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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한국문화, 독일인 독일문화.

독일 최고 인기방송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

토요일 저녁. 1달에 한 번 정도 방송되는 독일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독일 제2 공영방송인 ZDF에서 방송되는 "Wetten,dass...?" 가 그것인데요. 우리 말로 바꾸면 "내기할까?" 정도로 의역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독일이나 유럽 전역에서 갖가지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출연해서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내기를 펼치고, 그 중에서 시청자들의 가장 많은 투표를 받는 이가 우승을 하는 뭐 그런 프로그램인데요. 유일하게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동시 생중계가 되는 인기 방송입니다.

정작 이 프로그램이 20년 장수를 하면서 인기를 얻은 비결은 초대손님들의 화려함도 한 몫 거들고 있는데요. 헐리웃 최고의 배우들은 물론, 맘만 먹으면 대통령까지도 초대를 할 수 있는 (실제로 독일 총리 메르켈도 나온 적 있음) 그런 막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게 진행자 토마스 고트샬크(Thomas Gottschalk)의 파워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어제도 출연은 하지 못했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최대 관심 대상인 아이돌 '저스틴 비버'도 출연 대기중이었으니까요...

"Wetten,dass...?" 진행자 토마스 고트샬크

하지만 항상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던 프로그램이기도 해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었는데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죠. 저도 어제 저녁 무심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됐는데 5분 후 바로 사고가 일어나고 맙니다.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사무엘 코흐(Samuel Koch)라는 23살의 대학생이 "파워라이저(Poweriser)" 를 신고 달려오는 차를 뛰어넘으면 이기는, 이 날의 첫 번째 출연자였습니다. 작은 차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SUV까지 넘으면 이기는 그런 도전이었는데요. 문제가 발생한 건 세 번째...아우디를 뛰어 넘을 때였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에 현장은 충겨과 함께 차가운 침묵만이 흘렀고, 진행자가 사무엘의 상태가 확인될 때까지 방송을 잠시 중단한다고 발표 후, 다른 음악방송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하지만 결국 다친 출연자가 중환자실로 옮겨진다는 얘기와 함께  프로그램 20년 역사상 처음으로 방송을 중단하게 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독일 언론들 거의 모두가 이 사고를 톱기사로 올렸더군요.

사진 : DPA

               
사고 전의 모습으로 이번 출연자는 미디어, 음악, 연극 등을 전공하고 있었고, 취미로 영화 스턴트맨이나 승마, 수영, 펜싱 등 상당히 스포츠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부모가 선물해준 파워레이져를 통해 파워레이져 쇼 팀에 소속돼 있어, 실제로도 상당한 재능을 보였다고는 하는데요. 리허설 때에도 문제가 좀 있었고, 본인도 걱정을 많이 한 도전이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 여론은 "Wetten,dass...?"에 매우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치인들도 일제히 프로그램이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방송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벌써부터 토론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나마, 방송을 중간에 끝낸 것에 대해선 잘한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녹화도 아닌 생방송으로 저런 위험천만한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앞으로도 한동안 독일 내에선 시끄러울 전망입니다.
 
부디 별 탈 없길 바래 봅니다만, 현재 병원측 얘기로는 환자 상태가 아주 안 좋다고 하는군요. 사무엘 코흐의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