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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문화, 독일인 독일문화.

손수조와는 다른 길을 가 성공한 독일 아가씨


                                                                    ⓒ dpa

야스민 마우어러(Jasmin Maurer). 스물 둘이라는 어린 나이로 주(州) 의회 의원에 당선된 독일 아가씨.
 
지난 일요일, 독일에서는 올 해 첫 선거이자 주의원을 뽑는 투표가 쌀란트(Saarland) 주에서 실시됐습니다. 룩셈부르크와 프랑스 국경과 맞닿아 있는 아주 작은 주인데요. 제가 살고 있는 헤센(프랑크푸르트가 있는 곳)과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이 곳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그리고 대단히 희망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기존 정당들의 거대 장벽을 무너뜨리고 해적당이 7.4%의 표를 얻어 주의회 4석을 차지하게 된 것이죠. 그 4명 중에서, 아니 전체 의원 중에서 가장 어린나이로 의원이 된 아가씨가 바로 야스민 마우어러입니다.

 인터넷 세대라고 불리우는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해적당은 우리나라의 무상복지 개념과 가장 가까운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신생정당입니다. 시작은 스웨덴이지만 유럽 각국으로 이 해적당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이렇게 빨리, 그리고 강하게 퍼질 수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의 힘이었죠.

이들은 인터넷 상에서의 개인비밀보장이나, 지적재산권법 등으로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를 막는 기존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또한 무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거나 교육의 무료화, 특허권을 통한 일부의 권력화를 막기 위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등의 목소리를 냅니다. 매우 신선하죠?

이런 해적당이 2009년에 처음으로 생기고 나서 첫 번째 쇼크를 준 사건이 바로 베를린에서의 승리였습니다. 15명의 베를린주 의원을 당선시킨 것이죠. 그리고 이번에 다시 한 번 의미 깊은 득표율로 4명을 주의회로 보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기존 정당들이 바짝 긴장한 모양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연방의회(우리로 치면 여의도 국회의사당)로까지 진출도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녹색당의 바람을 다시 한 번 재현하는 듯한 해적당의 활약은 어린정당, 젊은 정당, 어떤 정치적 연결고리도 없이 순수하게 시작했던 국제운동차원의 정당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곳에 제발로 찾아와 당원이 되었고, 그렇게 열심히 지역에서 활동하던 야스민 마우어러는 자신의 첫 번째 꿈을 이뤄낸 것이죠.

태권도를 취미로 하고, 동화나 전설 속의 괴물들을 좋아하며, 동물보호에 관심 있고, 벼룩시장에 가는 걸 즐기는 이 아가씨는, 법학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IT 관련 회사에서 아우스빌둥(직장을 다니면서 관련된 직업 교육을 3~4년 정도 이수하면 같은 회사, 혹은 다른 곳에 취직을 할 수 있게 하는 취업자 교육 시스템)을 하던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다만, 정치에 관심이 있었던 그녀는 기존 정당들이 들려주지 못한 목소리를 내던 해적당에 가입을 했고, 그렇게 일상생활과 정치적 활동을 병행하던 끝에 의회에 입성을 하게 됐습니다. 저는 야스민 마우어러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이 된 손수조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거대 여당의 핵심 지역인 부산에서 패기 있게 정치에 도전한 손수조는 그러나, 젊은이다운 솔직함과 열정 보다는 기존 대한민국 정치권이 보여주고 있던 패악적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시작부터가 선명하지 못했던 그녀는 젊음이라는, 가난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겠노라 정치적 첫 발을 내디뎠지만,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발자욱을 더럽히고 만 것이죠.

그렇기에 거의 동시에 양국 언론에서 주목받은 두 아가씨의 정치적 행보, 그 대비감이 저에겐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결국 이는, 두 젊은이의 대비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독일과 대한민국의 정치적 대비감이기도 한 것입니다. 독일 정치라고 해서 항상 모범적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책과 열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정치적 목소릴 낼 수 있고 그것을 받아내 주는 국민들이 있는 독일이 한국의 정치환경 보다는 나아 보인다고 전 생각합니다.

손수조는 젊었지만 스스로 대한민국의 냄새나는 정치틀에 함몰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20대를 대변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녀의 도덕성이 스스로를 그렇게 조로하게 만들었으며, 대한민국 정치 환경이 그걸 요구했습니다. 때문에 저는 손수조가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얻든, 그녀가 젊은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지금도 올바른 정치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이런 정치적 실험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젊은 친구들에게 저의 모든 응원들 다 바칩니다. 해적당의 건강한 정치실험. 그리고 그것의 열매가 되어준 야스민 마우어러.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열매들이 주렁주렁 맺혀질 날이 오겠죠?

그 열매들을 하루라도 빨리 탐식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