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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문화, 독일인 독일문화.

독일 최고 잡지도 소개한 싸이 강남스타일

오늘은 자동차 얘기가 아니라 싸이 얘깁니다. 이 친구가 초대박을 치긴 쳤나 보네요. 한국관련 소식이라곤 북한 얘기밖에 안 다루는 독일언론들인데 싸이 덕에 남한 얘기가 재미나게 소개가 됐습니다.

지난 7일자 슈테른 인터넷 문화판에 소개된 내용인데 제목이 "랩퍼 한 명이 성공으로 말 달린다" 뭐 이런 식으로 달렸네요. 슈테른은 약간 소프트한 시사오락 매거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동네 병원 같은 곳에 가면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잡지입니다. 판매부수도 많고, 특히 사진들에서 강점을 보이는 유명하고 수준 높은 잡지죠.

그런데 이 친구들이 재밌는 게 동영상에 멘트 말고 제목 밑에 두 줄 짜리 소개글을 이렇게 적어 놓았습니다.

" 그는 김정일처럼 생겼고 말타는 사람처럼 움직인다. 특이한 춤으로 한국 랩퍼가 유투브에서 1천5백만(일주일 전 기준) 조회수를 기록했다."

동영상이라고 해봐야 싸이 뮤직비디오와 유투브에 떠도는 몇가지 페러디 동영상들 나열한 것인데요. 거기서도 김정일 닮았다는 어느 네티즌의 글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북한과 떼놓고는 얘기가 안되는 게 외국애들의 시각인 거 같아 조금은 씁쓸합니다.

어쨌든 미국 아이튠즈나 덴마크, 스웨덴의 댄스차트 10권 안에 들었다고 하는군요. 북유럽에서 특히 먼저 유럽쪽에선 바람이 분 것 같습니다. 상당히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얘기를 하는데 마지막에 싸이의 음악철학을 소개하는 멘트가 이렇더군요.

"Sei lustig, aber nicht dumm" "신나게, 하지만 바보스럽지 않게"


예전에 스페인 듀오가 불러일으킨 마케레나 광풍 이후 새롭게 떠오른 게 아닌가 싶은데요. 마카레나는 빌보드 챠드 1위를 10주 이상 한 것으로 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노래 한 곡 그렇게 반짝하고 사라지고 말았죠.

싸이의 노래는 그러지 않았음 하고, 더 나아가 나름 인기를 끌고 있는 K-Pop도 찻잔 속 태풍에 머물지 않길 바랍니다. 전 독일 남부의 멋진 관광도시인 보덴제에 사는 독일 10대가 한국 노래에 빠져 있는 모습을 우연히 유투브를 통해 보고 놀랐습니다. 한국을 그런 곳에서도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했거든요. 특히 한국 대중문화를...

예전에 유럽에서 케이팝 막 뜨기 전에 이미 전 한국 걸그룹의 성공이 가능한 곳이 유럽이라고 한 적이 있었죠. 보이그룹도 마찬가지구요. 저스틴 비버 같은 꼬맹이에 환장하는 유럽 청소년들 보면, 얘들이 자신들의 감각을 건드려주는 음악을 미국에서밖에 못 찾고 있구나 싶어 아쉽기도 했습니다.

유럽은 뮤지션들이 아티스트스럽거든요. 그런데 잘빠지고 잘 생긴(유럽 어른들 기준에선 잘생긴지는 모르겠으나 십대엔 통하는 듯 하네요. ) 아이돌들이 군무를 하는 게 유럽 젊은이들에겐 매우 강렬한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극으로 시작했지만 문화로 뿌리를 내릴 수 있기 위해 무얼 해야하는지 어떻게 가야하는지를 잘들 알았음 하는 마음입니다.

어쨌든 독일에서도 케이팝이 제법 기를 펴고 있습니다. 너무 과장해 호들갑 떨어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볼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독일이나 해외에 사는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학교에 다니는 자녀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한국노래나 드라마 영화 덕에 호감을 얻고 있다는 얘기도 하니까요.

자! 김정일 닮은(?) 싸이군의 선전을 기원하면서, 강남스타일 이후에 더 대박나는 노래들 많이 만들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