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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문화, 독일인 독일문화.

독일 어느 인터넷 업체에 대한 황당 이야기

오늘은 자동차 이야기가 아니라 독일의 서비스, 그것도 인터넷과 관련해 고객 대응이 얼마나 불편하고 후진적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이틀에 걸쳐 저희 집사람이 생고생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화딱지가 나서 곱게 이야기 못할 거 같네요.

우선 이야기의 시작은 대략 이렇습니다.

집사람 아는 분 집에 인터넷이 어제부터 갑자기 안되는 것이었어요. 아마 윗집에서 이사를 나가며 선을 잘못 건드렸던 모양입니다...여하간 주재원으로 온 분이라 영어는 되는데 독일어가 안되니 아무래도 독일 생활 오래한 아내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집사람은 퇴근 후 그 분 집을 방문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고,  독일 서비스의 황망한 릴레이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게 그 회사의 홈페이지 화면인데요. 독일에선 그래도 제법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입자도 많은 회사 중 하납니다. 저희도 여기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죠. 어쨌든 퇴근시간 이후라 24시간 핫라인 서비스로 전화를 겁니다.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 그나마 독일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죠.)


아 내 : 여보세요?
웃긴회사 :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내 : 인터넷이 안돼서요.
웃긴회사 : 그래요? 어떻게 안되죠?
아 내 : 갑자기 윗집 이사나간 후부터 연결이 안됩니다.
웃긴회사 : 기술적인 문제인 거 같으니 기술부서로 연결해드릴게요.
아 내 : 고맙습니다.


그리고 10분이 지났지만 계속 바쁘다는 안내멘트만 나오고 전화를 안 받았답니다. 하는 수 없이 끊고 다시 걸었죠. 그리고 다시 같은 얘기를 해야했고, 또 다시 기술부서로 전화를 걸었으며 그렇게 자그마치 15분여를 기다리다 겨우 기술부서 남직원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남직원1 : 무슨 일이죠?
아 내     :  인터넷이 갑자기 연결이 안돼요.
남직원1 : 원격으로 체크 좀 해봐야겠는데요.  지금 집전화로 거셨나요?
아 내     : 네.
남직원1 : 그럼 끊으세요.
아 내     : 네?
남직원1  : 아시다시피 전화모뎀이라 전화기를 쓰시면 원격체크가 안됩니다.
아 내     : 그럼 체크 후 전화 주실 거죠?
남직원1 : 아뇨. 핸드폰으로 전화를 다시 해서 제 지시를 따라주십시오.


저의 상식으로는 회사쪽에서 핸드폰 번호를 물어 전화를 직접 줘야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집사람은 애써 참으며 집전화를 끊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다시 겁니다.


웃긴회사 : 안녕하십니까 고갱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아 내      : (벌써 세 번째 듣는 소리, 지겹다) 기술직원이랑 통화하다 원격체크한다고
               다시 전화를 하라네요. 기술부로 연결시켜주세요. 
웃긴회사 : 네.

5분이 지난다...또 안되는 건가?... 다행히 다시 5분이 지나 전화를받는다.

남직원2 : 무슨 일이세요?
아 내     : (약간 당황한 듯) 아까 그분 아니시네요? 방금전에 원격조정한다고 상담한 분
              계신데...
남직원2 : 아 지금 상담 중이라 기다리셔야 합니다.
아 내     : (어이가 없다) 그럼 지금 전화 받는 분이 체크 좀 해주시죠.


이렇게 해서 그 잘난! 원격체크를 겨우겨우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집안의 컴퓨터나 모뎀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죠. 아내는 마무리를 지어야겠다싶어 단단히 전화기를 붙잡고 직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 내     : 그러면 집안의 문제가 아니니까 내일 직원분이 오셔야겠죠?
남직원2 : 아니오. 사람이 가지는 않습니다.
아 내     : 안 오다뇨? 모뎀이나 컴퓨터 문제가 아닌데 와서 확인을 해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직원2 : 우선, 절차를 밟아서 저희쪽에서 몇가지 테스트를 해야합니다. 내일 다시
              전화를 주십시오.


어이가 없던 아내는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 늦게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오늘 마무리를 위해 다시 방문해 인터넷 회사와 통화를 했습니다. 이번엔 알려준 기술부서 전화번호로 전화를 직접 걸었더니, 서비스 콜센터로 전화를 해서 연결받아야지 이러면 규칙에 어긋난다며 툭 끊어버렸다는군요. (이런 !#@&*! 아니 그럴 거면 전화번호를 뭣하러 준건지...)

여하튼 이번에도 장시간 대기 끝에 전화 통화를 했지만 결국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채 다시 테스트를 기다려달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아니 뭐 이런 디오지(D. O. G) 같은 일처리가 있는지...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해주더군요. 일단 독일은 텔레콤이라는 회사가 전화라인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회사들이 이 텔레콤의 회선을 빌려와 장사를 하는 것이죠. 예전에 우리나라도 그랬었죠? 그러다보니 이 라인 체크가 위에 보여드린 엘리스라는 곳이 맡아 하는 게 아니라 텔레콤 직원이 와서 해야한다는 것이죠. 거기엔 당연히 비용이 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이런 비용발생이 벌어지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처리를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야 하는 게 회사의 방침인 듯 보였습니다. 만약 검토를 해서 분명하게 텔레콤을 불러야하는 상황이 되면 온 갖 서류를 작성해 요청을 하고, 다시 텔레콤은 그 내용을 검토한 후,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면 현장에 직원이 나오게 되는 그런 시스템인 것이었습니다.

이게 무슨 행정부에서 새로운 법령을 제정하는 과정도 아니고 이렇게 복잡하고 잰걸음질 해서야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독일사람들이야 이런 서비스에 익숙해 있어 덜한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초스피트 고객서비스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세상에 이것만큼 속터지고 비효율적인 서비스도 없을 겁니다. 

전화 연결의 어려움이나 직원의 불친절함, 오랜 기다림에 반복되는 지루한 확인작업까지...모든 게 독일의 여타 서비스산업들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서비스의 사막'이란 얘기를 독일사람들 스스로가 했을까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이게?) , 아직도 이 넘의 나라 서비스마인드는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아~ 한국의 서비스가 정말 그리운 밤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