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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말해보기

죽었다 깨어나도 독일을 따라가지 못할 일본


글 제목과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히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생각하신 분들이 많았을 겁니다. 쉽게 말해 일본자동차, 죽었다 깨어나도 독일자동차를 따라가지 못한다...뭐 이런 내용이 아니겠나 하고 말이죠. 헌데 그게 아닙니다.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요. 혹시 여러분 마담투소(Madame Tussauds)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영국에 있는 박물관 이름이죠. 잘 모르시면, 유명인들 밀랍인형 전시하는 곳이라고 하면 아실까요? 


마담투소 홈페이지 캡쳐한 화면인데요. 유명 정치인, 영화배우, 스포츠스타, 뮤지션, 거기에 한 쪽엔 악질적 범죄자들의 밀랍인형도 모아 전시하는 박물관입니다. 직접 가보신 분들고 계실 거고, 한 두 번쯤은 해외토픽 뉴스 등에서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영국에서 시작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세계 여러 도시에 마담투소 박물관이 있습니다.

엊그제 금요일, 좀 의미 있는 밀랍인형이 마담투소 베를린 박물관에서 공개가 됐는데 바로 안네 프랑크의 인형이었습니다.

                                                  © Andreas Rentz/Getty Images

안네 프랑크하면 '안네의 일기'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소녀입니다. 은행가였던 유태계 독일인 부모 밑에서 성장하던 안네가 나치를 피해 네덜란드로 가, 2년 가량의 시간을 숨어지내며 소녀의 감성으로 써내려갔던 일기를 묶어 낸 책이 바로 '안네의 일기'죠. 결국 아버지를 빼고는 안네를 포함한 모든 가족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이 소녀를 밀랍인형으로 되살려 낸 곳이 독일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하네요. 하지만 결코 역사적 모순이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독일의 나치역사에 대한 자기 반성과 죄의식은, 마치 중세 수도원의 수도승들이 꿈틀대는 욕망을 다스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끝없이 학대하는 것만큼이나 처절합니다. 입밖으로 나치를, 히틀러를 올리는 것 조차도 허용치 않을 정도니까요. 

그렇게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되새김질 하는 독일의 역사관은 일부 시민단체의, 혹은 일부 진보주의나, 혹은 좀 더 나아가 좌파 쪽 아젠다 수준이 아닙니다. 독일인 전체의 사죄이자 트라우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생각인데요. 그렇게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하며, 나치의 만행을 스스로 기억해내 후대까지 물려주는 자세를 보면서 과연 일본은 어떠한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안네 프랑크 밀랍인형 주변에서 나치의 역사, 독일의 역사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가는 저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일본의 아이들은 어떤지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인데요. 그런데 참 타이밍도 절묘하지...토요일,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일본 극우들에 대한 내용을 다뤘더군요. 열심히 시청했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확실히 일본과 독일은 다른 분위기구나.' 라고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과연 일본의 극우들이 더 극성스러운지 아니면 독일의 네오나치로 대표되는 극우세력들이 더 극성스러운지. 제 입장에선 독일이 훨씬 조직적이고 더 극성맞다고 보여집니다. 집회를 해도 일본의 극우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혐오주의자, 나치망령추종자들이 모이며, NPD라는 극우정당과의 연계를 통해 공공연하게 제도권으로 진입하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는 독일이 여러면에서 일본을 압도(?)하는 것이라 저는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독일이 일본 보다 더 건강한 사회라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그런 극단주의자들이 아무리 세를 불리고 권력집단화 하려 노력을 해도 사회가, 국민이, 그리고 제도가 그것을 철저하게 막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밝히는 정책을 펴는 국가와, 그런 교육을 통해 정확하게 근대사를 이해하게 되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에 네오나치들은 변방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구요.

그런데 일본은 어떤가요?

일본 극우단체는 시위 규모도 작고, 큰 조직의 틀 안에 있어 보이지도 않습니다. 보이지 않은 어떤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치세력화를 드러내고 하지도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일본우익들이 전 더 위험해 보였습니다. 왜냐면 일본은 독일처럼 그런 극우의 목소리를 막아낼 제도와 똑바른 역사관이 형성돼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그램은 이런 관점에서 극우세력의 모습을 풀어가 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더군요. 이제 정리하겠습니다. 세상 어디나 인종차별주의, 극단적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자들은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이들의 목소리가 위협이 되지 않게끔 국민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감히, 일본은 죽었다 깨어나도 독일을 따라 갈 수 없다고 말씀 드린 것이구요. 그리고 지금의 우리나라, 우리사회는 어떤가?  우린 이런 측면에서 일본과 닮아 있는지 독일과 닮아 있는지도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제도가 올바르고 역사의식이 명쾌하면 관용이라는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대안을 찾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배척과 외면이라는 담만 쌓은 채 해답없는 대립과 반목만 하게될 것입니다. 안네 프랑크 밀랍인형 얘기 간단히 올리려다 이렇게 길어졌네요. 읽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

(그리고 한 번 더 트위터 아이디 알려드리겠습니다. 어제 오늘 경험해보니 블로그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신선하고 발빠른 소식들을 트위터를 통해서는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지난 번에 K9에 대한 독일 네티즌 반응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그냥 사람들이 하는 말 정도가 아니라, 현대차가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아우토빌트도 BMW 5시리즈와 K9이 닮았다는 얘기 했다는, 짧은 글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헤드램프와 뒤쪽 엉덩이가 5시리즈 GT와 닮았다는 뭐 그런 내용이죠. 

이런 건 포스팅용이라기 보다는 딱 트위터용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앞으로 이런 식의 짧지만 발빠른 소식을 전하는 것은 트위터를 통해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관심 있는 분들은 Sketchbook1234가 아이디니까 팔로윙해주세요. 일요일엔 독일의 과속단속 카메라 신형 모습을 트위터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