이슬러 PT 크루져 (113위) 순이었습니다. 피아트와 함게 르노 일부 모델들도 슬슬 최하위권에 이름을 등록하기 시작했네요. 

 

 

 

8~9년차 자동차 부문

 

1위 : 포르쉐 911, 결함률 (10.3%)

2위 : 토요타 코롤라 베르소, 결함률 (14.5%)

3위 : 토요타 라브4, 결함률 (16.2%)

4위 : VW 골프 플러스, 결함률 (17.5%)

5위 : 토요타 아벤시스, 결함률 (17.9%)

6위 : 혼다 재즈, 결함률 (18.2%)

7위 : 마쯔다 2, 결함률 (19.0%)

8위 : 토요타 코롤라, 결함률 (19.4%)

9위 : 메르세데스 SLK, 결함률 (19.5%)

10위 : 포드 포커스 C-MAX, 결함률 (19.6%)


 

포르쉐 911가 1위에 올랐네요. 내구성 최고의 스포츠카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많은 이름을 TOP10에 올린 브랜드는 토요타였습니다. 그럼 반대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르노 캉구 (86위), 쉐보레 마티즈 (87위), VW 샤란 (88위), 포드 갤럭시 (89위), 알파 로메오 147 (90위), 알파 로메오 156 (91위), 르노 라구나 (92위), 크라이슬러 PT 크루져 (93위), 피아트 스틸로 (94위), 메르세데스 M 클래스 (95위). 가장 의외의 결과는 벤츠 M클래스였습니다! 8~9년 전에 나왔던 M클래스에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든 다임러로서는 자존심 무척 상했을 걸로 보입니다.  

 

 

 

10~11년차 자동차 부문


911 (제조명 996). 사진=포르쉐

 

1위 : 포르쉐 911, 결함률 (12.8%)

2위 : 토요타 라브, 결함률 (18.5%)

3위 : 토요타 코롤라, 결함률 (21.5%)

4위 : 토요타 야리스, 결함률 (22.4%)

5위 : 혼다 재즈, 결함률 (23.1%)

6위 : 마쯔다 MX-5, 결함률 (23.1%)

7위 : 메르세데스 SLK, 결함률 (24.4%)

8위 : VW 골프, 결함률 (25.4%)

9위 : 포드 퓨전, 결함률 (27.5%)

10위 : 아우디 TT, 결함률 (27.8%)

10위 : 포드 피에스타, 결함률 (27.8%)


 

역시 이 부문에서도 포르쉐 911이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메이커로 보면 토요타가 3개의 모델을 베스트 안에 등록시켰습니다. 그럼 하위 10개의 모델은 어떤 것들일까요? 알파 로메오 147 (69위), 르노 캉구 (70위), 르노 라구나 (71위), 알파 로메오 156 (72위), 미니 (73위), VW 샤란 (74위), 포드 카 (75위), 피아트 스틸로 (76위), 포드 갤럭시 (77위), 크라이슬러 PT 크루져 (78위)입니다.

 

르노 그룹 내에 있는 저가 브랜드 다치아의 로간이 두 번 꼴찌를 했고 크라이슬러 PT 크루져 역시 2번의 꼴지를 차지했는데요. 크게 보면 피아트그룹(알파 로메오, 크라이슬러 포함)과 르노 그룹(다치아 포함)의 모델들이 결함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유로 50을 주고 전체 순위가 나온 잡지를 샀다면 더 자세한 분석이 가능했겠지만 TOP 10의 결과만 가지고도 일본 메이커들의 내구성, 특히 토요타의 내구성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봐도 독일인들은 일본차, 특히 토요타의 내구성에 대해 대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차의 디자인이나 성능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잔고장 적은 믿음직한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마쯔다의 선전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마쯔다는 대량 판매보다는 비록 적은 수의 모델이지만 한 번 만들 때 성능과 내구성 모두에서 만족을 주는 방향에서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소비자들에겐 잔고장 없는 차를 만난다는 것만큼 고맙고 기분 좋은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차, 나에게 주어진 차가 과연 얼마나 고장없이 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타보기 전엔 알 수가 없는 노릇이죠. 만약 차의 선택의 기준이 '고장 없는 차'가 되는 고객에겐 이런 자료들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토요타는 어느 특정 한 두 개의 모델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의 내구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비록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을 평판을 잘 쌓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연 토요타가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더 나은 판매를 유럽에서 이뤄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계속해서 내구성 좋은 메이커라는 걸 유지해낼 수 있을까요? 토요타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