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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책 & 밑줄 긋기 -'오직 희망만을 말하라'

3년 전 즈음 한국에 들어갔을 때 아는 분으로부터 한 권의 책을 선물 받은 적 있습니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의 에세이집이었는데요. 히말라야 작은 산악마을에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돌보는 사업을 한창 진행 중인 과정과, 산에 대한,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적은 '오직 희망만을 말하라(마음의 숲)'라는 책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책에 있는 일부 내용들을 함께 감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8000미터 이상 히말라야 16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그의 위대한 업적은 오히려 그 이후에 보여주고 있는 소박하고 헌신적인 삶으로 더 빛이 나지 않나 싶은데요. 엄홍길 대장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에 우리 모두 힘을 냈음 하는 마음입니다. 


숱한 사람들이 나에게 히말라야 중독이라고 말한다. 물론 나는 지금도 히말라야가 무척 그립다. 다시 가고 싶고 오르고 싶다. 하지만 이제 지상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이곳에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다. 세상의 산에서 새로운 등반을 시작하며 산이 아닌 사람을 만난다. 아픔과 좌절을 겪어야 하겠지만 그것은 모두 희망을 끌어안는 일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겼던 것처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고산에 모두 오른 것처럼 내 가슴에 품었던 희망과 꿈을 기억하며 꿋꿋이 밀어붙일 것이다. 작은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고봉에서 나는 살아남았다. 산이 살려 주었으니 좌절과 고통이 밀려와도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며 꿈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내 안에 멈추지 않는 꿈, 희망, 자신감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인생의 베이스캠프 中


ⓒ the tokyotimes


히말라야 8,000미터 정상을 눈앞에 두고 텐트에서 1박을 한 적이 있다. 정상에 오르려면 새벽에 출발해야 하기에 작은 텐트 안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밖은 캄캄했고 눈보라가 쳤다. 상상해 보라.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8,000미터 가까운 지점에 홀로 남았다고. 눈보라 치는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고. 


강한 눈보라에 맞서 몸으로 텐트를 지탱하며 몇 시간을 갇혀 있는 동안 위기와 시련, 절망의 순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싹해서 온몸이 움츠러들었다. 그 때 텐트 속에서 나는 작은 희망을 보았다.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좁쌀 한 알만 한 희망이 빛이 어두웠던 내 마음을 비췄다. 나는 희망을 의지라고 생각했다. 의지는 곧 극복이다. 그렇게 희망은 의지와 극복을 동반했다. - 99프로의 절망을 이기는 힘 中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뼈를 파고드는 추위가 몰려왔다. 졸음이 몰려왔다. 절대로 자면 안 된다! 안 된다! 이를 악물고 있다가도 깜박 졸아 고개를 꾸벅이다 보면 살짝 걸터앉았던 엉덩이가 빙벽에서 떨어지면서 자일이 좌우로 흔들렸다. 그렇게 10시간의 사투 끝에 아침을 맞이했다. 그 밤, 나는 검은 고독이 너무나 무서워서 펑펑 울었다.


라인홀트 메스터의 말처럼 고독이 더 이상 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그 고독은 두려움이 아닌 나의 힘이었다. 어느새 새벽이 밝았다. 멀리서 동이 트기 시작했다. 그때 느꼈던 새벽의 기운을 나는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거의 탈진 상태였던 내 몸에 다가오던 여명의 에너지, 그것이 바로 자연의 정기였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기운이 용솟음쳤다. 동이 트면 하산해야겠다는 생각을 바꿔 나는 다시 빙벽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칸첸중가 정상에 섰다. 두려움을 극복한 뒤 세상을 새롭게 본 순간이었다. 나는 칸첸중가 정상에서 마주한 눈과 바람, 햇빛 모든 것을 내 안에 담을 수 있었다. 1프로의 희망이 99프로의 절망을 이겨 낸다.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모든 일은 그 1프로가 가진 힘으로 해내는 것이다.- 99프로의 절망을 이기는 힘 中


NZ Anidesha Chuli – the White Wave Teams


"히말라야 8,000미터급 고산에 오르다가 300미터 정도 되는 산에 오르는 건 너무 쉽죠?"

나는 산의 높이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낮아도 산입니다. 산은 산일 뿐입니다."


아무리 고산에 오른다고 해도 등반의 시작은 낮은 곳부터다. 낮은 곳이 내가 도전해야 할 첫 대상이고 그때 품는 마음가짐이 '첫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고산에 오를 수는 없다. 고산에 오르는 한 달간의 시간에 비하면 그 2배 이상의 시간을 정신과 몸을 단련하는 데 보내야 한다.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과정을 무시하고 내가 고산에 모두 오른 것, 즉 결과만을 중요시한다. 고산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긴 연습 기간을 통해 좌절과 실패의 고통을 겪은 과정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 느린 걸음 中



에베레스트 등반 도중 사망한 사람의 3분의 1가량이 셰르파다. 가난한 목동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셰르파를 넘어 히말라야 최고의 영웅이 되었다. 1993년 네팔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파상라무는 비록 하산 길에 악천후로 사망했지만 그의 이름은 네팔 곳곳에 남아 있다.


또한 2004년에는 셰르파 펨바도르지가 8시간 10분 만에 에베레스트에 올라 최단 시간 등정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동료인 셰르파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나는 계속 그들을 지원하고 도울 생각이다. 단지 히말라야의 짐꾼이 아닌 셰르파도 등반가임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그리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기쁨을 나누는 일을 함께할 것이다. 


100년 가까이 히말라야 산악인의 동반자였던 셰르파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기억한다. 야크처럼 강인하고 순수한 눈빛을 가진 그들의 순고한 영혼은 히말라야 전역에 영원히 기억되어야 한다.  - 나의 동료 셰르파 中


ngm.nationalgeographic.com/everest ⓒANDY BARDON


나는 1프로의 희망을 보았고 1프로의 가능성을 보았다. 나는 99프로의 실패를 보았고 99프로의 좌절을 보았다. 바람이 불면 지금도 나는 히말라야가 떠오른다. 거센 바람이 불어와 뺨을 때리고 지나갔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자락에 매달려 동상에 걸리게도 했던 히말라야. 그러나 내 마음은 아직 히말라야의 바람을 기억하고 있다. 내가 길이 되었고 희망이 되었던 험난한 8,000미터를 오를 때 다짐했던 1프로의 가능성에 나는 온 힘을 집중시켰다.


나는 지금 계속 가고 있는 중이다. 멈추지 않고 한곳에 서서 누군가를 내려다보지 않고 늘 사람을 우러러보며 내 평생의 길을 내고 있다. 나는 지금 또 하나의 꿈을 향해 가는 마음의 길을 내고 있는 중이다. - 나는 다시 길이 된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