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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책, 그리고 밑줄 긋기


오늘은 자동차와 관련없는, 다음뷰로 송고하지 않는, 개인적이고 편안한 그런 내용을 하나 올립니다. 자주 찾는 분들과 함께 생각해 봤음 하는 그런 포스팅을 가끔씩 이렇게 하려고 하는데요. 오늘은 다니엘 핑크의 책 <새로운 미래가 온다> (A Whole New Mind, 펴낸 곳: 한국경제신문)의 몇 부분을 옮겨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일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구글 입력창에 검색단어를 쳐넣으면 순식간에 수많은 관련 자료들이 화면에 뜬다. 오늘날에는 전혀 신기할 게 없는 많은 일들이 15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브뤼셀의 현재 기온을 알아보거나 IBM 주식의 현재가를 알아보는 일 따위는 인터넷만 다룰 줄 안다면 열세 살배기 꼬마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처칠 정부의 두번째 재무부장관 이름이 누구인지 아마도 그 꼬마는 케임브리지대학 도서관장만큼이나 쉽고 빠르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팩트에 대한 접근이 누구에게나, 즉각적으로, 또한 광범위해졌다는 이러한 사실은 특히 팩트의 가치를 급속하게 떨어뜨렸다. 반대로, 팩트들을 한데 엮어 문맥(context)과 감성적 임팩트를 제공하는 능력이 높이 평가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스토리(풍부한 감정처리가 곁들여진 문맥)를 다루는 능력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128p


돈 노먼은 <생각 있는 디자인>에서 스토리가 지니고 있는 하이컨셉, 하이터치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스토리는 정식 의사결정 방법으로는 다루지 못하는 요소들을 정확히 포착하는 데 적절한 능력을 갖고 있다. 논리는 일반화를 시도하고, 특정 문맥으로부터 판단을 내리지 않으며,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한다. 반면 스토리는 문맥과 감정을 포착한다. 스토리는 중요한 인식작용이다. 스토리는 정보, 지식, 문맥, 감정 등을 하나의 치밀한 패키지로 압축한다." 130p



데닝은 그곳의 부서장으로 발령받았다. 처음에는 새로 맡은 일을 내심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변화를 겪었다. 데닝은 세계은행이 보유한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은행의 공식적인 문서와 보고서를 읽기보다는 구내식당 등에서 흘러 다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더욱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는 세계은행에서 진정한 지식관리 책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난 25년간의 경력을 통해 습득한 좌뇌형 변호사, 좌뇌형 관리자로서의 접근방식을 초월해야 함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는 지식을 담고 전달하기 위해 스토리를 사용함으로써 세계은행을 지식관리 측면의 선구자로 만들었다. 136p



어느 날 나는 어떤 부동산 중개업자가 보내온 색다른 엽서를 받아들었다. 처음에 나는 무심코 이 엽서를 쓰레기통에 넣을 뻔했다. 엽서의 한 면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사진, 즉 그 부동산업자가 최근에 팔아준 몇 블록 떨어진 곳의 주택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그 뒷면에는 커다란 글씨체로 그 집의 판매가격이 적혀 있는 대신, 그 집에 얽힌 다음과 같은 사연이 기록되어 있었다.


플로렌스 여사와 그녀의 부군께서는 1955년에 이 매혹적인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들은 현금 2만 달러를 치르고 장만한 이 집의 세세한 부분들, 즉 견고한 참나무 바닥, 커다란 유리창문들, 박달나무 문틀, 영국식 벽난로, 그리고 정원에 판 연못 등을 사랑했습니다. 


91세가 되자 플로렌스 여사는 은퇴노인들의 보금자리인 브라이튼 가든으로 몸을 옮기셨습니다. 그리고 플로렌스 여사의 가족들은 저에게 이 보석 같은 집을 팔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제게는 큰 영광이었습니다. 우리는 여사의 지시에 따라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집 안팎을 새로 단장했으며, 바닥 표면을 다시 손보고, 아름다운 창문을 정성스럽게 닦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주인이 되신 스코트 드레서 부부는 옛 주인들 못지 않게 이 집을 사랑하며, 앞으로 영원이 이 집에서 살고자 하는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주민 여러분, 부디 잠시 짬을 내셔서 이 새로운 이웃을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엽서에는 그 집의 판매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 언뜻 보면 실수로 적어넣지 않은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하이컨셉 시대에 걸맞는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집의 판매가격은 굳이 엽서에서 말하지 않더라도 신문, 인터넷 또는 이웃들의 입소문 등으로 쉽게 알 수 있다. 50년 가까이 살아온 정든 집이라면 단순히 돈만 보고 판매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이에 덧붙여져야 한다. 141p



어느 날 오후 나는 가게에 들러 저녁식사를 위한 음식을 사면서 와인 몇 병을 함께 고르고 있었다. 나는 품질이 좋으면서도 모두 합해 50달러 내외로 살 수 있는 저렴한 와인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세 종류의 와인에 눈길이 갔다. 나는 병 표면을 살표보았다. 먼저 살펴본 두 개의 포도주에는 각각 와인의 맛과 특징을 자랑하는 형용사들이 적혀 있었다. 그러나 세번째 와인은 조금 달랐는데, 바로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


이 포도주를 세상에 내놓겠다고 결심한 사람은 에릭 바돌로메와 알렉스 바돌로메 형제였습니다. 훌륭한 포도주를 생산하기로 결심한 알렉스는 좋은 재료를 찾고, 에릭은 예술적인 라벨을 만들었습니다. 바돌로메 형제에게 포도주란, 생계수단이라기보다는 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리고자 하는 깊은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 알렉스와 에릭은 빅타투 레드가 팔릴 때마다 한 병에 50센트씩 릴리아나 바돌로메 여사의 이름으로 노던뉴저지 호스피스 및 여러 암 연구재단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지원 덕분에 저희는 첫 해 판매고에서 약 7만 5,000달러를 기부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는 더욱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알렉스와 에릭은 그들의 어머니 이름으로 빅타투 레드를 구매해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가 어떤 와인을 골랐는지는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42p


감성 비즈니스는 감정에만 치우친 게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논리와 분석을 통해 얻어낸 사실을 어떻게 엮어 내 소비자가 공감하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다니엘 핑크는 책에서 이 부분을 아주 간단하고 명료하게 설명했는데요. 


"왕비가 죽고 왕도 죽었다." 이건 팩트, 즉 사실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 스토리를 넣으면, "왕비가 죽자 슬퍼한 왕도 시름시름 앓다 왕비의 곁으로 떠났다." 가 됩니다. 당신의 사업, 당신의 회사 업무에도 한 번 이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 비지니스를 적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사실 이건... 비단 사업에만 국한된 건 아니겠죠? 이 번 주엔 다니엘 핑크의 <새로운 미래가 온다> 일부를 발췌해봤습니다.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