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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뉴스 읽기

연평도 도발에 대한 독일네티즌들의 반응

사실, 재미난 자동차 이야기 한 편을 포스팅하려던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독일시간으로 오전에 날아든 충격적인 뉴스에, 자동차 포스팅을 한다는 게 제 스스로에게 용납이 안되더군요. 

연평도 피격 뉴스때문에 놀란가슴 쓸어내렸던 하루였고, 우울한 날이었습니다. 특히나 사망자가 나오고 민간인들을 대상으로한 무차별 포격이었다는 점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9시 뉴스를 통해 피폭당시의 상황을 보면서 연평도 주민들이 얼마나 놀랬을지를 생각하니 아찔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곳 독일도 모든 방송과 언론들이 일제히 이 소식을 전했는데요. 모든 매체의 헤드라인이 이 소식으로 도배가 되다시피했습니다.

빌트지 정치면

벨트지 헤드라인

디짜이트 헤드라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가판 1면

슈피겔 헤드라인


 
최대 대중지에서부터 보수적인 성향(한국의 보수와는 다름)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에서부터 최대 정론주간지이자 독일 진보언론의 상징인 슈피겔까지 모든 언론을 망라해서 오늘 하루 가장 큰 독일의 이슈가 '연평도 도발'과 관련된 뉴스들이었습니다. 이 정도의 언론의 반응은 제가 아는 한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언론 뿐 아니라 독일 여론들도 엄청나게 많은 반응을 보였는데요. 각 언론들 마다 독자들의 의견을 받는 댓글란에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건에 이르는 댓글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댓글을 다는 독일인들의 상당수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잘들 알고 있었고, 자신들 나름의 상황분석을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몇 가지 댓글들을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Kalle : 남한정부에 계속적인 간섭과 자극을 받거나 미국군의 자극에 대한 북한의 이런 대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거기다 3만 명의 미국군인들 그들은 미국이 남북한이 지속적으로 대립을 유지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우린 이런 점을 알아야 한다. (디벨트) <--추천수가 2천을 넘었고 반대가 3백을 넘었던 히트 댓글이었음.



Es ist anders : 미국과 그들과 연합된 나라들의 자극 때무에 생기는 문제점들은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이번 북한의 대답은 그러므로, 존중 받을 만 하다. (디벨트)
<--- 아주 욕을 바가지로 먹은 댓글로 반대를 누른 네티즌들 수가 월등히 많았음.



Hartz V : 어제 뉴스를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미국 백악관에서 북한 플루토늄에 대한 보고가 있었음을...그리고 정확히 24시간 후에 북한에서 공격을 가해왔다. 어디에? 사람이 많지 않고, 북에 가까운 작은 섬에... 우리는 언론이 북한에서 대포를 쐈다는 얘기를 한 것을 안다. 어딘가 이 뉴스의 패턴이 익순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아돌프 히틀러가 폴란드를 공격할 때, "우리가 그들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라고 거짓말을 했다. 명분을 만든 것이다. 당신들은 뉴스의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눈을 키워라. 그리고 누가 우리를 조종하고 있고, 세뇌시키고 있는지를...(디벨트)



zerobit : 진실...북한이 갑자기 이유없이 한국을 쐈다? 그런 얘기에 관련된 내용들은 정말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정말 조심스럽게...북한이 남한의 배를(천안함) 가라앉혔다는 그런 얘기처럼...(디 짜이트)



Blixten : 한반도 쪽에는 안타깝게도 자주 이런 사건이 발생한다. 북한은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연평도를 자신들의 섬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런 이유라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섬에 이런 짓을 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리고 북한은 잘 알고 있다. 남한 정부가 이 사건을 더 이상 확대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북한은 차후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좋은 포지션을 유지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 (디 짜이트)



tepomuk : 나는 이해가 안 간다. 왜 문제가 있는 지역에서 북한을 자극하는 훈련을 했는지. 북한은 그런 남한군대의 행위를 지극히 당연하게 도발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을 한 것이다. 이런 반응이 나올 것이란 것은 처음부터 너무 뻔하지 않았나? (디 짜이트)



Table Bay : 내가 보기엔 북한을 총이 아닌 외교력으로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얼마 전에 북한의 높은 관료가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았는가? 나는 중국이 모든 북한의 일에 관여가 되어 있고 심지어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중국이 자국에 대한 비판적 세계여론이나 기조를 반전시키기 위한 카드로 이번 사건을 사용한 것은 안니가 의심해 본다. (디 짜이트)



Voce : 전면적인 전쟁으로 확대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국지전적인 성격의 일들은 계속해서 한반도에서 있어왔지 않는가? 만약에 북한이 정말 전쟁을 원한다고 해도 중국이 그렇게 하라고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디 짜이트)


북한을 아무 것도 주지 말고 고립시켜 죽이자는 의견에서부터 전쟁나면 독일군인들 파견해야 하나? 난 반대다..뭐 이런 의견들까지 아주 이번 사건에 대한 독일인들의 반응의 폭이라고 해야할까요? 다양하고 그 층위가 제법 두터웠습니다. 

추론이나 주장이 틀린 부분이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자신들 나름의 의견을 피력하는 그 솜씨나 깊이는 사실 한국사람이 저보다도 어떨 땐 더 날카롭기까지 하더군요. 우리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의 자세를 보면서 정작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으며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는지 반성해보게 됩니다...


위에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안타깝다는 것이었고, 전쟁은 일어나서도 안되고, 일어나지 않을 거란 얘기들이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쉽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민간인들을 상대로 발포를 한 사실에 있어서 만큼은 북한을 용서하기 어렵더군요. 하지만 이런 문제로 인해서 벌써부터 한국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남남갈등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응에 대한 얘기들이야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런 생각없이 "전쟁하자!" "남한의 빨갱이들을 이 기회에 자 xx하자!" 라고 선동하고 흥분하는 분들을 보면서 '저렇게 무책임한 발언을, 저런 섬뜩한 얘기들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나 ' 싶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6.25 이후, 우리 영토를 향해 직접 포격을 실시한 첫 사레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문제이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강경책만을 구사하기도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정말 이럴 때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해보이는데요. 우리나라 정부는 그럴 만한 능력과 자세가 되어 있습니까?


제발, 이런 뉴스로 우리나라 소식이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다시 한 번 바래봅니다.  끝으로 사망한 해병대원들의 명복을 빕니다. 더불어 부상당한 군인들과 연평주민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