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맘대로 말해보기

스케치북다이어리와 더모터스타, 잘 하고 있는 건가?

엊그제 티구안 시승을 마치고 기분 좋게 돌아왔습니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을 보며 다음 시승 모델을 뭘로 할까 기분좋은 고민도 했죠. BMW 320d, 시트로엥 DS5, 한국엔 안 들어가는 아우디 A1, 그리고 골프 카브리오, 메르세데스 B클래스, 현대 i30, BMW Z4, 투아렉 등등...

여기다 미국에선 바로 다음 주에 이보크 4,000미터 시승기, 재규어 XJ 롱텀 시승기, BMW 신형 M5 비교 시승기, 포드 머스탱 GT500 클래식카 시승기 등, 제 생각으론 아주 새롭고 괜찮은 시승기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더 있구요. 뿌듯할 만 하죠?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아는 분이 보낸 얼음장 같은 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지금 뭐하는 거냐?" 는 제목과 함께...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강요하지 않은 공명심에 엉뚱한 짓 하지 말고, 그냥 취미생활로 돌아오던지 아니면 그 취미까지도 버리길. 몇몇의 환호와 박수에 현혹되어 바보같은 일을 너무 크게 벌렸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제겐 몇 안 되는 직언을 해주는 지인인지라 그냥 웃으며 넘길 수 없었죠. 틀린 말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과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 환상이며, 거품인가?' 이런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사실 더모터스타 준비하는 과정 중에도 이런 자문은 계속 있었습니다. 나름 냉정한 고민 끝에 벌인 일이었지만 이 것이 어떤 이들의 눈엔 무모함으로 보일 수도 있겠단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룬 적도 제법 됩니다.

그리고 오픈한 지 딱 2개월이 지났습니다. 건강한 자동차문화공간을 만들겠다. 소비자 중심의 시승기를 통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걸 최우선으로 한다. 더 좋은 운전문화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한국의 아데아체가 될 수 있길 바란다. 올바른 정보의 공유의 장으로 발전시키자. 등등...

방향성을 분명히 잡았기 때문에 컨텐츠를 어떻게 꾸며야할지에 대해선 큰 고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인의 냉철한 비판과 함께 제 스스로가 계속 갖고 있던 불안감이 더해지자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 정말, 지금 제대로 하고 있긴 한 건가?'

예를 들어보죠. 별점의 경우는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아직 제가 원하는 디테일한 데이타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걸 제가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기 위해선 시간이나 비용 등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게 문젭니다. 또 시승기의 경우도 대략 1년으로 계산해보니 천만 원 정도가 소요됩니다.

여기서 천만 원이란 금액은, 1년에 독일에서 24대, 미국에서 몇 대 이렇게 최소 대수를 정했을 때 기준이구요. 미국 롱버텀님의 시승기 역시 독일 렌트카 대여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나온 액수입니다. 인건비 없이 오로지 대여비와 기름값을 포함한 경비만을 따졌을 때 금액이죠.

돈을 이렇게 들여가면서 시승기를 쓰는데, 과연 의미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정말 이 시승기가 잘된 시승기냐, 돈의 가치도 못하는 속된 말로 허접한 시승기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는 것입니다.

제조사 눈치 안보고 시승기 쓸 수 있어서 좋고, 남들 못하는 아우토반에서 무제한 질주를 하는 나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시승기라고 보지만, 그것이 나만 그냥 좋아서 하는 그런 것이 된다면, 속된 말로 안 하니만 못한 것이 되는 겁니다. 지인의 메일 내용 중에도 이 부분이 가장 컸습니다. 

이제 시작단계이고, 블로그 외엔 달리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많은 피드백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금 더모터스타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얘기해줄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 얘기는 더모터스타와 스케치북다이어리를 찾아주는 여러분이 솔직하게 해주셔야 제겐 의미가 있다 봅니다.

그냥 "힘내세요. " "잘 보고 있습니다." 이런 격려가 아니라, "이렇게 해선 망합니다. " "수준이 떨어져서 경쟁력이 없네요." " 컨텐츠가 모두 별로입니다. 이러이러한 대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등의 솔직한 의견 말이죠.

전 그 분께 아직 답장을 안 드렸어요. 또 답장을 드린다고 해도 '당신의 말이 맞기 때문에 모든 걸 접겠소.' 라고 말하지도 않을 거구요. 다만, 옆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저의 아내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 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얘기 정도는 해줄 겁니다. 

한국에 없어 영업같은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더모터스타 운영을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안합니다. 물론 제가 한국에 살았다면 이런 블로그나 웹매거진을 생각도 못했겠지요. 어쨌든 오로지 독자들, 회원들, 순수하게 자동차 좋아 찾아오는 여러분들과 열심히 헤쳐나가보자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물론 비판적인 분들은 저의 이런 점을 어리석게 여깁니다. 그래서 사실 오기도 나요. 그들의 그 냉정한 평가와 세상을 보는 시선에, "이처럼 다른 세상도 있다."고 보여주고 싶습니다. 자세히 찬찬히 얘기하지 못해서 그런지 글 내용이 다소 어수선하네요. 그냥 넋두리라 생각해주시지요. 다만,

"지금 더모터스타 잘 가고 있는 건가요?" 라는 질문엔 여러분의 진심어린 의견이 필요합니다. 과연 쓸데없는 공명심에 사로잡혀 무모한 짓을, 누구의 말처럼 철없이 하고 있는 것인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점검이 필요한 때입니다...

괜한 글 한 통에 싱숭생숭해져 이 좋은 주말의 아침을(독일시간)  이러고 있네요. 암튼요!! 티구안에 대한 솔직한 시승기는 월요일에 올라올 레인지 로버 이보크 고산병 시승기 이후에 보실 수 있습니다. 티구안 팬들께 욕 좀 먹을 각오로 시승기 쓸까 생각 중입니다. 그 전에 내일(일요일) 티구안 보닛과 관련된 에피소드 하나 블로그에 올려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